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삼성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9.29)
등록 2013.08.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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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삼성관련 보도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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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간담회에서 삼성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등에 대해 법리논쟁을 벌인 것,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도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삼성그룹이 휘두르는 기형적이고 비대한 영향력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X파일 사건’은 삼성이 대통령 선거에까지 개입해 민주주의를 유린하려 했다는 사실을 드러냈으며, 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삼성의 위헌 소송과 법안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일개 재벌의 이익을 위해 경제 관련 법률이 훼손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삼성비판’ 발언은 발언 사실 자체로 뉴스가 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삼성이라는 일개 재벌이 자사의 기형적 지배구조를 지키기 위해 시장의 상식적인 룰을 어떻게 흔들어 왔으며, 법안의 수립 과정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들을 살펴보면 삼성의 기형적인 지배구조 문제나 이를 지키기 위한 삼성의 행태들에 대해 공영방송인 KBS, MBC가 SBS 보다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방송사는 SBS다. SBS는 27일 뉴스의 첫 머리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후,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SBS는 <지배구조 바뀔까?>에서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설명하며, ‘과거에 취득했더라도 금산법을 어기고 금융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는 방향’으로 금산법이 개정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거진 편법증여 문제를 거론하며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을 전했다.
SBS는 28일 <“시간준뒤 강제처분”>에서도 “정치권에서는 삼성 견제론이 신중론을 압도하는 분위기”라며 삼성의 구조개편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열린우리당의 금산법 개정안을 소개했으며, 한나라당 역시 크게 반대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KBS는 27일 노 대통령의 발언과 그에 대한 해설보도를 뉴스 첫머리에 비중 있게 다루기는 했으나, ‘금산법 개정’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지배구조 바뀔까>(9.27)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설명하며 금산법 개정 방향에 따라 최악의 경우 삼성이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순환출자의 고리는 약화될 것이라고 법안 개정에 따른 상황을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KBS는 28일 <“때리기 아니다”>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비판한 것이라면서도, ‘삼성 때리기’가 아니며 ‘윈윈 타협책 모색’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MBC는 27일 이번 사안을 네 번째 꼭지에서 다뤘으며 단 한 꼭지 보도한데 그쳐, 방송3사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28일 보도에서도 ‘구조개편’ 요구를 받은 삼성측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태도 문제”>(9.27)에서 MBC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여당안대로 금산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 “5년 동안 지배구조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권의 편법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MBC는 28일 <쌓이는 고민>에서 금산법이 ‘5% 넘는 지분을 처분하되 5년 유예기간’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소유권 침해로 위헌시비의 소지가 남고 자칫 삼성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법안이 통과되면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할 삼성 계열사 간의 지분문제와 그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를 ‘삼성의 고민거리’로 보도했다.


우리는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재벌이 소유한 SBS 보다 삼성의 문제점을 다루는 데 소극적인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최근 보도국 간부가 삼성으로 이적해 안팎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MBC가 삼성과 관련해 소극적 보도태도를 보인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앞서 MBC는 첫 ‘X파일’ 보도에서도 KBS, SBS 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성역 없는 비판에 나설 때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한편 그동안 재벌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SBS가 삼성의 문제를 보도하는 데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화는 긍정적이다. SBS는 올해 초부터 보도부분의 강화를 꾀하면서 재벌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비판하는 보도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 이번 금산법 개정안과 관련된 대통령의 삼성 비판을 두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에 초점을 맞춰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이 같은 SBS 보도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 <끝>

 


2005년 9월 29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