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주성영 의원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9.28)
피감기관과의 '폭탄주회동'에 '폭언추태'까지 싸고도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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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의 '주성영 감싸기' 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신문은 22일 주 의원과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대구지검 정선태 차장이 27일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호텔 바 여주인에게 실언을 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자, 기다렸다는 듯 주성영 의원이 정 차장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쓴 '억울한 피해자'라도 되는 양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나섰다. 이들은 정 검사의 성희롱 발언만이 문제인 듯 몰아가며 주 의원이 국정감사 중에 피감기관 관계자들과의 술자리를 주선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이 자리에서 폭탄주가 오가는 구태가 벌어졌다는 점, 주 의원 스스로가 시인했듯이 술자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내뱉는 등 국회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추태'를 부렸다는 점 등은 문제조차 삼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 이들은 최소한의 술자리 진상조차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 의원과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음모론'을 부각시킴으로써 사건을 정치공방으로 몰아갔다. 또한 이들은 주성영의원의 오마이뉴스 관련 발언을 부각해 보도하거나 만평으로 강조해 오마이뉴스 깍아내리기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동아일보는 28일 2면에 <한나라 "술자리 사건은 정치공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대구 술자리 성폭언 사건'의 당사자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아닌 동석했던 검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정치공작 논란으로 비화했다. 한나라당 측은 '이번 사건은 10.26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과 일부 언론, 시민단체가 주 의원을 성폭언의 주역으로 날조한 정치적 공작'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로 시작됐다. 사건의 책임이 '동석한 검사'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따라 사건은 주 의원에 대한 '음모'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정치적 공방으로 넘어갔다고 규정한 것이다. 기사는 또 <"성적 표현 부적절한 언행은 검사가">, <"주 의원에게 덮어씌운 정치공작이었다">라는 중간 제목을 달아 주 의원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이강철씨 측근 '이걸 왜 사건화 안합니까' 협박" 한나라 녹취록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를 덧붙여 자신과 이번 사건의 관계자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담았다며 주 의원이 내놓은 녹취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의 내용은 모두 주 의원의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네컷 만평 '나대로 선생'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다. 만평은 "주 의원에게 덮어씌우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폭탄주를 마시고 부끄러움을 잊는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주 의원을 '피해자'로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기사의 양은 동아일보보다 적지만 물타기의 '교묘함'에 있어서 한 술 더 뜬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4면에 <대구 '술자리 폭언' 당사자는 주성영 의원 아닌 검찰 간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회 법사위 국감 뒤 '술자리 폭언' 당사자로 지목한 대구지검 정선태 1차장이 "실언을 했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로 시작됐다. 주 의원의 '해명'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일 뿐 아니라 정 차장이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힌 것을 주 의원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처럼 교묘하게 처리한 것이다. 또 '대검 한나라당에 사과'라는 중간제목을 달아 "대검찰청의 정상명 차장은 이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정선태 검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하고, 당에 사과했다"고 썼다. 이어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이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사건은 전혀 사실과 다르게 왜곡 날조된 사건"이라고 말했다는 것과 한나라당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자 4명을 추가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붙여 대검의 사과가 '정 차장의 잘못을 잘 못이 없는 주 의원이 뒤집어 쓴 데 대한 사과'인 양 교묘하게 편집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정상명 대검 차장은 이날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이 주 의원만의 잘못인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고 쓴 것보다 더욱 교묘한 물타기다. 최소한 동아일보는 검찰이 이번 사태가 '주 의원만의 잘못'으로 비춰진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썼으나, 중앙은 검찰이 모든 잘못이 정 차장에 있는 것으로 사과한 것인 양 호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선태 1차장 "술 취해 실언" 잘못 시인> <한나라 "오마이뉴스가 왜곡 보도했다">를 작은 제목으로 쓰는 등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주 의원과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측의 입장은 철저히 외면해 최소한의 균형도 지키지 않았다. 한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27일 법사위 국감장에 나타난 주성용 의원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그의 몸짓을 "결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캡션을 달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중앙, 동아에 비해 '형식적 균형'은 갖추었으나, '주성영 감싸기'라는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6면에 <정선태 차장검사 "내가 실언">, <주 의원 "오마이뉴스·시민단체가 조작">, <"주성용의원도 잘한 것 없다">는 세 건의 기사를 실었다. <정선태 차장검사 "내가 실언">에서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주성용 의원과 동석한 대구지검 정선태 차장검사 사이의 '진실게임'이, 검찰 자체 조사 결과 일단 정 차장 쪽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건의 근본책임이 있는 것처럼 단정했다. 또 <주 의원 "오마이뉴스·시민단체가 조작">에서는 주 의원과 한나라당의 '음모론'을 중심으로 싣고, 오마이뉴스 등의 반론은 기사 말미에 짧게 덧붙이는 데 그쳤다. 다만 조선일보는 <"주성용의원도 잘한 것 없다">는 기사를 함께 실어 "주 의원이 이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주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한 의혹을 덧붙여 동아, 중앙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만평은 중앙, 동아의 기사보다 더 노골적으로 '주성영 피해자론'을 부각시켰다. <친절한 '검'자씨>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조선만평'은 대구지검 정선태 차장이 오마이뉴스를 향해 "어이, 술자리 폭언한 사람은 나야!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주성용 의원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다 "오마이갓!"이라고 놀라며, 그 옆에 오마이뉴스로부터 두들겨 맞은 것으로 보이는 주성영 의원이 쓰려져 있다. 오마이뉴스가 잘못한 것이 없는 주성영 의원을 엉뚱하게 괴롭히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선태 검사의 사과로 '잘못된 보도'를 한 오마이뉴스가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한편, 평소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태도를 보였던 한겨레신문이 정 검사의 사과로 "사건의 주된 당사자로 지목됐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한시름 놓는 표정"이라고 쓰는가 하면, '음모론'을 정치공방 차원에서 다룬 것은 일부 언론이 만드는 잘못된 보도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향신문도 정 검사의 사과 이후에도 여전히 남는 '의혹'들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음모론'에 대해서는 공방 차원에서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소속 검사들과 '폭탄주 회동'을 갖고, 이를 주성영 의원이 주선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주성영 의원이 폭언 등의 추태를 부렸고, 정선태 검사가 성희롱 발언을 해 공인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은 주 의원을 감싸고 사태를 정치공방으로 몰고 있다. 이같은 보도행태는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사이의 부적절한 술자리'라는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는 것이자, 정선태 검사의 성희롱 발언으로 주 의원의 폭언을 덮어버리려는 교활한 행태다. 정선태 검사가 자신의 성희롱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해서 피감기관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마련하고 폭언을 저지른 주 의원의 행태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폭탄주 문화를 근절하겠다며 '폭소클럽'라는 국회내 모임까지 가입해 놓고 폭탄주 술자리를 주도하고,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던져버리고 폭언을 한 주 의원의 행태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문제다. 아울러 주 의원이 주도한 술자리에 함께 해 술을 마신 다른 의원들과 검사들도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상응하는 문책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 의원은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자숙하기는커녕 구차한 변명과 '남탓하기'로 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시민단체를 매도하더니, 급기야 근거없는 '음모론'까지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의 잘못을 엄정하게 문책하기는커녕 두둔하면서 '음모론'에 힘을 싣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보궐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걸핏하면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주 의원과 한나라당의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이번에도 거들고 나선 것은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만들고, 추태를 부린 주 의원의 잘못을 왜 추궁하지 않는 것인가? 백번 양보해 주 의원과 한나라당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주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와 의무를 던져버렸음이 드러난다. 아무리 '친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받는 신문들이라 해도 명백한 잘못은 질타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갖추어야 마땅하다. 주 의원은 지난해 '면책특권'을 악용해 이철우 의원을 '간첩'으로 몰아붙이는 등 지속적으로 폭언과 구태를 일삼아 온 인물이다. 이번 사건 후에도 그는 "오마이뉴스를 쓰레기라 욕하면 전국의 쓰레기들이 떨쳐 일어날 것"이라는 등의 언어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이같은 그의 '폭언 실력'은 이번 사건에서 그가 어떤 폭언과 추태를 저질렀는지 더욱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주성영 의원은 피감기관과 폭탄주 회동을 강행함으로써 국회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국회는 주 의원을 비롯한 동석 의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덧붙여 주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이제 언론들이 할 일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주 의원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일이다. <끝>
2005년 9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