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북한 외무성 논평' 관련 주요 신문사 및 통신사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14)
등록 2013.08.16 15:08
조회 332

 

 

 

'한반도 평화'가 대원칙이다
.................................................................................................................................................

 

 

 

지난 2월 10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6자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관계국들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언론들도 북한의 의도와 우리 정부 및 미국, 중국 등의 대응 방향,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향후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가 중단"이라는 북한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명을 핵보유 선언을 통한 '핵문제에 대한 평화적·외교적 해결의 거부'로 해석하는 시각은 드물다. 오히려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이후 핵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카드'로 초강수를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핵문제 해결에 있어 '한반도 평화'라는 대원칙을 견지해야 할 우리로서는 북한측의 이번 성명을 계기로 네오콘을 비롯한 대북강경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분위기가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고도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북한측의 성명을 비난하면서 '강경대응'과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앙일보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자체를 문제삼으며 앞장서 '대북정책 재점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도 12일 정부가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조선일보는 두 신문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대북정책 재점검'을 요구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연합뉴스는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남북특사 파견 등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남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는 초반부터 3일 동안 연속해서 관련 사설을 싣고,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11일 사설 <북, 또다시 벼랑끝 전술인가>에서 중앙은 북한의 이번 성명발표에 대해 "스스로 묘혈을 파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면 북한이 우리 의도대로 나올 것'이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기존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사설 <'새로운 상황'엔 새로운 대처 필요하다>에서도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근시안적인 정부의 대북 접근책 탓이 크다고 본다"며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 북한이 핵도 포기하고 남북관계도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이 화를 키운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정부는 '일방적 북한 감싸기'라는 비전략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사설 <북핵 대응 당당하게 하라>에서도 "한반도의 불안감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돌출행동에 대해 아무런 항의나 따끔한 경고의 발언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해서 정부로서 따끔하게 할 말은 하고, 우리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야 한다", "최소한 '경협은 계속된다'는 식의 저자세 발언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경협' 문제를 '저자세'로 규정했다.
또 3일간의 사설에서 중앙은 '한미공조'를 강조했는데, 14일 사설에서는 "정부는 사태의 추이가 명확해질 때까지는 더 이상의 성급한 발언을 자제하고 한·미 동맹의 견고성을 과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측과의 '공조'없는 우리 정부의 대응을 '성급한 것'으로 못박았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성명에 대해 '안보리 제재'까지 언급하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점검하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11일 사설 <北‘핵보유 대화거부’최악의 선택이다>에서 "북한은 핵 보유를 선언하면서 대화를 거부하는 이중의 도발"이라며 "작년 6월 이후 6자회담을 거부한 이유가 미국의 대북(對北)정책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핵 보유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선언한 이상 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제재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까지 포함해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주변국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북한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사설 <對北정책 '북핵 不容'에 맞춰야>에서 동아는 "이제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유화일변도의 대북 저자세가 핵문제 해결을 지연시킨 것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동아는 "정부가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이 될 지렛대의 동원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며 "예컨대 남북 경협의 속도 조절을 통해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반 장관은 한미 공조에 한점 흔들림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에 대해 중앙, 동아에 비해 오히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조선일보는 노골적으로 북핵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강경책'을 주장하지는 않았으나, '(북핵에 대한)불용 원칙을 뒷받침할 후속 정책', '정부 나름의 한반도 전략' 등의 애매한 표현으로 사실상 보다 강경한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조선은 11일 사설 <北, 다시 벼랑에서 核을 굴리려는가>에서 "북한의 주장이 실제로 핵보유 선언인지 아니면 핵 보유 주장으로 미국과의 대결 수위를 높이려는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은 국제사회와 정면으로 맞대결할 때만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 자기 최면(催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서는 "북한의 선언이 있기 직전까지도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고 있던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생각을 제대로 짚기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12일 사설 <北核 대처할 '한반도 대전략' 내놓아야>에서 조선은 북핵문제에 대한 정부가 "'북핵 불용(不容)'이라는 원칙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 뿐"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진실인지를 가려내고,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핵무기 불용 원칙을 뒷받침할 후속 정책을 내놓는 것", "국가의 명운(命運)을 보존할 정부 나름의 '한반도 대전략'이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며 사실상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아울러 "북핵 위기의 수위가 올라갈수록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며 "북한과는 기본적인 의사 소통도 못 하고 미국과의 공조도 문제가 있다면, 결국 대한민국은 한반도 위에서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핵(核) 게임에서 손발이 묶인 채 관중석에서 지켜 볼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한미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조선일보가 중앙, 동아에 비해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를 취하고는 있지만 이를 의미있는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조선일보는 미국 정부의 '북한인권법'과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의제화하고 있어 내용적으로는 '북한 붕괴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면서, 표면적으로만 노골적인 강경론을 자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주고 있다.


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연합뉴스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 기본적인 인식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일부 신문과 강경파 등이 주장하는 '대북 강경론'을 견제하며 외교, 평화적 노력으로 북핵문제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도록 촉구했다. 또한 남북간의 대화통로 확보를 강조하는 등 '한미공조'를 강조한 일부 신문과 확연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한겨레는 12일 사설 <한반도 평화 살리도록 기운 모아야>에서 "우리는 북한의 무모함만 질타할 게 아니라 문제를 냉정하게 보고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며 "우선 미국 행정부내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득세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14일 사설 <경계해야 할 대북 강경론>에서도 한겨레는 "북한이 6자 회담 참가 중단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는 것도 근시안적"이라며 "외교·평화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꾀하지 않는다'면서도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를 정부비판에 활용하려는 일련의 '강경론'을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정부는 북한이 6자 회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며 비료지원이나 개성공단 등에 대한 남북교류사업을 지속하고 '대북 특사교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북한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그 배경에 미국의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향은 11일 사설 <무모한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서 "북한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대북정책 전환을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던 것 같다. 그런 실망은 일면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미국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를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 상황을 개선하는 쪽보다 이런 역공세로 나서다니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사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려면>에서도 "이번 북한의 대응에 과민해진 나머지 기존 대북정책을 파탄난 것으로 간주하고,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향은 "북한은 거친 어법이지만, 실질적인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대북제재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대북 강경론의 확산을 우려했다.


연합뉴스는 10일 연합시론 <북한 핵보유 선언과 우리의 역할>에서 북한 외무성 성명을 분석하며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과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신속히 파악하고 정보교환과 상호 협조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6자회담에 앞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반도 평화안정 구축이라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실질적이고도 명분있는 대응방안을 찾아내 양측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으로 연합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불안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라며 "대북특사의 파견 등도 이제 그 시행시기를 저울질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일부 신문들의 섣부른 강경 대응론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감싸기', '저자세' 등으로 왜곡하고 이것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라는 "화를 키운 것"으로 단순화시키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태도는 언론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다.
하물며 한반도의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장을 이른바 '메이저신문'들이 이처럼 섣불리 쏟아내도 좋은 것인가? 우리는 이들이 어떤 객관적인 근거로 경협이나 인도적 지원과 같은 최소한의 남북 교류 프로그램까지 훼손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면 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조선, 중앙, 동아가 입을 모아 강조하는 '한미공조 강화'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성명 발표 이후, 대북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막연한 '한미공조 강화' 주장은 현실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조선, 중앙, 동아는 북핵 문제를 보도하는 데 있어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에 앞서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인지부터 밝히기 바란다. <끝>

 

 
2005년 2월 1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