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단병호 의원, 홍두하씨 삼성전자 노조탈퇴 회유 주장’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이제는 ‘삼성일보’로 전락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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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노동조합 탈퇴를 조건으로 거액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11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전 삼성전자 직원 홍두하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가 노조 탈퇴 조건으로 1억3500만원을 지급했다며 확인서를 공개했다. 홍씨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약 6년 동안 근무해왔으며, 지난 2004년 8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에 가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한달 뒤인 9월 홍씨를 불러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홍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을 내세우는 삼성전자가 헌법으로도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구시대적 ‘노조탄압’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삼성 측은 홍씨에게 지급된 거액의 돈이 ‘희망퇴직’ 절차에 따른 ‘특별 위로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어떻게 일반적인 명예퇴직금을 넘어서는 거액의 돈이 지급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 홍씨도 전체 지급된 2억 5천만원 가운데 정상적인 퇴직금을 제외한 1억 3500만원이 ‘노조탈퇴’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은 그동안에도 노조결성을 막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삼성 SDI가 노조를 결성하려는 직원들을 휴대폰 서비스 ‘친구찾기’로 감시해왔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이 그동안 무노조 운영을 공공연히 자랑해 온 이면에 이러한 부끄러운 노조결성 방해 및 탄압 공작을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삼성 그룹의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제1의 그룹이 서구에서 19세기에 쟁취된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어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은 단 의원과 홍씨의 주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이를 보도하지 않았으며, 중앙일보는 10면 하단에 1단기사로 단순 보도하는데 그쳤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12일 관련기사와 사설 <노조탄압이 삼성 경영방침인가>을 실어 다른 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노조 탈퇴 및 사직까지 강요했다는 ‘증언’에 대해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번 단병호 의원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삼성의 노조 탄압 문제는 더는 묻어 둘 수 없는 쟁점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홍씨가 노조탈퇴를 하는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겪은 일은 ‘부당 노동행위’이자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라며 “구렁이 담넘듯 ‘일과성’ 사안으로 넘어갈 수 없는 까닭”이라고 꼬집었다.
또 “민주공화국의 세계적 첨단기업에서 개발독재 시대의 원시적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노동부의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 철저히 진상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그동안 전경련 등 이른바 사용자 측의 주장에 근거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파업 등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태도를 일삼아왔다. 노조의 파업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음해성 주장으로 여론몰이에 앞장선 것도 이들 신문이었다. 그런 신문들이 사용자 측의 ‘노조탄압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는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문은 정치권력 뿐 아니라 경제 권력에 대해서도 감시해야 한다. 거대 기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시·비판도 하지 못하면서 ‘비판신문’을 자처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삼성 측도 홍씨의 주장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홍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런 구시대적 안목으로 삼성이 어떻게 ‘글로벌스탠다드’를 일구며,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끝>
2005년 1월 1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