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회찬 의원의 ‘뇌물검사 명단공개’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8.19)
등록 2013.08.20 15:05
조회 309

 

 

 

‘뇌물검사’가 피해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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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이른바 ‘X파일’ 테이프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법무부와 검찰의 전·현직 고위 간부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 공개와 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해왔으나, 결국 검찰이 아닌 노회찬 의원을 통해 이들의 이름이 알려짐으로써 검찰은 다시 한번 ‘망신’을 당하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홍석현씨와 이학수씨 대화의 녹취록을 보면 검사들에 대한 ‘떡값’ 제공 논의가 너무나 구체적이며, 삼성이 인맥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검찰 관리’를 해왔다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다. 검찰과 해당 검사들은 법조인이 삼성의 불법 로비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임에도 ‘오리발’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한편, 노 의원의 녹취록 공개를 보도하는 일부 언론들의 태도는 ‘떡값 검사 감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7명 검사들의 실명을 모두 밝히면서 보도한 신문들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조선일보 정도이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검사들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 의원의 녹취록 공개의 ‘부작용’과 ‘불법성’ 논란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A6면 <‘X파일 희생자’ 나오기 시작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의 작은 제목은 <사실관계 확인없는 폭로 논란…통비법 위반행위 해당>, <金차관 “억울하기 짝이 없다…수사 응해 진실 밝힐것”>이다. 한마디로 실명이 밝혀진 검사들이 ‘X파일의 희생자’들이며 노 의원의 공개가 부당하다는 것, 당사자들은 억울해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4면 <불법 도청 후폭풍 ; 노회찬 의원 “삼성이 검사들 관리”, 거명 당사자 “돈 받은 일 전혀 없다”>, <“내 이름 왜 끼워 넣나…법적 대응할 것”>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들에서 중앙일보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이 어떤 경로를 통해 테이프를 입수했을 경우 이번 같은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것”, “면책특권의 한계나 남용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라며 녹취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조장’하고 나섰다. 이어 “국회 내 발언이라 해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직무상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다”라는 법학 도서의 한 부분을 소개해 노 의원의 ‘떡값 검사’ 명단 공개를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몰았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위 기사들과 나란히 <“이상호 기사, 돈주고 불법 녹취록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이상호 기자가 마치 불법을 동원해 ‘X파일’ 테이프를 입수한 것처럼 몰기도 했다.
한편, 방송 3사도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회찬 의원이 ‘X파일’에 거명된 검사들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있다. 노 의원의 명단 공개를 그동안 무차별적인 색깔 공세, 정치 공세에 면책특권을 악용했던 사례들과 비교해 ‘무분별한 폭로’, ‘면책특권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몰고가서는 안된다.
‘X파일’은 정-경-언-검 유착의 엄청난 유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그 의혹을 철저히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다. 삼성이 막강한 자본력과 인맥을 통해 법조계 인사들을 ‘관리’해 왔다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검찰은 요지부동이며 국민들은 ‘떡값 검사’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노회찬 의원이 ‘떡값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에게 왜 ‘면책특권’이 필요한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법 로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생활보호’가 악용되어서는 안된다. 언론들은 노 의원이 공개한 명단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심층 취재하라. ‘떡값 검사’들을 피해자인양 호도하는 일부 언론들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X파일’의 실체는 결국 드러날 것이다. 그 때 ‘떡값 검사’들을 비호한 행위에 대해 언론은 국민들에게 무어라 해명할 것인가? <끝>


 

2005년 8월 1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