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공모제 실시' 관련 7일자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10)
'강철규 흔들기'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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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은 '강철규 흔들기'를 중단하라.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전 국장직위 공모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의 공모제는 한 마디로 기존의 서열 중심, 순환보직 등의 공무원 인사제도에서 탈피해 공무원 인사에도 '경쟁원칙'을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장직위 공모에는 부이사관 이상 보직자 및 무보직자까지 공모가 가능하고, 공모자 본인의 희망과 다면평가 및 직원들의 직위 적격자 평가 결과, 응모자의 경력, 능력,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사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그 가운데서 위원장이 최적임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공모로 선발된 국장이 연초에 업무계획을 수립해서 그 내용에 대해 국장과 위원장이 계약을 맺고 연말에 이를 평가해 다음 해 인사에 반영하는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의 국장직위 공모제가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식까지 만들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복지부동', '비효율'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공무원 조직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 공직인사의 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국장공모제 가운데 '직원평가' 부분만을 부풀려 '포퓰리즘' 운운하며 이번 공모제가 직원들의 '투표'로 고위 공직을 결정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7일자 사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장들 투표로 뽑나>는 공정위의 공모제를 '직원투표'로 왜곡하고, 이 같은 잘못된 근거를 바탕으로 공모제를 악의적으로 폄훼했다.
조선은 사설 첫머리에 공모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부내 국장을 직원들 투표로 뽑을 계획"이라고 왜곡한 후 "투표제를 실시하면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순진하다기보다는 무지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은 "대인관계가 원만한 인물이 유리", "국민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보다 직원들의 철밥통 이기주의에 영합하려 할 것", "일단 투표제가 실시되면 위원장이라고 해서 직원들이 1위로 뽑은 인물을 탈락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등 온갖 추정을 근거로 공모제를 폄훼했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이 전공노 같은 조직으로 뭉쳐 국장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느닷없이 공무원노조의 활동까지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투표 만능의 사고는 질 낮은 민주주의 이해도를 반영한 것"이라며 "굳이 투표제를 고집하겠다면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국장들 투표로 뽑고 나서 실시해도 늦지않다"는 억지주장까지 늘어놓았다.
조선일보 만큼은 아니지만 중앙 역시 '공모제'를 '직원 인기투표'로 폄훼했다.
중앙은 7일 사설 <직원 인기투표로 국장을 뽑겠다니…>에서 공모제에 대해 "기존의 기수 서열에 따른 자리배정 방식을 탈피", "경쟁을 통해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해 타성에 젖은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공무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 등등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은 "직원들에게 투표를 시켜 그 결과를 인선과정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득보다 폐해가 더 클 것"이라며 "다면평가만으로도 직원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간부가 많은 판에 투표까지 하게 되면 공직사회에 또다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만연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한국일보는 국장공모제가 불러올 공직사회의 반향에 주목했다. 직원평가제 등에 대한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신중한 운영을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7일 사설 <주목되는 공정위 국장공모제>에서 국장공모제가 '참신하다'며 "잘만 운영하면 공무원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들의 창의성과 활력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직원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내부 인사위원회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을 공정위가 이번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 "마음써야 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7일 사설 <국장공모제는 해볼 만한 도전>에서 "혁명적인 발상은 공무원들의 인사ㆍ승진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공직사회의 발전이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도 직원평가제의 경우 "공무원 조직이 업무 추진보다 직원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쪽으로 흐를 소지"가 있으며, "고위직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와 위원장의 결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원평가제'는 국장공모제 실시를 위한 세부안을 마련하면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이 공정위의 '국장공모제'가 '직원 인기투표'인양 왜곡하며 강철규 위원장을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이같은 행태가 '강철규 죽이기'라고 판단한다.
그동안 강철규 위원장은 재벌과 족벌신문 등 기득권 세력의 횡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신문시장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신문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 방침을 밝혔는가 하면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신고포상제'를 시행하는 책임을 맡게 됐다.
일부 신문들의 '강철규 죽이기'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우리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왜곡보도를 불사하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국장공모제와 같이 흔들기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사안에까지 개입해 억지를 부린다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말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강철규 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당부한다. 일부 기득권층의 부당한 반발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민을 믿고 원칙에 따라 재벌개혁, 신문시장 정상화를 추진해나가기 바란다. <끝>
2005년 1월 1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