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홍석현 주미대사 위장전입 관련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4.19)
'힘내세요, 회장님' 2탄인가
前 중앙일보 회장이자 주미대사인 홍석현씨의 불법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홍 씨가 주미대사로 내정되었을 당시, 우리는 홍 회장의 탈세 전력과 함께 그가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거대 족벌신문 중앙일보의 회장이라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주미대사 내정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홍 대사의 불법 위장전입이 불거진 것은 사필귀정이다.
홍 대사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은 1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며 대주주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6일 4면에 <홍석현 대사 재산 730억 신고>와 <"일부 부동산 편법 전입 죄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앞의 기사는 홍 대사의 재산이 730억이라는 사실과 청와대가 홍 대사의 위장 전입 문제에 대해 "투기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뒤의 기사는 홍 대사가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편법 전입'에 대해 사과했다는 내용으로 홍 대사의 '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 대사에 대한 중앙일보의 이같은 보도 태도는 앞서 위장전입이 드러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보도와 딴판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 등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까지 써서 이들의 '도덕성'을 질타하고 공직사퇴를 주장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통을 감수하면서 고위공직자가 갖추어야될 최소한의 '도덕성 기준'을 높여가는 과정에 있다. 그 기준이 특정인에게는 엄격하고 특정인에게는 관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신문이 자사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홍 대사의 편법행위에 대해서만 소극적인 보도태도로 '해명성' 기사를 내놓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뿐만 아니라 언론으로서의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홍씨가 대사로 임명된 직후 중앙일보 문창극 논설주간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대주주가 주미대사가 됐다하여 할 말을 못하고, 쓸 말을 못 쓴다면 그것은 중앙일보의 불행이며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호언을 한 바 있다. 지금 중앙일보가 보이고 있는 보도행태는 한마디로 "중앙일보의 불행이며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인 셈이다.
우리는 지난 99년 홍씨가 보광 탈세사건으로 구속될 때 일부기자들이 보인 '자기 사주 감싸기'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그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중앙일보를 읽고 있는가.
아울러 중앙일보의 이번 보도 행태는 대주주로부터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한 족벌신문의 병폐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자본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
2005년 4월 1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