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삼성-홍석현-중앙' 사슬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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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대선 당시 재벌과 언론, 정권의 유착 실상을 드러낸 이른바 'X파일'에 관한 중앙일보의 보도를 보며 우리 회는 비판하기에 앞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어쩌다가 우리 대표적 메이저 언론사라는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부끄럼이나 자기반성도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것인가.

중앙일보는 25일 1면에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사설의 제목과 달리 중앙일보의 지면은 부적절한 유착관계에 대한 구차한 변명, 자사를 비판하는 다른 언론사들을 향한 겁박, 도청의 불법성과 음모론 부각을 통한 물타기 등으로 넘쳐났다.

<"중앙일보는 물론 다른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1면), <"조선·동아 지금 제정신 아니야…역겨워">(3면), <불법도청 테이프 유출, 왜 특정 기업·언론사 것만 나도나>(4면) 등의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중앙일보가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중앙일보는 전(前) 안기부 미림팀장 공 아무개씨가 24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 가운데 다른 언론사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부분을 적극 부각시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한 곳이 초상났다고 좋아서 그래선 안 되며 언제 상대방도 발칵 뒤집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도청을 통해 여러 언론사들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등의 공씨 발언이 거듭 인용됐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이 같은 보도 행태는 한마디로 겉으로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과를 방패삼아 뒤에서는 모든 언론사를 끌어들이는 '물귀신작전'으로 또 다른 동업자 카르텔을 형성해 중앙일보에 겨누어진 화살을 분산시키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편 중앙일보는 'X파일'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불법도청' 문제만 부각시켜 정·경·언 유착의제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또 'X파일'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철저하게 '삼성'과 전 사주이며 1대주주인 홍석현씨를 보호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기도 하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보도를 회피내지 축소했던 중앙일보는 이학수, 홍석현씨가 MBC를 상대로 이른바 'X파일'에 대한 보도금지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자신들이 'X파일'의 당사자임을 스스로 밝혔음에도 기사에서 이들의 이름과 삼성을 실명으로 쓰지 않고 있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이번 기회에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공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중앙일보는 삼성-홍석현-중앙일보로 이어져온 정언유착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금 즉시 중앙일보사 내 양심적인 언론인들과 노조가 '비상대책위' 등을 구성해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소유분산과 공익재단 구성을 통한 홍씨 소유지분의 처리 등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끝>

2005년 7월 2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