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프리처드 전 대사 발언 관련 조선일보 14, 15일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6)
'프리처드 발제'까지 왜곡해 갈등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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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무슨 저의로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대사가 "중국이 북한이 붕괴되면 흡수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추진한다"고 발언한 것처럼 사실을 날조했는가. 혹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미국간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부당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함인가?
14일 조선일보는 <열린정책硏 주최 국제 심포지엄; "北 연착륙 가능성 적어… 순식간에 붕괴할수도">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프리처드 전 대북특사 '중 동북공정은 북흡수 위한 것'"이란 소제목을 붙여가며 프리처드 전 대사가 "중국이 북한의 전면적인 흡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구려를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의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프리처드 전 대사가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려는 이유로 "만주에서 살고 있는 200만명의 조선족"을 거론하며 "만약 두 개의 한국이 남한 주도로 통일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기업가 정신을 공유하는 통일 한국은 중국 국경을 가로질러 민족 연대감을 통해 만주지역에 사회문화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처드 전 대사의 발언이라고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부분은 지난 2000년 12월 17일 워싱턴 타임즈에 제이슨 림 기자가 기고한 <북한이 붕괴된다면>이란 기사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림 기자의 기사를 인용한 뒤 "이러한 견해는 중국 정부 당국자나 중국의 활동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는다"고 발제문에 분명히 언급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중국의 동북공정은 북한 흡수를 위한 것"이라고 프리처드 전 대사가 주장한 것처럼 보도했기에 14일 프리처드 전 대사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북한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발언했다는 신문 보도는 오해며 사실이 아니다", "전날 토론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자신에게 질문한 것일 뿐 자신은 그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北 붕괴시 中이 흡수' 보도는 와전">(14일, 연합), <"김정일 국방위원장 퇴진 때 통일 시작될 것">(14일, 한겨레) 등에 자세히 보도되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왜곡보도에 대해 사죄하기는커녕, 프리처드 전 대사의 해명마저 왜곡 보도하는 '적반하장'을 저질렀다. 15일 기사 <"김정일 물러나야 남북통일 가능" 프리처드 前대북특사>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설문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14일 기자회견에서 프리처드 전 대사가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한 청중의 의견이었으나 나는 그 견해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한국과 중국, 미국 사이를 이간질시키며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려고 작정했는가.
전직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북한 붕괴 시 흡수하기 위한 정당화 작업이라 발언한 것처럼 허위 날조 보도한 것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조선일보가 몰랐을 리는 없다. 한국에서는 '반 중국정서'를 자극하며 "중국의 북한 흡수 기도를 막으며 통일을 하려면 미국과 동맹해야 한다" 따위의 '용미론(用美論)'을 유포하고, 중국에는 "미국이 '동북공정'에 대해 딴지걸며 내정 간섭한다"는 주장을 불러일으키며 '반미정서'를 자극, 한 중 미 간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속셈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조선일보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축으로 한 한반도의 '구(舊) 냉전체제'가 한 중 미 간 긴장을 축으로 한 '신(新) 냉전체제'로 이어져야만 자사가 생존 번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프리처드 전 대사가 '말을 바꿨다'며 멀쩡한 사람을 사실상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는 파렴치한 짓거리를 태연히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행여나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가 프리처드 전 대사와 같은 미국의 고위 인사들로부터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두렵다.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신문이라면 남북한 7천만 민족의 행복을 짓누르며 사익을 추구하겠다는 못된 발상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2005년 1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