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신행정수도건설 사수 제1차 범국민대회'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29)
○ 제 목 : '신행정수도건설 사수 제1차 범국민대회'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이러니 '중앙언론탓'하는 게 아닌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내세우며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헌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특히 헌재의 결정이 '국가균형발전'을 거스르는 '수도권 이기주의'에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중단없는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요구하는 여론도 거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제(10/28) 대전역에서는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헌재결정 규탄·행정수도 이전' 집회가 열렸다.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신행정수도 건설 비상 시국회의'가 주최한 '신행정수도건설 사수 제1차 범국민대회'는 충청지역시민 등 10000여명의 인원이 결집한 대규모 집회였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집회가 개최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헌재의 위헌판결에 대한 충청지역민들의 거센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송보도는 이런 충청지역의 여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헌재의 결정이 있던 21일에는 17건∼25건에 이르는 관련보도를 쏟아냈던 방송들이 정작 헌재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충청지역민들의 분노에 대해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28일 '신행정수도건설 사수 제1차 범국민대회'를 기자의 리포트와 함께 제대로 보도한 방송은 KBS뿐이었다. SBS는 앵커단신 처리에 그쳤고, 21일 헌재결정과 관련한 보도를 무려 25건을 내보냈던 MBC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KBS는 <"중단없는 건설" 촉구>에서 "충청지역에서는 위헌 결정을 규탄하고 신행정수도를 지키려는 집회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며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집회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수도권을 위해 충청도를 능멸한 것이라며 5000여 주민들은 헌재와 정치권을 한목소리로 성토", "참석자들은 신행정수도 건설의 중단없는 추진을 거듭 촉구", "충청권 시도 의원들은 삭발로, 시민운동가들은 혈서로 그리고 주민들은 관습헌법에 대한 화형식으로 성난 민심을 표출", "주최측은 다음 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 계획…충청권의 반발 여론은 점점 격화" 등의 표현으로 KBS는 집회에 참가한 충청지역민의 거센 분노를 사실대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BS는 "대전역 광장에서 주민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국민대회를 열고 신행정수도의 중단없는 건설을 촉구…참석자들은 대전역에서 충남도청까지 구호를 외치며 도보행진을 했다"며 19초 정도로 짧게 보도했다. 집회참가자를 포함한 충청지역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 SBS 보도는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관습헌법'이라는 사상초유의 법논리로 국가균형발전계획을 허물어뜨린 헌법재판소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관습헌법' 논리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비수도권, 특히 충청지역시민들이 이번 헌재 판결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써, 이것이 바로 '여론'이다. 방송이 이런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이는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11월 6일 '신행정수도 건설 비상 시국회의'가 예고했듯이, 충청지역시민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에 모여 헌재결정을 규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방송이 행정수도 관련 갈등이 건설적 해법을 찾도록 '지방 여론'을 성실하게 수렴해주길 기대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