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보지도 않고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 민언련 영화모니터분과 논평(2005.1.12)
등록 2013.08.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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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않고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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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47)가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제작 강제규&명필름)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10·26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고 박정희 대통령과 현대사의 비극적 사안을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희화적이고 코믹하게 그려 고인 및 유족의 명예를 침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본회는 이같은 박씨 측의 행보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영화는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해 내는 예술의 한 양식이다.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한 사건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틀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내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창작자의 몫이다. 관객들은 그 결과물에 대해 토론하고 일정한 정치적 입장을 갖고 비판할 수 있지만 창작자의 해석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영화의 시나리오만을 보고 장면의 삭제 및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박씨 측의 발상은 작가의 창작 영역을 정치적인 잣대로 사전 검열하고 제한하겠다는 위험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관객의 수준을 뉴스와 극영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분별력 없는 이들로 낮추어 보는 것이다.


더 이상의 긴 말이 필요치 않으므로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환기한다. 어떠한 역사적 사건과 기록이라도 어떤 형식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언론과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고 실현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명백히 창작과 표현의 영역에 속하는 영화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아니라 관객들이 하는 것이며, 이에 관련된 개인적 정치적 역사적 측면을 백번 고려하는 것 또한 관객과 시대의 몫임을 박씨 측은 알아야 한다. <끝>


 

2005년 1월 1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영화모니터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