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알카에다의 테러공격 대상국 지목'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5)
등록 2013.08.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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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만이 근본적인 테러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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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의 2인자인 알자와히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리나라를 미국, 영국 등과 함께 테러공격의 대상국으로 지목했다. 침략전쟁에 파병을 결정한 순간부터 우리는 테러의 위험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다른 많은 파병국들이 철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전투병을 파병함으로써 테러로부터의 위험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번 사태는 테러조직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를 '공격 대상국'으로 선언함으로써 테러위협이 현실화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테러 위험의 근본 원인이 파병인만큼 하루라도 빨리 '철군'하지 않는한 테러로부터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신문들은 '현실화된 테러의 위험'을 선정적으로 부각하면서도, 테러의 근본 원인에는 눈감았다. 이들은 정부와 국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철저한 대비', '경각심' 등을 요구하면서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국제사회에 참여하면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그에 따르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테러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주장까지 폈다.


4일 조선일보는 1면에 머리기사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 시작">과 함께 장갑차를 동원해 미 대사관을 경비하고 있는 경찰특공대원의 사진을 실어 테러의 위험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또 사설 <알 카에다 테러 위협에 실전(實戰)적 대비를>은 이라크 철군 주장 등의 목소리가 나오면 "테러리스트들은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면서 반전과 철군의 주장을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몰았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엉뚱하게 이주노동자 등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끌어들여 테러 위험의 근본 원인을 물타기하고 나섰다. 2면 박스기사 <불법체류 외국인들 반한활동>에서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들 가운데 "반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과 테러집단이 '연계될 위험'을 다뤘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테러의 위험은 '파병'이 그 원인이다. 힘없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는 가운데 나온 반정부 구호 등을 근거로 들어 '테러와의 연계 위험' 운운하며 비약하는 것은 위기의 본질을 흐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처럼 "국민들에게 위험부담을 감수하라"는 노골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더 높은 수준의 경각심과 대처"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알카에다 테러위협 '발등의 불'>에서 동남아 최대 테러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아' 조직원들이 제3국을 경유해 항만을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는 등 위험을 선정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그 대책에 있어서는 정부와 공무원, 자이툰 부대의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NGO단체 활동가들이나 종교단체들이 정부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이라크 입국을 강행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협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국제테러리스트 4000여명 입국금지>, 사설 <한반도까지 뻗친 알카에다 테러위협>에서 이번 사태를 다뤘다. 중앙은 "알카에다의 이번 협박이 새롭게 돌출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경각심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동아일보와 차이가 없었다. 또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불법체류 일부 외국인들 반한 활동> 기사를 3면에 실어 외국인노동자들과 '테러조직' 연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테러 위험의 근본 원인이 파병임을 강조하고 '철군'을 주장해 조선, 동아, 중앙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정부, 테러 비상경계 돌입>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상황을 보도하는 한편 3면 박스 기사 <이탈리아 군대철수 첫 시사>에서 이탈리아가 내년 1월 선거 후 3천명 규모의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보도해 다른 나라의 '철군' 움직임을 소개했다.
또 사설 <알카에다 테러대책 만전 기해야>는 조속한 철군을 주장하는 한편, 철군 이전까지 "테러공격에 희생되지 않도록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우리는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며 테러 위험의 근본 원인이 '파병'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으나, 철군을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다.


파병으로 인한 테러 위협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하루속히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는다면 김선일씨에 이어 애꿎은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라크 파병'에 있음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테러대비책'만을 되뇌이고 있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실전적 대비" 운운하면서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을 태연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도대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얻어야 할 국익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을 끝내는 것만이 테러의 근원을 제거하는 길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 촉구한다. 이라크에 파병한 부대를 철수시키고 침략전쟁에서 손을 떼라. 철군만이 가장 확실한 '테러대비책'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테러 위협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국익이 있을 수 없다. 
 


2004년 10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