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노사의 <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기본 합의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2)
SBS의 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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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SBS 노사가 '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기본 합의문'에 대한 조인식을 갖고 SBS 내부개혁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본회는 SBS 노사의 이번 합의를 'SBS 개혁'의 첫걸음으로 보고 앞으로 SBS 개혁이 내실있게 진행되길 기대한다.
SBS 노사는 이번 합의문에서 "SBS가 철저한 내부개혁을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는 민영방송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 같은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민영방송의 정체성에 맞게 시청자 복리를 구현함으로써 가장 신뢰받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합의된 14개 항목은 그 동안의 SBS 보도·제작·편성 관행에 비춰 볼 때 획기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편성규약 개정을 통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SBS 시청자위원을 새로 구성될 편성위원회에서 '협의·선정'해 추천하도록 하며, '공정방송협의회'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제작자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이다.
또 새로 구성될 편성위원회가 선정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시청률과 시청자만족지수(ASI)의 반영비율을 차별적용해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보도·교양프로그램에 대한 공익성을 강화하겠다고 합의한 부분과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운영하도록 한 것, 그리고 현재 운영 중인 '시청자만족지수'의 문제점 등을 보완해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것, 방송보도준칙과 선거방송준칙을 개정하기로 한 것 등도 SBS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본부장 중간평가제'를 실시해 '2/3 이상이 본부장의 직무수행 능력이 부적합하다고 평가할 경우 인사에 반영'하기로 하고 '총괄CP에 대한 상향평가제'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각종 상향평가제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기로 한 것, 방송윤리강령을 개정하기로 한 것 또한 SBS 내부에서의 '공정성 확보'노력과 자율규제, 인사의 투명성 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문에서 '소유·경영·편성의 분리'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내용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번 합의와는 별도로 노조가 사측에 윤세영 회장의 장남 '윤석민 경영위원'의 거취문제를 요구해 윤석민씨가 '상무급 비상임 경영위원직'을 사퇴하게 된 것은 성과다. 아울러 SBS가 향후 윤석민씨를 SBS의 대표이사 혹은 집행간부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혀 윤석민씨가 SBS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도 '소유·경영 분리'에 있어 진전이라 할만하다.
이제 SBS 노사에게 남은 과제는 이번 합의 정신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SBS 노조는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디 노조가 이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SBS 내부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길 기대한다.
사측도 이런 노조의 움직임에 발맞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윤세영 회장은 '소유·경영 분리 선언'을 했으나 선언으로 그친 예가 있다. 특히 이번 합의의 경우 방송위원회의 '지상파방송 재허가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SBS가 2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되어 자칫하면 '사업허가'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위기를 넘기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SBS 노사가 이번 합의 및 '소유·경영 분리' 조치들을 앞으로 일관되게 추진해나간다면 본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SBS의 내부개혁 완성에 있어 든든한 '지지세력'이 될 것이다. SBS 노사의 분발을 촉구한다.
2004년 10월 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