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위 신문본사 직권조사 및 관련 조선·동아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1)
불법경품 없으면 신문사 문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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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공정위가 조선, 동아, 중앙일보와 헤럴드경제에 대해 신문고시 준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자 12월 1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온갖 왜곡된 논리를 펴면서 직권조사에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주장은 신문시장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탈법 행위'를 합리화하는 궤변이자, '경쟁의 룰'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언론탄압'으로 모는 몸에 밴 악습이다.
조선일보는 1일 기사에서 이번 조사를 "위축된 신문시장에 대한 공격"이라고 전제하고 "신문사 생존", "한국적 미풍양속" 등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불법 경품 제공행위를 합리화 하는 한편 공정위 조사를 폄훼하고 있다.
"신고포상제 시행 이후 신문 홍보 수단도 극히 제한됐다"거나 "홍보지 활용을 규제, 신문사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불법 경품 없이 생존이 불가능함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신문업계 오랜 관행과 한국적 미풍양속에 따라 아파트 경비초소, 빌딩 및 상가 경비실과 양로원, 고아원 등에 무료로 신문을 배포하고, 파손에 대비해서 덤으로 신문을 지국에 보내고 있다"는 주장 역시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불법 경품'이다. 누가 합법적 무가지 제공을 금지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일부 신문의 적반하장 격 대응이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해온 공정위의 탓이라고 본다.
1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공정위가 내세운 신문본사 조사의 근거와 시기를 문제 삼았다. 두 신문은 공정위가 밝힌 조사의 근거가 '2003년 민언련 신고'를 명분으로 2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조사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우리 단체는 2003년 이후 끊임없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 지국들의 신문고시 위반 실태와 사례, 신문본사 차원의 개입 의혹 사례 등을 발표하고 공정위에 신문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해 왔다. 올해만 해도 4월 신고포상제가 시행된 이후 9차례에 걸쳐 신문지국들의 신문고시 준수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신고포상제 실시 초기에 대폭 감소했던 신문고시 위반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높아져, 10월과 11월에 이르면 조선, 중앙, 동아 신문지국들의 신문고시 위반율이 60%에서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신문 본사 차원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11월 7일에도 우리는 언론개혁국민행동 주최의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본사 직원이라며 무가지 6개월과 전화기를 제공한 사례,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같이 취급하는 지국에서 한겨레 구독자에게는 2개월 무가지를 주고 조선일보 구독자에게는 6개월 무가지를 주는 사례 등을 제시하며 본사 차원의 불공정거래행위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2003년 신고를 조사의 주요한 근거로 들었다고 하니, 조선일보보다 우리가 먼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 우리는 1일 동아일보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공정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공정위가 자체 조사해 밝히기를 바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그 '관계자'는 "민언련의 신고 내용이 오래전 것인 데다 신문고시 위반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본사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사석에서"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우리는 정부 여당에 묻고 싶다. 신고포상제를 제대로 실시하기는커녕 감시 대상과 '사석'에서 만나 공정위 조사에 스스로 침뱉는 일부 공정위 관계자의 행태를 방치할 것인가. 다른 대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공정위부터 단속하라.
심지어 공정위는 11월 16일 "신고포상제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문고시 위반이 줄었다"는 식의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로 일부 언론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동아일보가 오늘 1일 기사에서 공정위가 '신고 내용 이외에 일부 단체의 주장을 토대로 신문시장이 다시 과열될 기비를 보이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11월 16일 신문고시 위반이 급감했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요지의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누구 때문인가.
직무유기에 변죽만 울리다 뒷북치고, 자화자찬으로 일부 언론에 악용당할 빌미까지 제공한 공정위를 이대로 두고 보아야 하는가? <끝>
2005년 12월 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