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뉴스추적 '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04.21)
등록 2013.08.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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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선정적 접근을 경계한다

 

 

 

지난 19일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이 방송한 <"나는 DJ의 딸입니다"-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는 '탐사보도'를 내세운 '선정주의적 의혹부풀리기'의 전형이다.
이날 방송에서 <뉴스추적>은 2000년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생활을 숨기기 위한 '특수사업'과 관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뉴스추적>의 구성과 내용을 볼 때 우리는 <뉴스추적>이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지극히 선정적인 소재를 이용해 시청률을 높여보겠다는 의도가 앞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 <뉴스추적>은 '진승현 게이트' 과정에서 언급된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가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을 '관리'하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혹을 설득력있게 제기하지도 못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몇몇 익명의 취재원들의 발언 외에는 객관적인 연관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날 의혹을 제기한 취재원들은 익명의 제보자, 진승현씨 측근, '사건의 내막을 아는' 고위 관계자 등이다. 이 정도의 취재원이 제기한 주장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온갖 의혹들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둘째,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몇 사람의 주장을 근거로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딸'과 '진승현 게이트' 사이의 새로운 의혹을 다루는 것이 적절했는가 하는 의제설정의 적합성도 문제다.
유명정치인에게 '혼외의 딸이 있다'는 주장은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이며, 만약 당사자가 재임중이거나 피선거권자로 출마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방송이 적극 취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대중씨는 이미 퇴임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공직에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에게 혼외의 딸이 있다는 주장은 탐사보도의 대상이 될만한 소재가 아니다.


셋째, 우리는 SBS가 프로그램의 취지를 '권력자의 개인적인 치부를 가리기 위해 국가권력기관이 나서 게이트로까지 번지게 한 구태의연한 행태'를 추적하는 데 있는 것처럼 설명했으나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은 최고권력자였던 인물의 사생활을 선정주의적으로 파헤치는 데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추적>은 이날 방송분의 상당 시간을 김 전 대통령의 딸을 낳았다는 여성과 그 딸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들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데 할애했다. 만일 '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의도였다면 딸 김 아무개씨를 찾기 위해 93년 모 대학의 졸업생 명단을 뒤지고, 대학교수라는 김씨의 이모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또 억지로 시간을 메우기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김씨 모녀의 생활비를 지원해 줬다는 조풍언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 가고 정대철 전 의원과 김홍일 의원 등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토록 자세히 다룰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만나서 확보한 '증언' 혹은 '자료'들이다. 그러나 <뉴스추적>은 그들을 만나 잘못된 국가정보기구 운영의 실상을 드러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듯 했다.
게다가 <뉴스추적>이 '진승현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프로그램의 제목을 굳이 "나는 DJ의 딸입니다"라고 뽑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뉴스추적>이 방송되기 진전 SBS 8시뉴스는 <"나는 DJ의 딸">이라는 제목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이 나타났다"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와 같은 정황은 우리가 <뉴스추적>의 이날 방송이 '권력기관의 구태'를 파헤치기 보다는 '대통령의 숨겨진 딸'에 초점을 맞춰 시청률 상승 효과를 노린게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실제로 이날 <뉴스추적>은 평소 시청률에 배에 가까운 14.8%(TNS분석)를 기록했다.
우리는 <뉴스추적> 제작진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권력기구의 구태'를 파헤치겠다는 취지로 이날 방송을 기획한 것인가? 현 시점에서 <뉴스추적>이 다루어야 할 우리 사회의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가 '전직 대통령의 딸'을 둘러싼 의혹이었나? 혹 과거청산 분위기에 왜곡되게 편성해 최고 권력자였던 인물의 숨겨진 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방송에서 다룰만한 '공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포장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것은 아니었는가.
만약 <뉴스추적>이 진정으로 '진승현 게이트'의 실체를 밝혀내고자 한다면 보다 철저한 취재와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제대로된 고발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딸과 진승현 게이트에 대해 재수사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청산분위기에 편승한 물타기 논란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우리는 SBS에도 당부한다. SBS가 내세우는 '보도프로그램 강화'는 보도프로그램의 시청률 강화가 아닐 것이다.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본래의 취지를 살려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일이 사측의 역할이라고 본다. 메인뉴스를 통한 선정적인 프로그램 홍보가 '지원'이 아님은 명백하다. SBS 보도프로그램의 질적인 성장을 기대한다. <끝>
 

 

2005년 4월 2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