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지율스님 단식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2)
등록 2013.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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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지율스님 살리기'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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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의 단식이 오는 2월 3일이면 100일을 맞는다.
지율스님은 천성산 관통도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보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요구에도 공사를 맡고 있는 철도시설공단과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보다못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지율스님 살리기'에 나섰다. 여기에 종교인들과 연예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율스님 혼자 100일 가까이 단식을 하는 동안 우리사회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한 우리사회의 무관심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동안 대부분의 신문들은 지율스님의 세 번째 단식이 70일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단식중인 지율스님이 종적을 감췄던 최근에야 지율스님에 대한 소식을 단신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지율스님의 단식을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다. 한겨레신문은 1월부터 2월1일까지 두 차례 사설까지 실으며 '지율스님 단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또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지율스님의 근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것은 물론이고, 종교인들과 각계 인사들, 시민들의 '지율스님을 살리기' 운동도 함께 보도해 왔다.
한겨레는 1월 20일 사설 <지율 스님의 생명외침 스러져야 하는가>에서 "그를 살리고 천성산의 생명을 살릴 것인지, 스님과 천성산의 뭇 생명들을 잃고 나서야 뒤늦은 교훈을 얻을 것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어 2월 1일 사설 <천성산터널 대안노선을 검토하라>에서는 부산대 지질학과 함세영 교수, 부산가톨릭대 환경과학부 김좌관 교수, 부산시 안전진단전문기관협의회 이유섭 회장 등 7명의 전문가들이 '대안노선'을 제시했다며 이를 적극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은 지율스님의 단식에 무관심했다. 지율스님의 단식이 한계를 넘어서자 비로소 보도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지율스님 삶의 희망 버려"><"스님 살려라"청와대 안간힘>(2.2), <"지율스님 일어나세요";정토회관서 96일째 단식 전교조도 동조 단식농성>(1.31), <지율스님 어머니 "내딸 살려주세요";청와대앞에서 호소>(1.28), <지율스님 어디 갔을까 / 87일 단식중 잠적 "서울某處서 계속 단식">(1.25), <"내 몸 내려놓을 곳을 찾아야…" 단식 지율스님, 지인에 전화뒤 잠적>(1.22) 등에서 지율스님의 단식 상황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1월 25일 '생각뉴스'에서는 "우린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사계절도 먹고 살지요…"라는 전우익 선생의 수필을 인용해 "오늘도 밥 대신 천성산의 사계절을 먹는다"는 지율스님이 행방을 감췄다고 전달했으며, 2월 2일 <단식99일; 지율스님 건강 악화 청와대 설득도 실패>에서 지율스님의 현 상황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더나아가 동아일보는 1월 31일 사설 <경부고속철도공사 미룰 순 없다>에서 지율스님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터널공사가 늦어져 국가적 손실이 누적(累積)되는 상황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천성산에 터널을 뚫더라도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멸종 위기에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 환경부와 법원의 판단", "환경부는 서식지가 수십 곳에서 발견되고 개체 수가 많다는 이유로 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터널공사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천성산 관통터널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지 '도롱뇽' 때문만이 아니라 천성산에 존재하는 자연습지를 비롯한 자연환경이 터널공사로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를 '도농룡 서식지 파괴와 멸종 위기'로 국한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아는 "현 정부 들어 대형 국책사업이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끌려 다니며 표류하는 일이 잦다"며 "아무리 좋은 뜻에서 벌이는 운동이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실상 '터널관통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다 지율스님 단식 99일째인 2월 2일에서야 10면 <'국책사업' 이럴수도…저럴수도…>라는 기사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오랜 단식에 따른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구나 그 사람이 자신의 소신과 자연환경을 지키기위해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 이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일 것이다.
한번 훼손되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환경이다. 그만큼 환경정책은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는 '개발논리'에 밀려 사회적 합의와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청선산 관통터널 공사를 둘러싼 갈등과 종교인의 생명을 건 단식은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신문들은 천성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2월 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