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폭력사태와 관련된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3)
등록 2013.08.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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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죽이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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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사회적 교섭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개최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일부 대의원들의 폭력사태로 무산되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안'을 두고 논란을 겪어왔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비롯한 '사회적 교섭'을 통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사측을 불신하는 민주노총의 일부 대의원들은 '총파업'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사태는 이 같은 노동계 내부의 현실인식과 대응방법의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경영자들의 행태를 보면 노사정위 참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일부 대의원들의 현실인식 자체를 '과격하다'고 몰아붙일 수 없다. 정부는 양대 노총이 반대하는 비정규직 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할 것을 다시 한번 밝히기까지 했다. 기업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내세우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데 앞장서 왔다.
물론 민주노총의 일부 대의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전반을 공격하는데 '활용'하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문제다. 이들 신문은 3일 사설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민주노총의 중심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처럼 몰아가는가 하면, 심지어 비정규직이 늘어난 이유가 '민주노총 탓'인양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폭력에 얼룩진 단상 위의 민노총>에서 민주노총을 향해 "오늘의 민노총은 특권노동자 중심의 권력 노조라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며 "민노총이 조직원의 구성대로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만 돌보는 동안 그 바깥에 있는 중소하도급업체 근로자들과 비정규직은 그 비용을 부담하느라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이번 사태를 '대기업노동조합'의 문제로 왜곡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민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은 과대 포장돼도 보통으로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민노총은 이제 국내외 정세를 바로 보고 자신의 노동철학과 운동노선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중소하도급업체 근로자들과 비정규직'에 관심이 많은 조선일보가 정작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현대중공업 노조'에는 왜 그렇게 관대한지 의문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같은 지면에 '현대중공업 노조의 새로운 길' 운운하며 현대중공업 노조 수석부위원장의 글까지 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노총 존재이유를 고민할 때다>에서 "민주노총은 몰염치한 이익집단이자 사회발전의 걸림돌로 전락하는 위기를 자초했다"며 "자진해체까지 포함해 내부적인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자진해체'까지 주장했다. 또 3면 기사 <노동계 분열 가시화>에서는 "민주노총 강경파 이탈 조짐", "공무원 노조 중심 '제3노총' 움직임도" 운운하며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추정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고립 자초하는 민주노총 강경파>에서 현재 불거지는 노사문제, 경제문제의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 탓'으로 돌렸다.
동아는 "민주노총은 6년 전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대화와 타협이 아닌 파업 등 물리적 힘을 통한 투쟁을 일삼았다"며 "이 때문에 '죽도록 파업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졌으며 '국내외 자본이 한국내 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을 늘리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민주노총의 과격한 투쟁이 일자리 불안, 더나아가 복지 불안을 키운 셈"이라고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렸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것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97년 노사정위의 결과로 비정규직이 양산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비정규직이 늘어난 이유를 민주노총의 투쟁 탓으로 돌리는 동아일보의 주장은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동아일보의 속셈은 마지막 문단에서 드러난다. 동아는 "민주노총은 한시라도 빨리 평화적 절차로 노사정 대화 복귀를 결정하고, 경제 살리기와 노노간 양극화 완화를 위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작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민주노총의 '항복'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위기 인식에 둔감한 민주노총>에서 "볼썽사나운 폭력사태로 민주노총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지키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됐다"며 "이 위기를 해쳐나가려면 무엇보다 민주노총 내부의 절절한 고백성사가 필요하다"고 민주노총의 반성을 촉구했다.


한겨레신문은 <민주노총 '폭력후유증' 벗어나야>에서 민주노총의 폭력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서둘러 사태를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내부 갈등으로 힘이 약화될 때, 그 여파가 비단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법안처리 문제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정부 등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교섭'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서둘러 폭력사태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단결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 등 일련의 사태를 두고 '호재'를 만난 듯하다. 이들 신문은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내세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노동운동 전반을 '무력화'하려는 듯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운동 매도에 앞장서왔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진심으로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걱정하고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모든 것을 노동운동의 탓으로 돌리는 편향적인 시각부터 교정하고 균형잡힌 비판과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2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