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뉴스데스크 ‘731부대 생체실험 오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8.17)
언제까지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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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731부대에서 자행된 생체실험 장면이 MBC에 입수됐다”며 <끔찍한 생체실험>을 보도했다. 동상실험, 페스트균 강제투입, 살아있는 인체에서의 장기적출 등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생체실험 장면이 뉴스에 등장했지만 주요장면 대부분이 731부대를 다룬 중국영화 <흑태양 731>의 영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특종’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방송에서 있을 수 없는 ‘오보’로 판명 난 것이다.
MBC 보도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걸러지지 않은 문제의 보도는, 이를 본 시청자들이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하면서 ‘오보’ 여부가 드러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상파방송이자 공영방송인 MBC의 신뢰도가 추락한 순간이다.
MBC는 다음날 곧바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러시아에서 문제의 화면을 입수했지만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한 점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끔찍한 생체실험>을 보도한 기자가 문제의 화면을 입수하고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고의에 의한 ‘조작’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MBC의 사과에서도 알 수 있듯 ‘특종’화면의 검증을 소홀히 한 ‘실수’이거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일은 ‘실수’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MBC는 최근 <음악캠프>의 ‘성기노출’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시청자들의 ‘용서’를 구하는 과정에 있다. 또 삼성과 중앙일보의 ‘정관계 불법로비’ 의혹을 담은 이른바 ‘X파일’을 먼저 입수해놓고도 보도에 주저하다, 막상 터트려 놓고도 ‘X파일’의 본질인 ‘정경언검 유착’ 실태를 파헤치는 일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어 시청자와 시민사회에 실망을 안겨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MBC에게 이번 일은 돌이키기 힘든 신뢰도의 타격을 입혔다. 노조위원장 출신의 개혁적인 사장의 등장으로 MBC가 내부의 개혁은 물론 한국사회의 개혁적 과제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MBC의 연이은 실책은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다.
MBC가 이번 일을 딛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 ‘실수’랍시고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가벼운 징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올해 초 ‘MBC 보도에 대한 기획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획일화된 뉴스틀에 안주한 내용 없는 보도로 시청자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MBC가 보도부문에서 변화의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X파일’ 보도나 이번 ‘오보’로 볼 때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으로 판단된다. 부디 MBC가 철저한 사태 뒷수습과 함께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절치부심’해주길 바란다. <끝>
2005년 8월 1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