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증권집단소송제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4)
등록 2013.08.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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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앞에선 불법·탈법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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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노골적인 재벌 편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해 증권집단소송제를 둘러싸고 재벌들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구동성으로 증권집단소송제가 실시되면 '과거 분식회계'로 소송이 남발된 우려가 있다며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한시적 면제'를 주장해왔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증권집단소송제가 시작되어도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없으며, 회계 상 과거분식을 구별하기도 어렵다며 원안대로 증권집단소송제를 통과시켰다. 그랬던 정부와 여당이 새해 들어 '경제 올인'을 내세우면서 총리가 먼저 '집단소송법 적용을 2년 유예한다'는 주장을 하더니 곧 이어 여당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아예 기업 감리 자체를 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 뒷걸음질치기'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것일 뿐만아니라, 장기적으로 볼때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켜 경제살리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 역시 '경제살리기' '기업살리기'를 내세우며 증권집단소송제를 비롯한 이른바 경제개혁 법안들의 후퇴를 종용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월 29일 사설 <분식회계 관행, 한번의 사면은 필요하다>에서 이해찬 총리의 '집단소송법 적용 2년 유예' 주장을 넘어 아예 "과감한 사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은 "과거의 잘못이 당시로선 관행이었다면, 완전히 '없던 일'로 하진 못해도 정리할 기회는 주는 게 옳다"며 "이런 과정은 집단소송의 후유증을 줄이고 경영투명성의 제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제에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각종 걸림돌을 좀 더 과감하고 종합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해 한번은 과감히 사면하고, 기업들이 또다시 불법을 저지를 경우에는 보다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는 등 노골적으로 '잘못을 봐주자'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기업에 대한 '사면요구'를 뒷받침했다.
조선일보는 2월 1일 사설 <말로 높인 대통령 지지율, 행동으로 뒷받침 해야>에서 "이번 국회에는 과거 분식회계를 2년간 소송 대상에서 유예해 주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손질, 경제특구 내 외국인 학교설치법 등의 안건이 기다리고 있다. 재계가 기업활동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건의한 내용들"이라며 "이런 안건들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를 국민들은 실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월 1일 사설 <경제 심리 북돋는 임시국회 돼야>에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 서민 삶의 향상, 내수 촉진 등을 위한 법적 뒷받침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예컨대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집단소송을 유예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도 더는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빨리 처리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동아는 "경제 회생과 관련 있는 다른 50여 개 법안도 마찬가지"라며 "여야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재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2월 3일 사설 <과거분식 감추려 감리까지 않겠다니>에서 정부가 증권집단소송법 적용 2년 유예를 넘어 감리까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도대체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정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증권집단소송제'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과거분식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해주기 위해 기업 감리를 않겠다는 것은 금감원이 고유한 소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분식 유예'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기업들이 과거분식 사실을 진심으로 고백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을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노동운동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이들 신문이 다른 한편으로는 증권집단소송제를 비롯해 출자총액제한제 등 재계의 요구를 대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더구나 이들 신문은 정부가 재벌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후퇴시키자 관련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하는 등 이를 쟁점화 하지 않으려는 태도마저 보였다.
노동계를 향해서는 사사건건 '때리기'로 일관하면서, 재계에 대해서는 '편법'과 '탈법'마저 옹호하는 일부 신문들은 스스로의 이중적 행태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끝>

 


2005년 2월 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