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심재철 의원이 대표 발의 한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7.29)
등록 2013.08.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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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흔들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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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심재철 의원이 대표 발의 한 신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내에서 공식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의 의원을 살펴봐도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 위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7월 28일부터 발효되는 신문법의 주요 조항들을 무력화하거나 개악시키고 있으며, 2004년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이나 최근 조선일보의 신문법 위헌소송 청구서의 주장보다도 훨씬 더 개악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은 언론자유를 신문사 사주의 자유로 왜곡하고, 여론다양성 보장과 신문의 편집 자율성 보장, 신문 산업 진흥을 위한 고민이 거의 없다고 비판받아 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조선일보의 청구서 내용 역시 사주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언론인을 종업원으로 전락시킨 안이라고 지적받아 왔다.


심재철 위원 대표 발의 개정안에서 신문법을 개악했거나 삭제한 주요 조항을 살펴보자.


첫째, 개정안은 정기간행물 사업자와 인터넷신문사업자는 뉴스 통신이나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방송사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하여(제15조 1항) 신문법을 개악했다. 신문시장의 여론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신문사업자가 방송마저 함께 겸영하게 될 경우, 언론의 민주적 여론형성 기능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 작년 신문법안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주장했던 한나라당도 독점적 여론을 형성한다는 비판여론에 밀려 지상파 겸영의 경우에는 시장점유율이 20% 미만의 일간신문사업자만 방송사업 참여지분 10% 이내만 가능하다는 등 ‘조건부 겸영’을 허용하는(한나라당안 제11조 2항) 기만적인 행태를 보인 바 있다. ‘뉴스전문채널 겸영’이라는 속내가 뻔 한 주장까지 한 조선일보의 청구서에도 ‘지상파 방송의 겸영은 여론 다양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청구서 9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재철 의원의 개정안은 여론 독과점이나 여론다양성의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조차 없는 안이다.


둘째, 개정안은 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삭제하고 그냥 공정거래법의 기준에 따르도록 했다. 신문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조선일보마저도 위헌 청구서에서 “일반 상품시장과 여론형성력이 문제가 되는 언론시장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같을 수 없고 양자에 차별을 두는 것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102쪽)”며 사실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다. 단지 ‘1개 사업자 30%와 3개 사업자 점유률 60%’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요건에 대해서만 ‘합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요건도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합리적 근거’가 있다. 2004년 신문법안에서 한나라당은 인수합병의 경우, 일간신문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결과적으로 3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11조 3항)고 밝힌 바 있다. 즉, 1개 일간신문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상한선이 30%라는 점은 여야 모두가 합의한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은 특별한 이유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삭제했다.


셋째, 개정안은 편집위원회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언론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도대체 심재철 의원은 이번 ‘X파일 사태’를 보고 느낀 바도 없는가. 단적으로 이번 사태에 사주가 연루된 중앙일보는 축소보도와 물타기성 보도 등으로 의제왜곡에 앞장서고 있다. 신문지면이 이처럼 사유화되고 있는 상황이야 말로 역설적으로 ‘편집위원회’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심 의원이 주장하는 ‘언론자유’는 ‘언론사주의 자유’이거나 누구나 쉽게 신문을 발행할 수 있고 여론 독과점 현상도 두드러지지 않던 고전적 자유주의 시대의 낡은 언론관의 소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넷째, 개정안의 신문발전위원 추천 조항은 더욱 가관이다. 문광부 장관이 국회 문광위의 추천의뢰를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한다는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 사실상 문광부의 추천 몫을 무력화시키고 있다(제26조 3항).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언론중재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방송위원회가 신문발전과 어떤 관련성이 있어 신문발전위원의 추천권을 갖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심의기능을 하거나 방송정책기능을 하는 기구들이 신문발전위원회의 추천권을 행사한다는 발상은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혹 신문발전기금을 조성하는데 있어 방송발전기금을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방송위원회의 추천권’을 준 것은 아닌가. 다섯째, 개정안은 신문법의 신문유통원 조항을 삭제하였다. 신문유통원의 설립 취지는 과도한 유통비용 해소를 통해 심각한 신문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독자에게 다양한 신문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언론자유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신문사들의 재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공동인프라 구축자금을 처음에는 국가에서 지원하고, 운영 주체는 지분을 투자한 참여 신문사와 공익기관들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신문에 이익이 되고 국민에게 신문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자유를 주게 되는 신문유통원을 왜 반대하는 것인가? 신문사 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신문 유통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삭제했다는 심 의원의 주장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애초 신문유통원이 바로 그런 취지로 설립되었다는 것을 ‘국회 문광위 위원’인 심 의원이 정말로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딴죽을 거는 것인가.


최근 ‘X파일’ 문제로 인해, 여야합의 과정에서 후퇴했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등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법 개정안을 후퇴시키는데 일조했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부끄러움도 모르고 이 법안마저 무력화하려고 나섰다. 심지어 앞뒤도 맞지 않는 어거지 법안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에 더 어이가 없다. 심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 선량’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이나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005년 7월 2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