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성우 장정진씨 '일요일은 101%' 녹화사고」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9.16)
사람의 목숨보다 시청률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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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성우 장정진씨가 KBS 오락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녹화도중 기도질식으로 중태에 빠졌다.
장씨가 출연한 '골목의 제왕'코너는 인기스타들이 고향진흥기금을 놓고 추억의 게임을 하는 것으로,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짧은 순간 동안 그릇에 담긴 송편을 다 먹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장씨는 떡을 급하게 먹다가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골목의 제왕'코너를 비롯한 이른바 '먹는게임'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이번과 같은 사고에 대비해 모든 오락프로그램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방송사들도 오락프로그램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번 장씨의 사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제라도 방송사들이 출연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 배치 등의 조처를 취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조처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본다. 방송사들의 '안전불감증'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3사의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일요일은 101%>중 '열혈남아' 코너의 경우에도 출연 연예인들이 불이 붙은 링을 통과하거나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고, 유격훈련을 받았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대단한 도전'에서는 레슬링, 이종격투기, 태권도 등에 연예인들이 도전했으며, <질풍노도라이벌>도 다양한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어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감개무량'코너 역시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공크레인에 매달려 있거나, 고공낙하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해병대 지옥훈련을 하는 등 위험천만하다.
과거 오락프로그램들은 더했다. 보기에도 아찔한 암벽타기나,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등에 연예인들을 도전시키거나, 여성연예인들을 귀신집에 보내 놀래키고, 물벼락을 쏟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인기를 얻기위해 위험을 무릅써왔다. 특별히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이 신인이거나 지명도가 낮은 연예인이어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방송하고 있는 관련 프로그램 전반을 재점검하고 위험한 레포츠나 유격훈련 도전, 폭력적인 벌칙 등은 우선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작시스템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 오락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교양프로그램들의 경우에도 출연자들의 안전장치는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지난 1999년 탤런트 김성찬씨의 경우 KBS '도전지구탐험대'라는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으며, 탤런트 홍리나씨는 지난 1997년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안전장비 소홀로 큰 부상을 당한 바 있다.
한편 방송사 내부 직원이 아닌 연예인들과 일반 출연자들이 방송 출연 도중 사고에 대한 '보상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이번 장씨의 경우도 출연진 의무가입보험 외에 별다른 보상규정이 없다고 한다. 그간 방송출연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던 다른 연예인들도 개인이 치료비용을 부담해왔다고 한다.
다른한편 우리는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방송사들의 무한한 '시청률 경쟁'에 있다고 본다. 지난 2001년 <쇼!무한탈출>의 경우 엽기나 다름없는 가학적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폐지되었다. 당시 SBS는 '공영적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시청자들과 약속했으나, 그같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KBS 2TV는 지난 해 '오락프로그램의 공영성을 높이겠다'며 대대적인 오락프로그램 개편을 진행했으나, 이번에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몇 코너들에 대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KBS는 관련 제작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출연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 및 제작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앞으로 다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끝>
2004년 9월 1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