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합의 관련 23일자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2.23)
등록 2013.08.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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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보다 다수결원칙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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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5시간여의 마라톤 회의 끝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동안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의 법사위 상정을 가로막기 위해 아예 법사위원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는등 의회다수결원칙을 무력화시키며 국회를 마비시켜왔다. 그과정에서 '이철우 의원 간첩암약'파동까지 일으켜 그야말고 수구정당으로서의 면면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열린우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안에 국보법폐지를 관철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국보법을 법사위에 강행상정한지 하루만에 연내처리 유보방침을 밝히더니 마침내 '국보법 합의처리'라는 한나라당의 '숙원'을 4자회담에서 덜컥 받아들여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을 우롱했다.
두 정당이 합의한 4자회담 결과는 반개혁적이며 반의회적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 동의안은 30일 본회의에서 처리 하고 4개 쟁점법안은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국가보안법은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루며, 다른 3개 쟁점법안 등은 해당 상임위나 특위에서 논의하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사항은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루고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은 즉시 법사위에서 처리한다고 하니 어떤 국민이 '잘했다'고 박수칠 것인가.
한마디로 수구언론의 압박으로 '국회정상화'에만 매달려 의회주의의 원칙마저 저버린 '야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과정에서 소수정당인 민노당 등을 철저히 배제한 것 또한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들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합의처리'하기 힘든 사안을 '합의처리' 틀안에서 가두어둠으로써 결과적으로 개혁을 저지하겠다는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의 '함정'에 열린우리당이 빠진 꼴이어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4개 법안 협상, '자유' '민주' 원칙 지켜야>에서 "'합의처리'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두 정당이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했음에도 이 가운데 '합의처리'만을 강조했다.
이어 조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를 신장·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거꾸로 자유와 민주주의 정신을 해치고 좁히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의 이 같은 주장이야말로 적반하장격이다. 지금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 수 주일 동안 의회를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 처리를 막아 온 것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 아닌가.
게다가 조선은 "사학법 개정안과 언론법안은 그대로 통과될 경우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가게 돼 있다", "여야 협의과정에서 이런 위헌요소들을 모두 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따르는 길"이라며 사실상 '헌법소원'을 부추기기 까지 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두 정당의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4대 개혁입법의 '연내 처리'에 무게를 실어 중앙과는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23일 사설 <4인회담 합의 이제 시작이다>에서 두 정당의 '합의'를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 "합의문을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에 빠져서는 곤란하다"며 한나라당이 '시간보내기'를 하거나 열린우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기'를 해서는 안된다며, "모처럼 마련된 4인회담의 합의 틀을 존중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 <여야 합의, 이제는 실천이다>에서 "타협의 정치를 이뤄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긍정하며, 앞으로의 '실천'을 강조했다.
경향은 4대개혁법안과 관련해 '합의처리'냐 '회기내 처리'냐는 논란은 무의미하다며 "새해에는 민생과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문제는 연내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향은 한나라당을 향해 "'합의처리'라는 문구에 집착, 시간끌기로 4대 법안 처리를 봉쇄하려는 술수를 꾀한다면 오랜만에 만들어낸 상생의 틀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한겨레신문은 23일 사설 <한나라당 허가받아 개혁하겠다니>에서 열린우리당의 이번 합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겨레는 이번 합의에 대해 "연내처리를 불투명하게 만든데다 상식 밖의 논리로 합의해 과연 여당에 개혁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두 당의 법안내용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합의처리와 연내처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주장을 넣은 것 국가보안법의 경우 법사위 절차를 아예 가로막은 것 입법권 침해 및 전문 상임위 중심의 입법 원칙 무시 소수당의 의사 배제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당연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개혁이 후퇴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며 "여야가 개혁·민생법안의 연내 처리에 최선을 다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미 한나라당은 '무엇이든 반대당'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반대'에만 집착하고 있다. 요즘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한나라당은 수구정당 반개혁정당임이 분명하다. 그런 한나라당과 협의 혹은 합의를 거쳐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너도나도 의회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다수결 원칙'이야말로 의회주의 원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임은 왜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지금 의회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다수결원칙을 무력화시키고 딴죽걸기, 생떼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수구적 입장을 관철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4.15총선이전 열린우리당은 의석수가 적어서 개혁을 할 수 없다고 변명했다. 4.15총선이후 과반수이상을 가진 정당이 되자 이제는 "수로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 놓고 있다. 내년초 과반의석이 무너지면 이제 열린우리당은 "과반수가 못되어 개혁못한다"며 우는 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이처럼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태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4대 개혁입법과 관련해 사실왜곡과 여론 호도에 앞장서 온 일부 언론에도 우리는 강력히 경고한다. '합의'라든가 '협의'라는 말은 공정한 게임에 적용되는 단어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공정한 국회활동을 하고 있는가. 언론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민주'를 입에 올리려면 스스로 민주적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편파왜곡보도를 일삼는 일부언론은 '자유'나 '민주', '합의'라는 말을 그입에 올려 더럽히지 말라. 국회를 향해 '합의'하라고 말하려면 우선 4대개혁입법에 관한 자신들의 보도내용부터 돌아보라. '사실보도' '정론보도'를 내팽겨친 언론의 '훈수'는 한마디로 볼썽사납기짝이 없다. (끝)

 


2004년 12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