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국정감사 관련 민언련 논평(2004.10.18)
흔들기 밖에 할 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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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일) 열린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보인 KBS 특정 프로그램 흔들기 행태가 지나치다.
물론 국정감사를 통해 의원들이 방송사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문제 지적은 그 근거가 허술해 '트집잡기', '표적국감'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오늘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받은 프로그램은 KBS1의 '미디어포커스'와 KBS2의 '시사투나잇'이다. 한나라당 의원 9명 가운데 6명(정병국, 고흥길, 박형준, 심재철, 정종복, 최구식 의원)이 '미디어포커스'가 '왜곡보도' 또는 '편파보도'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들 가운데 3명(고흥길, 심재철, 정종복 의원)은 '시사투나잇' 송 아무개 PD의 국가보안법 관련 멘트를 문제삼기도 했다.
특히 박형준 의원은 '미디어포커스'에 대해 집중 모니터한 자료를 내고, 이를 근거로 '미디어포커스'가 "최근 KBS가 보여주고 있는 친정부적 성향과 일부 보수언론 죽이기 등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배포한 자료에서 '미디어포커스'(2004년 5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24편)를 "정부정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지발언을 나타내는 '친정부성향'" "소수의 신문사를 지칭하여 보도형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한 '조중동 중심의 특정 언론사 공격'" "방송에 비해 신문이 정보전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를 제공하는 '자의적 보도행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편파보도'" 등 4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비판했다.
그 결과 "총 24편의 방송중 항목별로 나타난 문제성 발언들은 전체 158건 중 '친정부성향' 24, '조중동 중심의 특정 언론사 공격' 64, '자의적 보도행태' 28건, '편파보도 44건"이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그런데, 전체 '문제성 발언'이 158건이라고 했으나, 각 카테고리별 수치를 합하면 160건으로(24+64+28+44)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단순한 실수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문제성 발언'들을 네 개의 카테고리 안에 분류해 놓았으나 분류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보고서가 인용한 첫 번째 발언 "김정일 테러설은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국민들이 오판할 수 있고, 6자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친정부적 성향'으로 분류된 발언이다. 이 발언이 어떻게 '친정부'로 해석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또 '상세보고서'는 '미디어포커스'가 "조중동을 '일부 보수신문'으로 지칭"했다거나, 엠네스티 관계자의 발언을 왜곡보도해 물의를 빚은 동아일보 보도를 다룬 내용, "무가지, 경품으로 판촉경쟁을 하는 것은 아직도 심각하다"는 등의 멘트를 '조중동 중심의 특정언론사 공격' 항목으로 분류해 놓았는데 이 또한 억측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방송3사의 테러보도가 흥미위주'라는 비판을 한 9월 11일 방송분, 'DMB 정책이 시청자중심의 정책으로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린 10월 2일 방송분 등을 "방송에 비해 신문이 정보전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를 제공하는 '자의적 보도행태'"로 분류하기도 했다.
우리는 박 의원이 이와 같은 '상세모니터 자료'를 제대로 읽어나 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미디어포커스'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경우가 있다면, 이를 정정하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빈약한 분석 자료를 근거로 프로그램 전체를 '친정부적 성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편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몇몇 시사프로그램을 무리하게 정연주 사장과 연결시켜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최구식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 근거 없이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편향적 방송 방영의 예로 단정하고, 정 사장에게 "스스로 용퇴하시기 바란다"며 '희망사항형 주문을 했다. 또 정종복 의원은 질의에서 '시사투나잇'의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를 집중 거론하며 '문제있는 프로그램을 계속나가게 하는 것은 사장이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더욱이 정 의원은 정 사장이 '사장은 프로그램의 내용에 개입할 수 없다'고 답변하자 "그래도 최고경영자 아니냐"고 따져 사장이 프로그램 내용을 좌우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는 KBS가 개혁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야 의원들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엄정한 국정감사를 해주기 바란다. 실제로 오늘 여야 의원들이 의미있는 지적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략적 목적에 빠져 특정 시사 프로그램을 '친정부방송', '편파방송' 등으로 몰아간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언론개혁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 특정 사안과 관련해 특정 사안에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맛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공격해 방송을 길들이려 하지 말라. 언제까지 '정략국감'에 빠져 있을 것인가. <끝>
2004년 10월 1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