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경찰폭력에 의한 농민 사망 관련 인권위 발표와 허 청장 문책논란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29)
등록 2013.08.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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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청장 문책’ 관련 MBC 보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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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던 농민 2명의 사망원인에 대해 1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폭력”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허 청장의 사퇴’를 두고 진행된 일련의 사안을 KBS, SBS 보도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MBC는 허 청장의 처신과 경찰폭력을 비판하고, ‘경찰청장 임기제’의 의미를 따지는 등 사태의 실체를 전하는 데 앞장 서 돋보였다.


KBS는 현장(인권위) 기자를 연결해 ‘두 농민의 사망원인’, ‘경찰의 시위진압수칙 위반’, ‘검찰수사 의뢰’, ‘경찰관계자 징계 권고’ 등 인권위의 발표내용을 상세히 전하는 보도 1건과 “내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청와대 동정을 전하는 단신 1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시위현장에서 두 명의 농민이 경찰 폭력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경찰의 폭력진압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등 인권위 발표와 관련해 반드시 따져야 될 문제들은 전혀 짚지 않았다.
SBS는 인권위가 결론을 발표하기 전에 보도를 하긴 했지만 농민 사망에 대한 인권위 조사결과는 이미 공개되어 있던 터라 “인권위 조사결과 전용철 씨와 홍덕표 씨가 경찰의 폭력적 진압 때문에 숨졌다는 사실은 확인했다”고 보도하긴 했지만, 여타 시위진압수칙 위반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했고 대신 “일부 위원들이 농민들의 불법 시위 때문에 진압이 격해졌다는 경찰의 해명을 일부 수용해 권고 수위를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인권위 내부논란을 다뤘다. SBS 역시 이번 사안의 중요성과 관련해 경찰폭력을 지적하는 보도는 하지 않았다.
반면 MBC는 3건의 보도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폭력 때문에 두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당시 시위진압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인권위 조사 결과를 상세히 전하는 한편, “이렇게 경찰폭력 때문인 것으로 인권위 조사결과 드러났지만 경찰은 그 동안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해 왔다”며 ‘전 씨가 집앞에서 넘어져 다쳤고 지병이 있었다’, ‘경찰이 직접 가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 온 경찰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홍덕표씨가 추가로 사망한 뒤에도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권위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은 인권위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경찰 책임을 언급하고 나오자 매우 당혹해하는 분위기”라며 “허준영 청장의 진퇴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고 보도해 쟁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MBC는 “한 시위현장에서 경찰 폭력 때문에 민간인 2명이 숨진 것은 5, 6공 때도 없던 일”이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강경진압에 대한 경찰총수의 인식이 국회에서 도마에 오르기까지 했다”며 허 청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이제 최대관심은 경찰 수뇌부에 대한 문책 여부”라며 “취임 이후 유달리 인권경찰, 인권지킴이를 표방해 왔던 허준영 경찰호가 다름 아닌 인권문제 때문에 깊은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허 청장 사퇴 관련 MBC 보도 돋보여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뒤 허 청장의 거취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때도 KBS와 SBS는 소극적 보도로 일관했다.
KBS는 노대통령이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으로 남용될 경우 국민의 피해가 치명적인만큼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대국민사과 내용을 전하면서 “대통령은 아울러 폭력 시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시민 사회 단체의 책임 의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시민 사회 단체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 나가자고 말했다”며 ‘폭력시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자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허 청장의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권위의 조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사죄한다면서도 사퇴할 뜻은 없다고 밝혔”고 “농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중계식으로 보도했다. 특히 “한편 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집회와 시위에 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미 벌어진 사안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내세우며 본질을 흐리는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SBS도 “두 농민이 경찰 방패와 진압봉에 맞아 숨진 것은 정부가 죄를 지은 것이라는 표현을 써서 노 대통령은 용서를 구했다”며 노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내용을 전했다.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불행의 발단은 폭력 시위였던 만큼, 폭력 시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시민사회와 함께 마련하겠다고 노 대통령은 말했다”며 KBS처럼 ‘시민사회단체의 책임의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소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 청장 거취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 반드시 물러나야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는 허 청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의 당면 현안을 자기 손으로 마무리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긍정적’ 표현을 사용해 보도했다.


MBC는 달랐다. 이날 MBC는 “노무현 대통령이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 오늘 국민에게 사과했다”며 대국민사과 내용과, 허 청장 사퇴문제, 정치권 반응, ‘경찰청장 임기제’의 의미 등 모두 6건의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허 청장 사퇴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경찰청장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는 만큼 경질할 수 없으며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노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경찰청장 스스로 물러나주기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예정돼 있는데도 허 청장이 먼저 기자회견을 갖고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가 매우 불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허 청장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분위기’를 전했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는 상황에서 피임명권자인 경찰청장은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허 청장의 사퇴거부가 간단한 사안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허 청장이 대국민사과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것과 관련해 “2년 임기의 청장으로서 사퇴가 아니라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는 것”이라는 허 청장의 입장을 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상황을 여전히 농민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경찰청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상세히 전했다.
정치권 반응에 대해서도 경찰청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입장을 전하고, “경찰청장 거취에 대한 공식 언급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의미를 부여했다”며 여당의 공식입장을 전함과 함께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찰청장이 자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해 ‘허 청장 사퇴’가 정치권 전반의 요구임을 강조했다.
‘집중취재’ 형식으로 보도된 <경찰청장의 소신?>, <임기제 참뜻은?>은 더욱 돋보였다.
<경찰총장의 소신?>에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은근히 물러나기를 바랐는데도 임기를 내세워 자리를 지키는 경찰청장, 어떻게 보십니까?”라며 꼬집은 다음 “그동안 허준영 경찰청장은 줄기찬 사과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며 허 청장을 비판했고, 지난 7월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위 당시 경찰의 과잉폭력진압과 관련해서도 “허 청장은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결국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서울청 기동단장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농민시위의 지휘관으로 다시 나섰다”고 지적했다. 또 ‘허 청장의 소신’이 “검찰에서 피의자가 구타로 사망했을 때 검찰총장이 임기가 남아 있었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희생자가 2명이나 나왔지만 임기를 당당하게 내세우는 경찰청장, 허 청장의 사과가 과연 진심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허 청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임기제 참뜻?>에서는 “임기제가 당초 도입 목적과는 달리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임기제의 참뜻은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폭력 과잉진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허 청장이 ‘임기를 지키겠다’고 ‘소신’을 밝힌 것이 이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KBS, ‘의제축소’ 하려나


허 청장이 이처럼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자 28일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는 경찰청 앞 대규모 노숙단식투쟁을 시작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였고, 정치권에서도 허 청장 사퇴론이 확산되는 등 이 사안이 우리 사회 긴급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KBS는 여전히 이 날 단 한 건으로만 보도하며 사안의 중요성을 전혀 쫓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KBS가 의제축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다.
전날 정치권 반응을 전혀 다루지 않았던 KBS는 ‘농민단체’의 규탄 움직임을 간단하게 다룬 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농민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정치권의 반응도 각 당별로 간단하게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전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으며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음에도 그저 각 당의 입장을 단순하게 다루는 데 그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날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노숙투쟁을 시작하며 경찰과 충돌하면서 집회 참가자가 경찰의 방패에 의해 도로로 떠밀리면서 지나가던 차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KBS는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SBS는 이날 3건을 보도하며 이전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위 농민 사망과 관련해, 허준영 경찰청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확산…정치권에서는 탠핵까지 거론됐다”며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도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 열린우리당의 사퇴요구와 ‘허 청장을 탄핵소추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 반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또 허 청장에 대해 “사퇴만이 책임지는 건 아니라던 허준영 청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허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집회가 한창이었”지만 “허 청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허 청장은 일단 수사권 조정까지 본인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속 소신을 지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허 청장의 사퇴거부를 ‘소신’으로 표현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밖에 “농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범대위의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에 대해 보도하고, 집회참석자가 부상당한 사실도 전했다.


MBC는 일관된 보도태도를 유지하며 허 청장과 경찰을 압박했다.
“경찰청장 사퇴를 촉구하는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에 대비한다며 이 일대에 투입된 경찰은 1700여 명, 그러나 시위대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며 “경찰의 과민반응 속에 시위 참가자가 또 부상당했다”고 범대위의 시위와 경찰의 대응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시위에 가세하려던 대학생 수십 명을 경찰이 에워싸고 한 시간 동안 통행을 가로막기도 했다”,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인권단체 회원 등 70여 명을 포위하고 음료수 반입까지 막아 비난을 받고 있다”며 “경찰이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폭력적으로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는 등 경찰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지적했다.
또한 “어제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오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점차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허 청장의 상황을 전했고, “내부에서는 은근히 현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시도도 엿보였다”며 ‘평화시위문화정착 태스크포스팀 첫 회의를 열고 과잉진압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경찰의 동정도 다뤘다. 아울러 “일단 경찰 내에서는 허 청장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경찰이 여론과 지나치게 동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며 경찰 내 이견도 보도했다.


‘두 농민이 경찰 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인권위의 발표로 촉발된 허 청장 사퇴논란은 허 청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이 과정에 일부 방송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태도는 사안의 중요성과 너무 동떨어져 사안을 바라보는 KBS의 인식에 의문을 가지게 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MBC 보도는 ‘MBC다운 것’으로 돋보였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MBC가 지금의 보도태도를 꾸준히 유지해주길 기대하며, KBS의 보도개선을 촉구한다.<끝>


 

2005년 12월 29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