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보도로 사립학교법 문제 은폐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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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감사결과 세종대의 '재단비리'가 드러나면서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이 다시한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해 사립학교법 개정에 노골적으로 반발해왔던 조선, 동아, 중앙일보는 세종대 재단비리 사실만을 단순보도하는 등 세종대 사태로 인해 드러난 사립학교법의 문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 재단은 지난 1995년 학교법인 명의의 땅을 처분한 87억원으로 세종투자개발(주)의 주식을 100%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학교법인에는 배당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학교법인 이사장과 설립자 등은 출자회사인 세종투자개발의 회장 등으로 근무하며 37억원의 보수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장학금 용도의 교비 55억원과 연구비 8억원을 인건비 등으로 전용하는가 하면, 건물 신증축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세종대 재단의 이 같은 비리사실을 적발해 부당집행한 113억원을 반환토록 하고, 총장 등 관련자들에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재단비리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교육부는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세종대 총학생회 등은 이사회 임원들을 모두 승인 취소하고 공익적 이사를 파견해 학교를 정상화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심각한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시정계고'를 한 뒤 이행여부를 고려해 조치를 취하게 되어있어 비리 당사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리를 저지른 사람도 시정조치를 따르면 해임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사태로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재단비리를 감시할 수조차 없으며, 비리가 적발되어도 엄정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교육부가 세종대 감사를 발표하자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했던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12일 <세종대 재단, 학교에 113억 손해끼쳐>(조선/단신), <세종대 법인 校費113억 변칙사용… 교육부, 전액회수 지시>(동아/10면3단), <세종대 예산 부당집행 등 적발>(중앙/10면2단)에서 세종대의 비리사실을 단순보도 하는데 그쳤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이를 '뉴스브리핑'란에 짧게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세종대 비리사태로 드러난 사립학교법의 문제와 개정의 필요성까지 함께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12일 <'학교재산 멋대로' 세종대 비리 악취>(7면2단)에서 교육부 감사결과를 보도한 데 이어 14일 사설 <사학법 개정 필요성 키운 세종대 비리>를 실었다.
경향은 사설에서 "사학 비리가 판을 치는 데에는 대학 내에 그럴 만한 토양이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사학재단 이사회는 설립자의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비리 소지가 커도 이를 감시하고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으면 이런 비리는 절대 막을 수 없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일이 그것…앞으로 재단 이사회에 학부모나 교사 대표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최소한의 견제 역할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지적했다.
한겨레신문도 12일 <세종대 113억 부당지출 적발>(7면 5단)에서 형사처벌이 불발되었다는 점을 보도하며 박춘노‘민주세종 건설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위원장과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이사회에 '개방형 이사'가 참여하고 유명무실했던 학교운영위가 제대로 돌아가면, 학교가 '주도권 다툼의 장'이 되고 전교조에 의해 학교가 장악될 것처럼 호도해왔다. 더 나아가 일부 사학의 비리사실만 갖고 전체 사학을 매도하지 말라고 볼멘소리를 하며, 되레 사학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장 세종대 비리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제대로된 견제장치조차 없는 조건에서 이사장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는 학교 재산 113억원을 나눠먹는데에 손발을 맞췄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최소한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만 보장되었더라도 대학교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사태는 막았을 것 아닌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조선, 동아, 중앙일보는 이번에도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쏙 빼고 교육부의 감사 사실만을 단순보도하고 있으니, 이들 신문사의 사주와 일부 사학재단과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동아, 중앙은 무엇이 두려워 사학재단의 비리를 견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이토록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인가. <끝>

2005년 2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