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헨리 하이드 의원 반박 발언' 관련 주요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3.16)
등록 2013.08.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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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세포적 '한미동맹의 동굴'에서 빠져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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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매파 정치인의 말이라면 무조건 떠받드는 조선, 중앙, 동아가 부끄럽다.
10일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북핵 6자회담 관련 청문회에서 우리 국방백서의 주적 삭제를 문제삼고,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재고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누가 적인지 말하라'는 협박성의 발언도 했다.
1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자, 15일과 16일에 걸쳐 조선, 중앙, 동아가 일제히 정 장관을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12일 조선, 중앙, 동아는 일제히 사설을 싣고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을 호들갑스럽게 전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라'는 요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은, 사라지고 있는 '주적' 개념을 한국 정부에 강요하는 행태며,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한국 정부의 자주성을 철저히 무시한 대북지원 재고 요구는 한마디로 내정간섭적 발언이며, '도움을 받으려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라'는 협박은 '동맹국'에 취할 수 없는 오만하고도 무례한 태도다. 더욱이 일본의 독도 분쟁 주도, 대만을 둘러싼 중-미 갈등 고조 등 미국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발언은 미국의 '6자회담 폐기'와 대북 강경책으로의 선회 가능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이른바 '메이저신문'들은 한미 관계 위기에만 초점을 맞춰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그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정 장관을 비난하고 정 장관이 한미동맹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몰고 있다.


16일 조선일보는 <'빈 말'의 강성 외교는 위험하다>는 사설에서 정 장관의 반박이 "미국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증폭시키는 모습을 취하는 그런 판단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발언의 당부(當否)를 떠나 외교적 대처에서 서툴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한·미 간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외교는 "단순한 '빈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힘에 바탕한 말'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 장관의 발언을 '빈말'로 몰고 "'빈말'의 강성 외교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아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언한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말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즉각 몸을 곧추세우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미국은 정말 '한국의 적은 누구인가'를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이렇다할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조선일보는 자국 정부에 대해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미국이 정말 한국의 적은 누구인가'를 생각할지 모른다고 겁박하는가 하면, '몸을 곧추세운다'는 따위의 표현을 쓰면서 대미 저자세를 요구했다.
정 장관의 발언이 한미간에 논란을 키운다는 식의 주장도 엉뚱한 책임 떠넘기기다. 한미 관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하이드 위원장이며, 그의 발언을 비판하기는커녕 대서특필하고 나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한국 신문들이다. 이렇게 논란을 키워놓은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의 해당 책임자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 장관의 대응은 부족한 감마저 든다.


동아일보 역시 16일 사설 <미-중-대만 긴장 속에 한미 불화 커지면>을 싣고 정 장관의 발언을 비난했다. 사설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지킬 핵심 축"이기 때문에 "단선적 사고나 감정적 대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전제한 후 "이런 점에서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동의할 수 없다'고 직접 대응한 것은 일말의 우려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 장관의 발언을 '단선적 사고', '감정적 대응'으로 몰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동아는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이 미 의회와 정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미국 측이 불신하는 원인을 성찰하고 치유책을 모색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며 우리 정부가 공개적인 반박에 앞서 미국의 불신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라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주변국들과의 복잡한 정세를 감안할 때 "답은 역시 한미동맹"이라며 "상황이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 한미동맹부터 추슬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더욱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무조건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것이야말로 '단선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동아일보에게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한미동맹'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당사국으로서 '평화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맹목적인 '한미동맹' 보다 중요한 일이 아닌가.


중앙일보는 조선, 동아보다 하루 앞선 15일 <한·미 공조,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를 실었다. 사설은 정 장관을 향해 "미국과 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킬 만한 민감한 내용의 발언을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이렇게 불쑥 던질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러면 일각에서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이 나오고, '한미 관계에 적신호가 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국민사이에 퍼져나갈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입장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으니 앞으로 이런 방안을 강구하겠다"든지, "아니면 별 문제가 없다든지" "우리 정부의 대미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정 정관에게 요구했다.
한국과 미국이 한 나라가 아닐진대, 대북 문제에 대해 입장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미에 대해 '입장이 다른지 같은지를 분명히 밝히라'며 미국 매파들의 겁박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정 장관의 반박을 한·미간의 '자중지란'이라고 규정하면서 "설사 6자회담이 열린다 해도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양국 간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은 '한패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라는 의미다. 한반도 평화를 놓고 미국과 한국은 '한패'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면서까지 대미 강경책을 고수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연장에서 미 매파 정치인들이 망언을 한다면 한국 정부가 이에 제동을 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한패에서 싸움을 일으키는 일'쯤으로 폄훼하는 중앙일보야 말로 자기 민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헤아리지 못한 무례한 발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정 장관의 반박을 '당연한 일'로 평가했다. 우리는 한겨레와 경향의 주장이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한반도 평화'라는 대 원칙을 견지하는 언론이 취해야할 정도라고 본다.
조선, 중앙, 동아는 입만 열면 '국익'을 내세우면서 파병을 비롯한 미국의 온갖 요구를 다 수용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정작 우리 민족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 미국 매파와 하등 다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들의 위험한 발언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한미동맹'은 시대에 따라 그 틀과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될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어야 한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가 보이고 있는 작금의 행태는 그저 '미국의 눈 밖에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위축된 사대주의적 반응에 불과하며, 단세포적인 '한미동맹의 동굴'에 갇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결과다.
조선, 중앙, 동아는 미국 정가에서도 가장 패권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분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아울러 미 매파를 두둔하고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조선, 중앙, 동아의 태도가, 미 매파들에게 한국민 대다수의 뜻으로 받아들여져 그들의 대북 강경책에 부채질하는 결과가 올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끝>

 


2005년 3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