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안문제연구소'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21)
등록 2013.08.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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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문제연구소'에는 왜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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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문제연구소의 '사상 검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200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군기무사령부가 의뢰한 총 662건에 대해 공안문제연구소가 이적성 여부를 감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공안문제연구소가 민주노동당 활동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감정을 했다며 해체를 주장했다.
공안문제연구소의 '사상감정 목록'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21세기 민주공화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오래된 정원>을 비롯해, 중3국어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한겨레21의 연재물 '한홍구 교수의 역사이야기' 등이 '감정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검증목록에 올라있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서 '찬양·고무'에 해당한다고 감정하기까지 했다.
그간 시민사회는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해 '해체'를 요구해 왔다. 이 연구소는 경찰대 부설기관으로 서울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있던 내외정책연구소의 기능을 그대로 가져와 이름만 바꾼 것으로, '연구소'라는 이름과 달리 경찰 내부의 공안기관 노릇을 해왔다. 또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 내용은 검찰 공소장의 주요 논리로 인용되고 법원 판결의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까지 했다.
더구나 경찰청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내사를 실시하며 사상검증을 맡겨 문제가 됐으며, 기무사도 공안문제연구소에 600여건의 '감정'을 의뢰해 '민간인 사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공안문제연구소의 주요 활동은 국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은 공안문제연구소의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 정도였다. 한겨레신문은 두 차례 사설을 통해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신문은 18일 사설 <공안문제연구소의 꼬리무는 의혹>에서 "경찰이 공당에 대해 내사를 하고 부설기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감정하는 현실 앞에서 새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겨레는 연구관들의 뜻과 달리 연구소장 등의 압력에 따라 '좌익·용공' 판정을 내린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안문제연구소를 둘러싼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19일 사설 <기무사의 '사상검증' 책임 물어야>에서는 "국군기무사령부가 '마구잡이 사상검증'을 벌이고 있다"며 소설이나 철학서적은 물론 신문칼럼까지 공안문제연구소에 '사상감정'을 의뢰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군에 입대한 안보 위해세력들"을 위해 사상감정을 의뢰했다는 기무사의 발표에 대해 "기무사의 해명은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사상적 통제'를 받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입증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누가 어느 선에서 '사상검증'을 지시했는지, 진상을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안문제연구소는 기무사와 경찰 등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상 검증'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국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공안문제연구소의 활동내용에 대해서는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공안문제연구소의 문제가 일부 드러났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온 공안문제연구소의 행태와 문제점을 적극 취재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러나 입만 열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사회 감시기능'을 내세워 왔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정작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정도가 기사에서 최규식 의원의 폭로내용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유독 수구세력들이 장악한 권력기구의 잘못에 대해 외면하면서 '비판신문'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이중적인 행태다.

 


2004년 10월 2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