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 결과 관련 조선·동아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1.22)
등록 2013.08.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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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보다 못한 신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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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위반 제재 조치가 발표되자,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억지 논리를 펴며 자사 지국들의 신문고시 위반을 '물타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비판 언론에 대한 표적조사", "조선일보만 집중 조사" 등 운운하면서 공정위 제재의 '형평성'을 문제삼았고, 동아일보도 "유독 3개사만 과징금을 부과받은 점에 비춰 앞으로 신문판매시장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방향이 주로 3개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들의 태도는 "왜 우리만 문제삼느냐"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른바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서만 엄격한 조사와 제재가 이뤄진 것처럼 몰아가기 위해 본회가 실시해온 신문고시 위반 실태 조사 결과를 악용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공정위가 한겨레신문과 서울신문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조사에서조차 무가지 제공이 대부분 지국의 일반적 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정위의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나아가 "민언련이 지난 5월 5개 신문사의 495개 지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겨레는 전제 106개 지국 중 64곳(60.4%)이 3개월 이상의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 사실(fact)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교묘하게 짜깁기하는 '조선일보식 왜곡'의 전형이다. 조선일보는 '공정위가 한겨레와 대한매일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과 '민언련 조사 결과 한겨레 지국의 60% 이상이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엮어내 조선일보가 억울한 제재를 받는 상황인 양 호도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우선, "무가지 제공이 대부분 지국의 일반적 관행"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본회는 지난해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신문고시 위반 실태를 조사해왔다. 신문고시의 허용 범위를 넘어 무가지를 제공하고 있는 지국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모든 신문사 지국들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일반적 관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거대 신문사 지국들이었다.
모든 조사의 분명하고도 일관된 결과는 '조선, 중앙, 동아가 신문고시 위반 비율은 물론 위반 내용에 있어서도 다른 신문들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회의 조사 결과를 제대로 읽어만 봐도 조선·중앙·동아의 신문고시 위반실태와 한겨레신문의 위반실태는 내용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일반적인 관행"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지난 5월 본회의 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120개 지국 가운데 단 4군데(3.3%) 지국을 제외한 모든 지국이 신문고시를 위반했다. 또 70%에 가까운 82개 지국들이 무가지와 경품을 함께 제공했다. 반면 당시 한겨레 지국들 중 경품을 제공한 '극심한 위반 사례'는 25% 정도였다. 조선일보는 자사 지국들의 극심한 신문고시 위반 실태는 쏙 빼버리고 "한겨레 지국 60%이상이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했다"는 뭉뚱그린 표현으로 각 신문사 지국들의 신문고시 위반 실태가 비슷한 듯이 썼다.
우리는 공정위가 한겨레신문과 서울신문을 단지 '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공정위가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한겨레를 포함한 여타 신문사 지국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신문고시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같은 추가조치와는 별개로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가 그동안 각 신문사 지국별 위반 실태의 경향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히려 적발된 지국들에 대한 제재가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도 이번 조치를 놓고 일부 신문, 특히 조선일보가 부당한 제재를 받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여기에 본회의 조사 결과까지 악용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스러운 태도다.
조선일보의 행태를 보노라면, 마치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선생님에게 "아무개도 잘못했는데, 왜 나만 나무라느냐"고 따지는 초등학생이 떠오른다. 공정위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조사 결과 드러난 위반 사실을 받아들이고 독자들에게 사죄부터 하는 것이 도리다. 온갖 불법 경품으로 신문시장을 교란해놓고, 드러난 위법에 대한 제재조차 부당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남의 눈의 티끌을 문제삼아 제 눈의 들보를 감추려 드는 꼴'이자 '아흔 아홉 섬을 가진 부자신문'이 가난한 신문의 '한 섬'마저 기어이 빼앗겠다는 심보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신문을 선택한다'는 논리로 점유율 규제 등의 제도를 '부당한 인위적 조치', '언론탄압'으로 호도해왔다.
이들 신문이 진정으로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신문에 자신이 있다면, 독자들이 '신문의 질'을 놓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공짜신문·상품권·선풍기·믹서·자전거 등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행태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 <끝>

 


2004년 11월 2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