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 발표'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8.31)
등록 2013.08.20 15:08
조회 380

 

 

 

조선·중앙·동아는 국적을 분명히 하라
.................................................................................................................................................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방응모, 김성수, 홍진기 등 조선, 동아, 중앙일보 전 사주들과 박정희, 김활란, 백낙준, 장지연 등이 포함됐다.
60년이 지나도록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은 부끄러운 역사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지며 국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을 통해 시도되는 친일 청산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하지만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사전편찬의 역사적 의미는 외면한 채 인물 선정기준에 대한 '논란'을 부각시키면서 이번 친일인사 명단발표의 의미를 폄하하기에 바빴다.


동아일보는 30일 6면 기사 <편협한 사관으로 유권해석… 여론몰이 우려> 등에서 선정 기준과 형평성, 의도의 '순수성' 등을 문제삼으며 흠집내기로 일관했다.


중앙일보 역시 1면 <장지연 선생도 친일?>, 사설 <친일명단 발표 문제 있다> 등을 통해 명단 선정 기준과 의도를 문제 삼았다.
특히 중앙은 <장지연 선생도 친일?>, <"일정직위만으로 친일파 규정문제">(8면)에서 편찬위가 "단순히 일제 때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 낙인을 찍는 것"으로 보도해 사실까지 왜곡했다.
또 사설 <친일명단 발표 문제 있다>는 "그렇지 않아도 과거사 문제로 온 나라가 몰입해 있는 이때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여 새삼 몇 천 명의 명단이 발표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단체가 공정하다고 인정해 줄 근거도 없다. 그러니 옳고 그름의 공방만 일어나게 돼 있다"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자체를 부정적으로 몰아갔다.
뿐만 아니라 "당시 어쩔 수 없이, 혹은 그것이 현실인 줄 알고 처신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니 "'역사의 심판'이라는 기준보다는 '역사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서, 그 이후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공을 세운 분들"을 "몽땅 친일로 낙인찍는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어떻게 유지해 갈 것인가"라는 등의 주장을 펴며 친일행위를 두둔하고 친일청산 자체를 폄훼했다.


조선일보는 4면 <언론인 장지연도 포함 '논란'> 한 꼭지만 보도해 이번 친일명단 발표에 애써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친일행위 없어도 일정직위 있었다면 책임"이라는 멘트를 소제목으로 달고, 신기남 김희선 의원 부친을 제외해 편파 논란이 있다는 점과 선정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을 실었다. 또 "친일인명편찬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 소속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지원금 8억원과 친정부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모금한 7억 5000만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정략적 목적에 따라 이뤄지는 것처럼 호도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이번 발표에 관해 그 의미와 파장, 선정기준과 각계반응, 구체적으로 발표된 각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들의 친일행위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또 한겨레는 1면 <청산안된 친일파 광복뒤에도 지배층>, 4면 <'돌팔매' 맞기는커녕 미군정서 '승승장구'>, 5면 <조 중 동 '뿌리' 모두 불명예> 등의 심층보도를 통해 편찬위의 발표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일파들이 광복 뒤에도 각계 요직을 차지하며 한국사회의 지도층으로 활동한 점을 상세히 다뤄 친일인사 명단 발표의 역사적 의의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1면 <친일인물 3,090명 발표 '파장'>, 4면 <'국민의 힘으로' 친일청산 첫발>, 5면 <국권침탈 식민통치에 협력 자발적 반민족행위자 해당> 등을 통해 1차 명단의 선정배경과 기준, 뒷얘기, 이후의 파장을 다뤘다. 이어 <방응모 김성수 홍진기 '뜨거운 감자'>, <"왜 빠졌나" 형평성 논란>에서는 논란에 대한 편찬위 측의 설명을 실었다.
특히 5면 기사 <親日공개 뒤엔 '재야 사학자' 있었다>는 친일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친일파총서'를 집필하던 중 세상을 떠난 사학자 임종국 선생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임종국 선생이 부친의 친일행적을 인정하고 일제 잔재의 청산에 일생을 바쳤고, 이번 편찬위가 발표한 명단에 그의 부친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친일인명사전은 엄정한 역사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 중앙, 동아 등은 이번 명단 발표에 대해 선정기준 문제, 선정의 형평성 문제, 민간단체의 권위에 대한 문제제기, '애매모호한 용서론' 등등으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제기는 사실왜곡, 자의적 해석에 기초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들은 선정의 구체적 기준이나 개인별 선정사유의 불충분함 등을 문제삼고 있으나 이는 문제삼을 것이 못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명단을 발표할 때 선정기준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개인별 선정 사유 등은 사전제작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또 이들 신문은 '항일언론인'으로 알려진 장지연, 박정희 등이 명단에 포함된 것을 내세우며 편찬위의 명단발표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친일 낙인찍기'인 것처럼 호도했다.
그러나 편찬위는 한때 친일의 경력이 있더라도 이후 상당기간 은거하거나 일절 친일활동을 하지 않아 '소극적 저항성'이 인정된 경우, 엄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명단에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한때 항일 행위를 했더라도 이후 훼절하여 적극적인 친일에 나섰다면 '과거의 반일'이 친일을 상쇄하거나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편찬위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지연이 비록 1905년 시일야방성대곡을 썼다고 하나 1910년대 매일신보를 통해 내선일체를 찬양하는 등 일제에 부역하는 다수의 글을 썼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정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자발적으로 일본군관학교에 들어가 일본괴뢰정부 만주군 중위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또 신기남, 김희선 의원의 부친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을 들어 선정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나아가 명단발표를 '정략적 의도'로 몰아가는 것도 이들의 '흔들기' 속내를 뻔히 드러내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미 신기남 의원의 부친이 2차 심의대상이라고 밝혔으며, 김희선 의원 부친의 경우도 친일행적에 관한 근거가 제출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공직자는 무조건 포함' 운운하는 것도 의도적 왜곡이다. 편찬위는 수십 개의 간행물 등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분야별 특성을 감안해 단순한 '공직진출 여부'가 아니라 적극적 친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일정 직위 이상을 대상에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편찬위가 왜 '생계형 친일'과 '적극적 친일행위'는 구별되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지 조차 이들 신문은 모른단 말인가.


민간단체에 의한 명단 발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번 명단발표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공식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이들 신문은 이번 명단이 "편협한 사관으로 유권해석"(동아)한 것, "친정부 매체가 모금한 돈으로 추진되는 사업"(조선)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민족문제연구소와 편찬위원회를 "공정하다고 인정해줄 근거가 없다"(중앙)고 몰아붙였다.
또 "순수성에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이런 발표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행사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등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나 이는 오직 흔들기를 위한 정치공세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들의 민간단체 운운하는 보도가 오랫동안 친일문제 및 과거사문제를 안고 이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 씨름해온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며 이들 신문이 민족문제연구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를 촉구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번 친일인명 사전의 편찬 사업은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이에 분노한 일반 시민들이 폭발적인 참여로 성금을 모아준 덕분에 지속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편찬을 가로막는 친일보수신문의 행태는 국민의 뜻에 대한 도전임을 분명히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들 신문의 '진상규명 없는 용서론'에 반대한다.
가장 노골적으로 '친일파 용서론'을 편 신문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역사의 심판"이 아닌 "역사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친일을 보자거나, "그 시절을 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명단 발표를 비판했다.
아울러 중앙, 동아는 명예훼손 논란이 있다거나, '그 인물의 삶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한다'는 식의 주장도 폈으며, 조선일보는 "폭압적인 정치권력하에서 강요된 행위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과거청산이 아니다"라는 등의 주장을 부각시켰다.
이번에 명단을 발표하면서 편찬위는 이들을 "단죄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을 밝혔을 뿐이다. 진상규명 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사후처리를 하는 것이 과거청산의 합당한 순서이다. 무조건적인 '용서론'이 진상규명을 가로막기 위한 물타기 논리임을 국민은 모르지 않는다.


일부 신문들이 '친일청산'이라는 말만 나오면 온갖 왜곡된 논리를 동원해 방해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사 사주의 친일행위에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인가. 아니면 '친일사주'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의 발로인가. 아니면 조선 중앙 동아는 친일청산조차 반대할 정도로 '반민족적인 사고'로 똘똘 뭉친 집단이란 말인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친일청산과 사전 편찬에 찬성하고 있다. 친일청산 문제를 놓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조선 중앙 동아는 도대체 어느 나라 신문인가. <끝>


 

2005년 8월 3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