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故 전용철 농민'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30)
등록 2013.08.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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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언론 지면'엔 왜 '농민'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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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민들의 사망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담양군에 사는 고 정용품씨가 정부의 쌀 정책을 비판하며 음독자살을 했고, 이어 13일에는 고 오추옥씨가 음독자살을 기도해 17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또한 15일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졌던 고 전용철씨도 24일 뇌출혈로 운명을 달리했다.


전용철씨는 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부상을 당했으며 16일부터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침까지 흘렸다고 한다. 지인들이 급히 충남 보령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출혈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고 다시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으나 24일 새벽 끝내 운명했다.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전용철씨의 사인이 '이유는 모르지만 뒤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몸 전신에서 발견된 피멍은 치료과정에서 생긴 것,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전용철 농민이 넘어졌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요지의 부검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반박 기자회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론은 의학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고 전용철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씨 살인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도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15일 농민대회 당시 전용철 농민 관련 목격자 진술서'를 공개하고, 15일 집회 현장에서 전용철씨가 정신을 잃고 후송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아울러 28일 허준영 경찰청장은 전용철씨의 죽음에 대해 '시위 현장에서 불상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으나, '경찰진압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6일 <폭력시위 원인도 모르며 기사 쓰나>라는 논평에서 농민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지 않고 '폭력 시위'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경찰의 폭력 과잉진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언론들의 태도를 비판한바 있다. 15일 발생한 경찰의 폭력적 시위진압에 비추어 볼 때 고 전용철씨가 시위진압 과정에서 과잉진압이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농민대회 당시 현장에서 부상당한 고인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이나 제시된 사진을 보도라도 이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한겨레는 이번 사안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주요하게 다뤘다. 한겨레는 26일자 사설 <전용철씨 사망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을>에서 "경찰은 비디오 분석 등을 해 집회 당시 숨진 전씨한테 실제 물리적 폭력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경찰이 서울로 올라오는 운구 행렬을 막아서거나, '집에서 넘어져 숨졌다'는 식의 근거 없는 예단을 언론에 흘리는 태도 등은 의심만 더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7일 범대위와 인의협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28일자 9면 <전용철씨 농민집회서 쓰러진 사진 나왔다>에서 범대위의 사진 공개는 국과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이며, 당시 목격자와 인의협 주장을 자세하게 실었다.


경향도 25일 8면 <집회 참가했던 40代농부 뇌출혈 사망 '터질듯한 農心'>이라는 기사에서 전용철씨의 사망 과정과 농민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주요하게 다루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했다. 경향은 28일 8면에 인의협의 발표를 내보낸데 이어, 29일 1면 <"시위현장 불상사로 농민 사망">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이 "전씨가 시위현장에서 일어난 불상사로 사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내용과 국과수 발표에 대해 "그것(집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은 공식 견해가 아니었다"고 해명한 사실을 보도했다. 경향은 같은 날 8면 <'과잉진압' 결론땐 예측불허>에서도 "사인규명을 위한 공동조사가 실시돼 경찰 책임이 공식적으로 밝혀질 경우 파문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위도중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강경대, 노수석, 류재을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동아는 25일자 12면 <쌀시위 참가농민 뇌출혈 사망 死因논란>에서 농민단체와 경찰의 주장을 나란히 실으며 전용철씨의 죽음을 '논란'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동아는 또 29일 8면 <농민단체-경찰, 쌀시위 참가 농민 死因 공방>에서 경찰 관계자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 씨는 시위대 뒤쪽에 서 있어 경찰과 농민이 충돌할 때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쓰러진 모습이 찍힌 사진에서도 전 씨의 얼굴과 옷 상태가 깨끗해 폭행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부각해 경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주장은 15일 농민대회 현장에서 전용철씨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것이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증거를 살펴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음에도 동아는 경찰 주장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었다.


한편 조선과 중앙일보에서는 고 전용철씨 사망과 관련해 단 한건의 기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농민들이 쌀협상 국회비준동의안 통과와 관련해 목숨을 잃어가는 데도 일부 신문들에서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들 언론들의 '국민'이라는 단어 속에 농민은 없는 것인가. 이들 신문이 비준동의안 연내 처리를 선동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보도행태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비준동의안 통과와 농민들의 억울한 죽음은 전혀 별개 사안일 수 있다. 우리는 농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는 일부 언론의 반인권·반농민적 행태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 <끝>

 


2005년 11월 3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