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연말 '2005 연기대상'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3)
등록 2013.08.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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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방송사의 인식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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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0, 31일 방송3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 방송사의 '연기대상'은 몇몇 대작과 '국민드라마'의 등장으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고, 몇몇 연기자들은 솔직하고 재치 있는 수상소감으로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시상내용이나 진행 등은 예년과 비슷했다. '대상'과 같은 주요상의 경우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지만, '공로상', '연기자 관리용'에 가까운 '상 나눠주기' 행태가 여전히 반복됐다. 게다가 시상식 진행에 있어 앞으로 방송될 자사 드라마에 대한 홍보와 미숙한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방송사 연기대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연말 시상식'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 것을 방송사들에게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너무나 지나친 공동수상을 남발하면서 상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KBS는 이날 무려 41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줬는데, 이 가운데 '최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이 2명, '우수연기상 남자' 부문이 3명, '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이 2명 등 '공동수상'이 최대한 지양되어야 할 부문마저 '나눠주기'식으로 상을 남발했다. 이밖에도 인기상을 4명, 조연상을 남녀 각각 2명, 신인연기자상을 남녀 각각 3명, 청소년연기상 또한 남녀 각각 2명 등 거의 모든 부문이 '공동수상'으로 진행됐다. 심지어 모든 드라마의 주요 '커플'을 후보로 하여 '베스트커플상'을 선정하면서 무려 4팀(8명)에게 상을 나눠줬다. 더구나 '베스트커플상'을 받은 모든 연기자가 연기상, 신인상 등 다른 상을 받은 터라 이 상의 의미가 인기 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상을 한 번 더 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SBS도 KBS 못지 않았다. 모두 35명(중복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준 SBS는 지난해에 이어 '10대 스타상'이란 이름으로 10명의 드라마 주인공에게 상을 나눠줬고, 타방송사의 신인상격인 '뉴스타상'으로 9명을 시상했다. 또한 시상분야도 '드라마스페셜', '특별기획', '연속극' 등 방송사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연기상'을 시상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SBS 인기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였다.


둘째, 특정드라마나 특정 스타에 집중적으로 편중되는 '중복수상'이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MBC는 타방송사에 비해 상이 남발되지는 않았지만, 반면에 특정 드라마에 상이 편중되어 '중복수상'이 극심했다. '대상' 하나면 충분했을 김선아씨는 '베스트커플상'과 '인기상', '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쥐어 수상소감만 4번을 밝히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현빈씨 또한 3개의 상을 받으면서 <내이름은 김삼순>이 모두 8개의 상을 받았고, 나머지 상도 특정 드라마들에 집중되면서 단 4개의 드라마가 주요 상을 독차지했다.


세째, 연말 시상식을 '자사 홍보'의 장으로 전락시켰고, 미숙한 진행으로 일관했다.
방송3사는 올해에도 '연기대상'을 '자사홍보'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방송3사 모두 새해에 시작될 자사 드라마와 출연자를 홍보하는 시간을 빠뜨리지 않았고, 특히 MBC는 시상식 도중에 연예리포터가 자사 새 일일드라마 녹화현장을 찾아가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고 주인공과 인터뷰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또 시상식 사회를 맡은 일부 진행자의 경우 대본을 따라 읽기에 급급하다 실수를 저지르는 등 미숙한 진행을 보였고, 진행자, 시상자, 수상자 사이의 신변잡기나 말장난 수준의 인터뷰도 빠지지 않았다.


연말 시상식에서 MBC의 '특별상'을 받은 이덕화씨가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동료들이 많아 마음이 휑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힐 만큼 '2005 연기대상'이 방송3사 각각 드라마의 1년을 제대로 평가하는 장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연기대상'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드라마의 제작진과 연기자들을 격려하고, 1년 동안 방송된 드라마를 평가하며 내년을 준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연기대상'은 단순히 '자화자찬'하고 연기자를 '관리'하는 시상식 차원을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방송 드라마 문화를 향상시키고,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연기대상'이 상의 의미를 훼손하는 특정 스타 중심의 상의 남발이나 자사 드라마를 홍보하는 진부한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 방송인들에게 상을 주어야 하며, 방송대본을 쓰는 작가와 연출자 및 스탭 등 제작진을 함께 평가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드라마, 곧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본과 연출이 안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방송사의 지원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연기대상'은 그 해 방송드라마를 평가하고 새해 방송 드라마의 방향과 발전을 기원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1년간 방영된 방송사의 드라마를 평가하는 자리가 굳이 '연기대상'이라는 이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판에 박힌 '연말 연기대상'이 아니라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 가는 '연말 시상식'이 되도록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이 몇몇 스타만이 아니라 방송사 전 종사자들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


 

2006년 1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