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사 PD에 대한 외주제작사의 금품 제공 의혹' 관련 민언련 논평(2005.8.23)
등록 2013.08.20 15:07
조회 308

 

 

 

외주시스템 재검토의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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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간부와 PD들이 외주제작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22일 한겨레신문은 국내 유명 외주제작사가 방송사 간부 및 PD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내역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ㅅ프로덕션은 정연주 사장 취임 전인 지난 2003년 1월 방송3사 간부 등에게 설날 선물비용으로 2,090만원어치의 상품권 및 굴비 등을 전했으며, 특히 KBS 간부들에게는 수백만원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한다. 또 2003년 KBS 월화드라마 '00'의 촬영을 위해 파견된 KBS PD 및 카메라 감독에게 '야외비' 명목으로 매달 각각 200만원에서 100만원을 주었는데, 드라마 촬영 중 승진을 해 연출을 그만둔 PD도 야외비를 계속 받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 문서에는 드라마 '00'에 출연한 단연배우들의 출연료를 실제 비용보다 부풀려 지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이 부풀린 비용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MBC 기자 및 간부들이 취재를 명목으로 로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또다시 언론인에 대한 로비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지금 우리 언론계에 최소한 언론인으로써 지켜야 할 양식과 도덕성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다.


ㅅ프로덕션의 주요 로비대상이었던 KBS는 철저하게 자체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KBS는 지난 2003년 9월 1일 노사합의로 KBS 기자 및 PD들의 개인윤리지침을 담은 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이 윤리강령에 따르면 3만원 이상의 식사와 향응 접대는 물론 금전·골프 접대 등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KBS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윤리강령의 준수여부를 감독키로 했다. 그런 만큼 KBS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 공영방송의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거액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간부들이 아직도 주요 요직에 있으며, 야외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PD는 심지어 드라마팀 팀장이라고 한다. 또 ㅅ프로덕션은 이번에 문제가 됐던 드라마 '00'(2003년) 제작 이후 꾸준하게 KBS드라마를 제작해 왔으며, 최근 방송되는 드라마 가운데에도 ㅅ프로덕션이 제작하는 드라마가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비리를 넘어,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국방송은 이제라도 철저한 조직개혁과 혁신을 통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다시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건을 방송사들의 외주제작사 선정 및 운영 등을 포함한 외주제작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되풀이되어온 방송사 간부 및 PD들에 대한 외주제작사들의 불법적인 로비 및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등등의 문제를 우리는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비리로만 보기 어렵다고 본다. 외주정책과 외주제작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고 시정할 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외주제작과 관련된 불협화음은 끝없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리에 연루된 KBS 종사자는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KBS는 자사 종사자의 비리행위를 철저하게 진상규명해야 한다. 뇌물을 준 외주제작사도 비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진상을 규명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아울러 우리는 올바른 외주정책의 방향과 시스템마련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끝>

 


2005년 8월 2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