논평_
「사학재단의 '신입생 배정거부 사태'에 대한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9)
등록 2013.08.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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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학재단의 '반교육적 행태'는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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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학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가 지난 8일 철회되었다. 하지만, 사학재단들은 신입생 배정거부를 제외한 다른 방법을 사용해 사립학교법 개정안 반대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학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는 당연한 귀결이다. '신입생 배정거부'는 그 목적이나 방법에서 이미 정당성을 잃고 있었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권리인 '학습권 침해'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방형 이사제 도입으로 전교조와 외부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는 사학재단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개방형 이사는 전체 이사의 1/4을 학교운영위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는 것으로 최종 임명권도 이사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개방형 이사나 전교조가 이사회를 장악해서 사학의 경영권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행적인 이사회 운영과 재단비리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처라는 것이 전문가 및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오죽하면 국민의 80%가 개정 사학법을 찬성하고 나섰겠는가. 그럼에도 사학재단들이 사학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사학법 개정안'마저 거부하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신입생 배정거부'를 강행하고 나선 것은 대다수 사학들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교육자적 양식'마저 의심케 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방송3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방송3사의 보도는 단순 상황전달, 대립 및 갈등구도가 중심이었으며, 그나마 MBC만 8일 보도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사립학교법을 진단하는 데 그쳤다.


SBS, '대립 및 갈등구도' 강조


방송3사는 이번 사태를 정부와 사학재단의 '정면대결' 및 '갈등'으로 보도했으며, 이 같은 태도는 SBS에서 두드러졌다. '대립 및 갈등구도' 중심의 보도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정부와 사학재단 간의 갈등 상황을 부각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본질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학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물타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KBS는 6일 보도에서 "사학측과 교육 당국의 힘겨루기", "교육 당국과 사학 법인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표현했으며, "사학측과 교육 당국의 힘겨루기로 예비 소집일을 앞둔 학생들만 혼란에 쌓인 채 자신의 장래를 불안해하고 있다"며 양비론으로 본질을 흐렸다. MBC도 6일 보도에서 "사학법을 둘러싼 정부와 사학계,정치권의 극한적인 대립 속에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고 물타기 했으며, 7일 보도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나열하며 "서로 타협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정국파행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정국파행'의 원인에 대한 분석적 비판보도보다는 현상나열적인 결과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SBS는 6일 <반발…충돌>에서 학부모단체의 기자회견마저 학부모단체와 사학재단의 대립양상으로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로 사학들의 반교육적 행태를 폭로하고 이번 사태로 학생들이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학부모단체들의 주장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SBS는 7일 보도에서도 교육부의 강경조처와 사학의 반발, 청와대·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립구도로 나열해 보도했다. 8일 <한달째 대치>에서는 "제발 그만 싸우고 해결책 좀 찾으라는 국민들 목소리가 높아"진다며 정국파행의 책임을 두 당의 정치적 대립으로 보도했다.


또한 방송3사는 비교육적인 사학재단의 '신입생 배정거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왜 사학재단들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반교육적 행태까지 보이며 반대하는지 분석해 보도해야 했다. 하지만 정작 '분석' 형식의 보도는 '교육부와 사학이 제주에서 대립하는 이유'(KBS), '학사일정'(KBS,MBC,SBS), '입장 변경 배경 및 전망'(KBS,MBC,SBS) 등의 단편적인 내용에 머물렀다. 보도내용 가운데 일부 내용으로 사학들이 학부모들의 비판여론에 굴복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인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분석한 것은 MBC가 유일했다. SBS의 경우에는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사학들의 반발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에 보다 중심을 두었다.
MBC는 6일 <입학 늦어지나?>에서 학생들의 입학일정을 집중취재 형식으로 보도했다. 7일 <고비는 넘겼지만>에서는 "다른 지역도 정부강경대응과 학부모 비난여론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라며 "이탈하는 학교가 늘면서 사학재단들의 대정부 투쟁 동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MBC는 8일 <학교는 사유재산?>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쟁점을 분석해 타 방송과 차이를 보였다. MBC는 "사학재단이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극단적인 방식까지 고집했던 배경은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고 '사학 운영비의 98%를 국민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유재산이라도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서는 법에 따른 제한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보도했다.
KBS는 사태의 본질에 대한 분석보도 보다는 교육부와 사학 간의 세 대결과 학습권 침해에 따른 비판여론 등을 쫓아가며 보도했다. 6일 <정면 대결 배경은>에서 교육부와 사학이 제주에서 대립한 배경이 "신입생 배정이 가장 먼저 이뤄진 곳"이며 "제주에서 신입생 배정이 교육당국의 뜻대로 이뤄질 경우 사학법 불복종 운동의 동력을 잃게 된다는 판단"때문이라고 교육부와 사학의 '세대결'로 보도했다.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에 대한 원인분석 보도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따른 비판여론을 비중 있게 보도했으나, 대체로 현상나열에 그쳤다. 그러나 <갈등불씨는 여전>(1.7)에서 "교육부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특히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여론의 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극단적인 행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입장바꿨나>(1.8)에서도 "무엇보다 학생을 볼모로 삼는다는 강도높은 비난 여론 때문"으로 분석했다.
SBS는 사학들의 반발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6일 <입학식 차질 우려>에서 신입생배정거부에 따른 학생들의 입학일정을 보도했다. 특히 SBS는 7일 보도에서 제주지역 사학들이 학부모들의 비판여론에 굴복했다는 점은 간단하게 언급하는 데 그친 반면, "전북 지역의 신입생 규모는 제주의 5배가 넘기 때문에…끝까지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경우 훨씬 큰 파장이 우려", "사립학교의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가 상황에 따라 급반전될 수도 있어 입학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도하는 등 갈등과 파행중심으로 보도했다.


방송3사가 사립재단들의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두고 이를 정부와 사학 들의 갈등으로 호도하며 책임소재와 사태의 본질을 물타기하고, 제대로 된 분석보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사학재단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사학법개정안 반대 투쟁을 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당성도 없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내건 투쟁에 대해서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전부터 ' 대란' 운운하며 비난해 왔던 방송이 정작 '교육대란'이 우려되었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왜 사학재단의 비교육적 행태에 대해서는 '학생볼모', '교육대란' 등등의 단어를 쓰며 비판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방송의 공정한 보도는 단순 사실 나열이나 '대립·갈등식 중계보도'가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임을 방송3사는 모르고 있는 것인가. <끝>


 

2006년 1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