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재단 이사장 재선임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2.27)
등록 2013.08.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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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이면 '절차상 하자'나 '관례를 깨는 것'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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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은 지난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 박기정 이사장을 재선임했다.
우리는 박 이사장의 재선임이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언론재단의 일부 이사가 임시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의결권 등 전권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했다는 점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재단법인 이사 의결권은 타인 위임이나 대리의결을 행사할 수 없는 인격권'이라는 측면에서 무효라는 지적이다. 또 언론재단 이사회 정관에도 '위임'에 대한 근거조항이 없다.
둘째, 관행상으로도 그동안 언론재단의 이사장은 연임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며, 기금을 운영하는 재단의 경우 재단 이사장은 연임하지 않는 것이 재단 운영에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이번 박 이사장 재선임은 언론재단에 대한 안팎의 개혁요구와도 맞지 않다. 그동안 본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언론재단의 개혁을 촉구해왔다. 언론재단은 언론인에 대한 특혜성 사업과 중앙지 중심의 편중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재단 이사진이 일부 언론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재단의 사업 성격과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언론재단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8천3백만원에 이르며, 이중 2천여만원이 골프장과 룸싸롱 등 유흥주점에서 사용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번 언론재단 이사장 재선임의 문제를 은폐한 채 적반하장 격의 주장을 펴고 나섰다.
우선 이들 신문은 박 이사장의 재선임을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제한 후, 오히려 임명권을 가진 문화관광부장관이 박 이사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며 임명을 거부하려 한다고 사태를 호도했다. 나아가 언론재단의 언론진흥원 개편 문제를 끌어다 붙여 '이른바 친여 매체를 집중지원하려는 정부 구상에 차질을 빚어서' 박 이사장 유임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약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5일 1면 박스기사 <적법하게 재선된 언론재단이사장에 정부 "물러나라"공개 압력>, 4면 <"사퇴 압력 너무 세…곤혹스럽다">, <정부 왜 노골적으로 압력 가하나; 언론정책 밀어붙이려 서동구씨 밀기> 등의 기사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언론개혁 스케줄' 때문에 재선된 박 이사장에게 부당하게 '사퇴압력'을 행사한 것처럼 몰아갔다.
이날 사설 <언론재단 이사장 뽑자마자 쫓아내겠다는 정부>에서 조선은 "정부가…박 이사장을 밀어내려는 진짜 이유는…청와대가 이사장에 내정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던 서동구씨가 표결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언론재단의 '언론진흥원' 개편을 거론하며 "…이사장 선출을 뭉개려는 것은 언론진흥원을 어떻게 운영하려는 것인지를 말해준다", "국민 세금으로 친정권 매체들을 키워주려는 속셈" 운운했다.


동아일보도 25일 <정부 왜 언론재단이사장 사퇴압력 가하나>에서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 선정 등 여권의 핵심적 언론정책 과제를 수행하게 될 언론진흥원에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내세워 일사불란하게 일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27일 사설 <언론재단 이사장 결국 쫓아내나>에서는 "이사장 선출에 법적 하자는 없다"며 "집권 측이 낙점한 사람을 앉히기 위해 노골적으로 산하 단체장 인사에 개입한 사례"라고 단정지었다. 이어 동아는 "여당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언론재단을 언론진흥원으로 개편하고 사실상의 정부 기구로 만들어 '언론개혁'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 기구가 할 일은 친여매체를 집중 지원하는 일…결국 비판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셈"이라고 멋대로 비약, 왜곡했다.


우리는 언론재단 이사장 선임절차의 '적법성'이 논란이 된 만큼 다시 이사회를 열어서라도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다'는 점을 고집해 박 이사장 재선임을 밀어붙인다면 박 이사장에 대한 자격 시비가 임기 내내 계속 될 것 아닌가.
언론재단 이사회는 이사장 재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론재단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이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도 경고한다. 그동안 조선, 동아의 '인사문제 흔들기'는 한두 차례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신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에 대해서는 '색깔론'을 동원해서라도 낙마시키려 하고, 반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는 인사에 대해서는 명백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도 이를 은폐하고 두둔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재단 이사장 재선임 문제를 두고 조선, 동아가 '흔들기'에 나선 이유 역시 언론재단 내 보수파의 입지를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려는 계산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절차상 하자가 드러난 인사의 임명을 재고하는 임명권자의 정당한 권한이 '부당한 압력'으로 둔갑할 수 있는가. 조선, 동아의 맹성을 촉구한다. <끝>

 


2004년 12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