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13)
'사학법 개정' 관련 방송보도 아쉽다
.................................................................................................................................................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나라당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사립법인연합회' 등 일부 사학재단에서는 '학교를 폐쇄하겠다'며 극단적인 반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이후 '사학이 전교조에게 먹힐 것'이라며 학교에서 '이념교육'이 횡행할 것이라는 둥 구시대적인 색깔공세까지 펼치고 있다. 일부 신문들도 이들의 비이성적이고 반교육적인 반발을 앞장 서 대변해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에 방송보도들은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의 색깔공세 등에 휘둘리지 않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왜 이뤄졌는지' 등을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의 초점을 주로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 VS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대립구도에 두어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3사의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보도 중 가장 돋보인 보도는 12월 10일 SBS의 <도입 배경은?>이었다. 이 보도는 사학들이 자율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학교 재단의 폐쇄적 운영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도입배경을 짚었다.
SBS는 이 보도에서 '학교공금 2백억을 제 돈처럼 빼돌려 사용한 대학재단 이사장', '억대의 돈을 받고 교수를 채용해 40억여원을 챙긴 대학 재단' 등 "투명하지 못한 재단 운영이 몰고 온 사학비리"의 예를 소개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이런 비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감시장치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립학교라고 해도 학교운영금의 90% 이상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만큼 재단의 폐쇄적 운영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교육부 입장을 소개해 사학재단들이 마치 학교가 자신들의 사유물인 듯 '재산권 침해' 주장을 펴는데 대해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보도했다.
나아가 '사학비리가 교육부실로 이어진다'며 "횡령과 족벌운영, 금품수수 등 고질적인 사학 비리가 근절돼야 학생들을 바로 가르친다는 사학의 건학이념도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보도해 사학법 개정이 사학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방송3사는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9일 공통적으로 개정안의 내용을 소개하며 사립학교 운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짚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서 사학단체들의 근거없는 색깔공세를 비판없이 소개해 문제로 지적되었다.
KBS는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로 사립학교 운영에 일대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의 4분의 1을 외부에서 임명하도록 한 것이 핵심내용"이라고 보도했다. 또 "족벌로 운영되거나 거수기 역할만 하는 비리 재단 이사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개방형 이사제"라고 설명하고 '사학이사장 교장 겸직 금지', '사학교장 중임 4년 임기제', '대학 평의회 설치' 등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전했다. 다른 한편 KBS는 <"환영" "무효투쟁">에서 "사학 단체는 의식화된 이사진이 선임돼 교육이 좌경화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사학재단들의 무분별한 '색깔공세'를 비판없이 소개하기도 했다.
MBC도 "사학법 통과로 앞으로 사립학교 운영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주요 내용을 짚었다. 특히 "사학재단의 고질적인 비리는 대부분 이사회가 이사장의 측근들로 구성돼 학교가 이사장의 사유물처럼 이용됐기 때문"이라며 "오늘 통과된 사립학교법의 핵심은 폐쇄적인 이사회의 문을 열어 1/4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는 것"이라고 '개방형 이사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 "사립학교의 재정의 80, 90%가 다 정부의 보조금이다. 그런데 그 돈을 자기 개인돈인양 …(사용했다)"는 사학 내부고발자의 인터뷰와 "공익이사제가 도입이 되면 학교가 투명성이 확보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새나가는 일, 이런 것은 없어질 것"이라는 사립대 교수협의회 관계자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사학재단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며 사학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사학재단들의 '학교폐쇄' 움직임 등을 소개하긴 했지만 "학교폐쇄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교육부 입장도 덧붙였다.
SBS 또한 "우여곡절 끝에 사학법이 통과됨에 따라 사학재단의 오랜 운영 관행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졌다"며 타방송사와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KBS, MBC가 더 이상의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SBS는 다음날 후속보도에서 '사학법 개정' 이유를 제대로 짚어 차별성을 보였다.
그러나 SBS는 9일 <"학교 폐쇄 강행">에서 사학재단들의 강한 반대 움직임을 전하면서 "사학법인연합회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전교조가 학교 경영권을 장악할 수도 있게 된다면서 곧바로 학교폐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며 근거 없이 전교조를 공격하고 '사학법 개정'의 내용을 왜곡한 사학재단들의 주장을 단순하게 소개해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3사의 이번 사학법 개정 관련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벌어진 정치권의 충돌을 다룬 부분이었다.
방송3사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을 하루 앞둔 8일부터 "정기국회 막바지에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KBS),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국 주도권 경쟁까지 겹쳐 있어 이번 정기국회도 막판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MBC),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도 맞대결과 충돌로 치닫고 있다"(SBS)며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고 사학법 개정을 '몸으로도 막겠다'고 반발하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촉발된 국회의 대치상황을 단순하게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정당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9일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직권 상정돼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회의장 앞에서는 일찌감치 몸싸움이 시작…한나라당측과 이를 막으려는 열린우리당측의 힘겨루기…의장석 주변에 인의 장막을 쳐"(KBS), "격렬한 몸싸움 끝에 국회를 통과…국회 본회의장은 폭력으로 얼룩져…밀고 밀리다 본회의장 입구의 유리창은 산산조각…욕설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난투극을 방불…여야 의원들끼리 엉켜 목을 조르고 발로 밟는 육탄전이 빚어져"(SBS), "격렬한 충돌 속에 통과…국회 본회의장은 또다시 격투장…양당 의원들의 몸싸움이 시작…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해"(MBC) 등 자극적인 용어와 충돌 장면을 부각해 마치 '스포츠 중계' 하듯 대치 과정을 보도했다.
이후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여야와 이해단체들의 정면 충돌 양상은 연말 정국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SBS), "여야의 힘겨루기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국 주도권 확보와 맞물리면서 험난한 연말정국을 예고하고 있다"(KBS), "쟁점에 대한 입장차이가 여전한 데다 감정의 골까지 워낙 깊어진 상황이어서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MBC) 등 국회 파행의 근본 원인인 한나라당의 행태에 대해 별다른 비판 없이 그저 '정치권의 구태'로만 접근했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수구신문들도 계속해서 색깔공세를 퍼붓고 있다. 사학재단들의 반발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들은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이번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 무분별한 색깔공세, 정치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끝>
2005년 12월 1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