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 만평 누락'」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30)
등록 2013.08.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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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도 '사장' 지시로 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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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는 정녕 '석간 조선일보'라는 별칭을 갖고 싶은가?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이 편집국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29일 또다시 누락되었다. 이 화백의 만평은 지난 10월 5일, 7일, 18일에 이어 네 번째다.
문화일보가 누락시킨 29일 만평은 이해찬 총리와 한나라당의 갈등을 '막말정치', '입냄새'에 비유해 비판한 내용이다. 5일자 만평에서는 서울시가 진보단체들의 시청앞 광장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행태, 7일에는 친북교과서 논란을 '색깔몰이'로 풍자했다. 18일에는 한나라당의 '개혁흔들기'를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이 화백의 만평을 누락한 이유가 "사설 등 내부 칼럼과 논조가 맞지 않아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언론사'로서의 기본적인 양식을 의심케한다. 문화일보는 신문에 실리는 만평의 의미를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만평은 사설이나 내부 칼럼에 곁들여지는 삽화가 아니라 그림 형식의 일종의 '칼럼'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가에게 '내부 칼럼 등과 논조를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다. 나아가 만평을 '논조에 반한다'는 이유로 누락시키는 행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기사 삭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언론개혁 요구는 물론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법안에 대해서까지 '언론자유' 운운하며 반발해 온 문화일보가 정작 편집국 내부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어찌된 노릇인가? 참으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문화일보가 이 화백의 만평을 누락하는 이유가 문화일보 경영진의 편집권 간섭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화일보는 이병규 사장 취임 이후 보도 논조가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으며, '편집국장이 사장실에 다녀와서 편집방침이 정해진다'는 내부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문화일보는 이 화백의 만평 누락 외에도 지난 8월 19일자에 박상주 사회부 차장의 데스크칼럼을 '사설과 논조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외부필자 칼럼으로 교체한 바 있다.
항간에는 문화일보를 두고 '만평을 빼면 읽을 기사가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문화일보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수구신문의 뒤를 쫓는 어리석은 신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문화일보가 이 화백에 대한 '만평누락'을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끝>


 

2004년 10월 3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