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 정상회담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5.6.14)
'한미동맹 목적론' 벗어나 '한반도 평화'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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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과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 정부 일각의 대북 강경론이 잇따라 나온 상황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부시대통령이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언급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또 일부 미국 언론과 국내 일부 신문들의 우려와는 달리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의 현안이 정상회담의제가 되지 않아 이를 놓고 양국 정상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지 않은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향후 처리를 위한 정부당국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13일 주요 신문들은 모두 관련 사설을 싣고,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과 '동맹의 건재함을 확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동맹을 균열시킨다고 비난해왔던 일부신문들도 회담의 성과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한미간 현안을 풀어가는 방향제시 과정에서 신문들은 평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양국 정상이 이견을 극복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신문은 사설 제목도 각각 <韓美정상의 '한 목소리'를 지켜 나가려면>(조선), <韓美 갈등 수습, 미봉책 안되려면>(동아)으로 뽑아 이들이 두 나라 사이의 '이견 해소'와 '이견 없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양국 대통령이 북핵과 한 미동맹 두 가지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며 공조 체제를 과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만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 동안 한 미 정상이 만나면 총론에서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정상이 헤어지고 나면 정상 간의 대화나 합의와는 전혀 다른 말을 서슴없이 내놓아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키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특히 우리 측에 그런 증상이 심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우려,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을 미리 단속하고 나섰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한 미 두 나라가 북핵같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 미 간 틈새를 이용하려는 북한에 빌미를 주는 것일 뿐 아니라, 동맹관계의 기반인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며 "한 미 정상의 '한 목소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 '정상회담 이후'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한미동맹과 북한 핵 해법은 긴밀히 연계된다는 점에서 두 정상의 발언은 시의 적절했다고 본다"고 전제 한 후 "동북아 균형자론과 작전계획 5029, 주한미군의 '전략적유연성' 등을 놓고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논란을 일으켜 온 우리 정부가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동안의 '편향된 대북·대미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잇따라 있을 남북 접촉에서 정부가 북한에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거부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도록 정부가 부질없는 '민족 공조'에만 매달린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 한반도위기극복의 중요한 한축인 '민족공조'의 중요성을 폄훼하기까지 했다.
중앙일보도 한 미 양국의 이견이 "정리"됐다는 데 의의를 두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은 한 미 정상회담 의미 잘 읽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 미 간에 불거졌던 동맹 불화설 및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북한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해 조선 동아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겨레신문도 사설 <이제 북한이 대답해야 한다>에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상응하는 대답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천명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미 강경파들의 공세가 한풀 수그러들고, 6자 회담 재개를 비롯해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방식에 숨통이 틔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핵 문제를 푸는 최대 고빗길에서" 한미 동맹과 관련해 큰 이견이 표출되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도 "바람직한 결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한겨레신문은 "남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 미 정상회담이 거둔 것과 남긴 것>에서 한 미 두 나라 정상이 '한 목소리'를 내고 미국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좋은 신호를 보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경향신문은 이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곧 실질적인 '북핵 문제'의 해결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두 나라 정상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해 갈등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동북아지역내 다른 분쟁에 휘말릴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 미 간 현안에 대한 본질적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는 평소 우리 정부의 '자주노선'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한다고 비난하고, 정상 회담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 "동북아균형자론이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주장을 부각하는 등 '한미동맹 위기론'을 부추겼던 일부 신문들에게 무조건적인 폄훼나 '흔들기' 빌미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회담 과정에서 한미 간의 갈등이 언론에서 부각되는 데 대해, 부시대통령이 노대통령에게 "신문을 보지 말라"는 '조크'를 했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로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위기'를 부각했던 일부 신문들을 당황시키며 '한 목소리'를 과시했다.
우리는 이미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현안을 놓고도 미 강경파의 강경노선에 동조하는 듯 우리 정부가 미 강경파와 다른 목소리를 낼 때마다 '융단폭격식 공세'를 퍼부으며 우리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가로 막아왔다고 지적한바 있다.
우리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의 문제에 대해 향후 우리 정부가 취할 정책적 방향의 원칙은 분명하다고 본다. 한반도평화와 민족화해협력의 원칙이 그것이다. 당연히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나 대북 무력 사용 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명확하게 반대의 뜻을 밝혀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동맹을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이견'을 표출해서는 안된다거나 '민족 공조'를 무의미한 것으로 폄훼하는 일부 신문의 '한미동맹 목적론적 주장'에 분명히 반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들 신문에게 '미국은 동맹, 북한은 적국'식의 냉전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21세기형 평화의 관점에서 한반도 사태에 접근해주기를 당부한다.<끝>
2005년 6월 1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