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신문협회의 '창경궁 명정전' 만찬장 사용」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6.2)
등록 2013.08.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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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서 만찬 즐기며 권력 향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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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가 세계신문협회 서울총회의 마지막 행사로 국보인 창경궁 명정전을 만찬장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게다가 신문협회 측은 애초 약속과 달리 행사장에 술을 반입했으며, 참가자들이 곳곳에서 담배까지 피었다고 한다.
명정전은 국보 226호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루던 장소로, 창경궁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관람객들의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흡연장소도 따로 정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은 신문협회가 가지고 있는 '특권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반 국민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만찬장'으로 사용하고, 심지어 주류까지 반입하는가.
고궁을 만찬장으로 사용할 경우 직접 조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음식물을 데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화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며, 음주와 흡연의 경우 주최 측이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문화재가 훼손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데도 신문협회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와인과 맥주, 샴페인 등의 주류를 반입하고, 참가자들의 흡연을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신문협회 관계자들은 '문화재 보호'라는 기본 상식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인가. 이런 '특권'을 누리고도 '언론탄압' 운운하며 약자인 양 하는 행태도 말이 안된다. 백번 양보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외국 손님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더라도 관람을 할 일이지 굳이 고궁을 만찬장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허가해준 문화재 관리청도 책임이 크다. 문화재청은 기본적인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문화재 장소 사용허가 규정을 담은 시행규칙이 만들어 진 것은 지난 3월 11일로, 문화재청은 '장소사용 심의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인 3월 18일에 이 행사를 허가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이미 지난 해 경회루를 세계검사대회의 '만찬장'으로 허가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러니 문화재청이 '권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은 특권층들의 만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해 우리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이 '영향력 있는 집단'들에게 국보를 만찬장으로 내준 행태는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한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6월 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