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순천 현대하이스코 사태’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9)
‘폭력 행위’ 부각해 본질 호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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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순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노조와 사측이 협상을 타결하고 ‘확약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노동자들도 10일간의 크레인 농성을 풀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13일 현대하이스코 10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하청업체 4곳이 위장폐업으로 대응, 120명이 해고당하면서 촉발되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노조의 인정과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원청업체인 하이스코 측은 일체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비정규노동자들은 10월 24일 새벽 크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갔고 경찰과 노동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지역사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하이스코 측은 중재에 나선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데다 농성자들에게 음식물도 전해주지 못하도록 통제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러한 사태까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신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경찰과 노동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그제서야 신문들은 한결같이 ‘폭력사태’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10월 26일 12면에 <민노총 노조원 격렬시위…경찰버스 불태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하이스코 노동자들의 농성을 처음 보도했다. 기사는 노동자들이 공장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에게 “돌멩이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맞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불을 붙여 버스 2대가 전소되고 4대가 반소됐으며 많은 차량의 유리창이 깨졌다”고 보도함으로써 시위대의 일방적인 폭력성에 촛점을 맞췄다. 더군다나 동아일보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진 배경에 대해서 “현대 하이스코 4개 하청업체의 위장 폐업으로 12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원청회사인 현대 하이스코가 해직자를 일터로 다시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만을 단순 보도하는데 그쳤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민노총 격렬 시위 경찰버스 4대 불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위대는 정문 앞에 차단벽을 세워둔 전경 버스의 유리창을 깨고 플래카드에 불을 붙여 던지는 등 밤 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전한 뒤 “민주노총 측은 올해 초 하이스코 4개 협력업체의 위장 폐업으로 근로자 12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이들의 복직을 요구해 왔다”고 한 요구 사안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7일 13면에 <협력업체 해고자 복직 둘러싼 순천 현대하이스코 사태 노사대화 없이 장기화 우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했다. 이같은 사태가 “하청업체 근로자 해고에서 비롯됐다”면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공장 점거농성, 협상전망 등을 짚어본다”고 했으나 점거 농성의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한 심층보도는 없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25일 충돌 상황을 집중 보도하고, 노조와 하이스코측의 주장을 나열하는 식의 보도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의 크레인 점거농성으로 “하루 40억의 피해가 발생” 한다는 사측의 주장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공장 내 크레인 농성자들에 대한 해산작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고 “일단은 대화로 해결하도록 설득하면서 해산작전을 준비할 것”, “지역주민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오래 끌 수는 없다”는 한강택 전남경찰청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으며, 노조측의 입장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경향은 26일 12면에 <순천 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자 복직 요구 민노총 4천여명 격렬시위>라는 기사에서 “현대하이스코 4개 하청업체가 위장폐업하면서 근로자 12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이들 업체의 폐업은 노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노동자 측 주장을 보도했다. 그러나 경향이 하이코스 노동자들의 농성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무관심했던 결과 지속적으로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겨레는 지난 9월 13일부터 8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다른 신문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 한겨레는 9월 13일 12면 <순천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4곳 폐업 140명 실질/ 비정규직 노조 “위장폐업” 복직투쟁>에서 “이들은 연평균 1800만원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지난 6월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한 뒤 회사 쪽에 노사교섭을 요구”했지만 “하청회사들은 노조설립 이후 노조간부들의 부당 전출과 폐업으로 맞서고”있다고 보도 했으며, 10월 25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멈춰>, 10월 27일 <비정규직 노조-경찰 충돌 ‘불상사’ 터져도…/ 현대하이스코 “대화 거부” 일관> 등의 기사를 통해 객관적 관점에서 농성의 근본 원인과 전개과정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비정규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이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한 순천 현대하이스코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측과 경찰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고 노동자들의 ‘폭력성’을 부각해 문제의 근본원인을 은폐하는 ‘선정적 물타기 보도 행태’를 보였다. 노사의 ‘상생’을 말하면서도 정작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폭력사태’만을 부각하는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의 고질적인 반노동적 보도행태는 ‘상생’은 커녕 노사갈등을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한 원인임을 우리는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2005년 11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