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행정도시 관련 여야합의에 대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25)
중앙일보는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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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해 중앙일보가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12부4처2청을 연기공주로 이전하기로 한 여야의 합의안이 '수도이전'과 다름없는 '수도분리'며,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무시한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한 중앙일보의 힐난은 민망할 지경이다. 중앙일보는 25일 사설 <한나라당은 야당 자격도 없다>에서 한나라당이 여당의 '수도분리' 시도를 막지 못했다며 "야당이기를 포기한 것", "포퓰리즘 정당의 추종정당", "열린우리당 2중대" 등으로 몰아붙였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25일 기사들을 통해 이번 합의안을 둘러싼 위헌 시비,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 이전 비용에 대한 우려, "수도분리"에 따른 충청지역과 서울 및 수도권의 상반된 부동산 시세 전망 등 부처 이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수도분리도 위헌"이라는 외부 필자의 칼럼을 실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비판처럼 여야의 합의안은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다. 무엇을 기준으로 서울에 남는 부처와 이전하는 부처가 나뉘었는지조차 석연치 않다.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행정을 고려한다면 모든 부처를 이전하는 수준의 행정도시 건설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본회의 판단이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결론은 그나마 합의안 수준의 부처 이전도 안된다는, 한마디로 행정수도 위헌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을 향해 '야합' 운운하는 속내는 '충정권의 표를 잃는 손실을 감수하고 부처 이전을 막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고 한나라당에 강요해 결국 중앙언론으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임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중앙일보의 이같은 행태를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신지역주의 조장'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논의될 정책이었지 헌재에서 법적 논란을 벌일 사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를 비롯한 조선, 동아일보 등 서울을 중심으로 인적, 물적 '권력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거대 언론들은 온갖 왜곡편파보도를 동원해 국민들에게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로 호도하고 서울과 수도권이 몰락할 듯이 호들갑을 떨어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켰으며, 마침내 헌재의 위헌 판결까지 끌어냈다. 지금 여야 합의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따져보라.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이들의 반발이야말로 국토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자신의 차기 선거를 위한 '표 관리' 차원이다.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이와 같은 정략적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 정상이다.
중앙일보는 25일 사설에서 "행정부처를 옮겨 땅값, 집값을 올린다고 국토의 균형발전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발상을 전환해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균형발전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국민과 충청도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국익을 우선시하는 보수의 진정한 모습"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중앙일보에 묻고 싶다. 정부 부처를 옮기는 일이 땅값과 집값이나 올리는 무모한 일이라면 중앙일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균형발전을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왜 '보수정당'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하도록 그 방안을 귀띔하지 못한 것인가? 서울과 수도권으로만 몰려드는 인구를 분산시키지 않고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대안은커녕 여야 합의안을 반대하는 중앙일보의 논거는 사실상 "위헌론"밖에 없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위헌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억지스럽게 해석했다. 24일 사설 <행정도시, 정략적 타협으로 강행할 건가>에서 중앙일보는 헌재의 행정수도이전 위헌 판결 취지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고 해석한 후, 이번 합의안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정신은 무색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헌재가 무엇을 근거로 행정수도이전을 위헌 판결했는지 벌써 잊었단 말인가? 헌재는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아서 위헌"이 아니라 "관습헌법을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수도를 옮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국민의 동의는 그 "관습헌법"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수단정도밖에 안된다. 그런데 성문화되지 않은 관습헌법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헌재의 판결은 사실상 "행정수도 이전은 무조건 안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헌재 판결의 의미를 왜곡하고 '여야가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므로 헌재의 결정을 무시했다'고 호통을 치고 있다.
우리는 "관습헌법"에 따른 판결 아래서 "수도분리"의 위헌소지를 없앨 수 있는 "국민적 동의"의 방식이 무엇인지 중앙일보에 묻고 싶다. 25일 사설에서 중앙일보가 한나라당을 향해 "대안을 내놓고 국민과 충청도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결국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라는 말이 아니라 '행정도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득키라는 뜻 아닌가? 차라리 중앙일보는 국민적 동의 운운하지 말고 솔직하게 '서울과 수도권의 분산은 절대 안된다', '사법권력에 기대 서울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말하라.
우리는 지난해 중앙일보가 어느 신문보다 앞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딴죽걸고 나섰음을 알고 있다. 이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뒤늦은 반대를 만회라도 하듯 왜곡, 편파보도에 나섬으로써 중앙일보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충청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의 '눈치'를 보는 사이, 또 다시 중앙일보가 왜곡된 논리로 행정도시 건설 반대에 앞장선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을 향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 용서받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기로에 섰다"고 일갈했다. 그 말은 우리가 중앙일보에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1등 신문이 되려면 좀 더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홍석현씨의 충고를 진지하게 되새겨보기 바란다. 조선일보가 주춤하는 사이 중앙일보가 수구적인 독자들을 흡수해 '1등'이 되어보겠다고 기대한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중앙일보가 조선일보와 '수구성'으로 경쟁하겠다면 중앙일보는 영원히 '짝퉁 조선일보'가 되고 말 것이다.
2005년 2월 2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