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거래세 감면 조치'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25)
등록 2013.08.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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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비판'하면 '부동산문제' 해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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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18일 재정경제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언론브리핑에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늘어나게 될 취득세와 등록세 분을 지방세법 개정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거래세(취득세 2%, 등록세 3%)는 '부동산 투기'로 과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높게 부가되어 왔으나 건전한 부동산 거래마저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내에서는 부동산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실거래가 파악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데다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과 지자체의 세금감면 움직임 등을 포함한 각종 세금감면 조처로 전체 세금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거래세인하'를 즉각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측 판단인 듯하다.
한편 19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와 지방을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이 해당지역에서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앞장서서 정부에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다만 한겨레신문은 일관되게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이 "세율"을 제목에서 뽑은 연유


'거래세 감면 조처'와 관련해 신문은 각각 다른 측면들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9일 섹션 조선경제 1면 <부동산 거래세율 안 내린다>에서 조선은 "부동산 거래세율 인하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이라며 "최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보유세를 완화하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거래세 인하도 기존 방침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거래세가 '인하'되지 않지만 사실상 '감면'조치를 통해 세 부담이 내려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제목달기'는 왜곡의 소지가 크다. 조선은 21일 사설 <과표가 오르면 부동산 거래세는 낮춰야>에서 거래세가 실거래가에 따라 과세될 경우 '현행보다 3-6배까지 세금이 오른다'고 우려했으며, 지자체를 통한 감면방침에 대해서는 '조세형평성' 문제를 들어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양도소득세'를 더 낮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19일 1면 <양도소득세 안내린다>에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취득세 등록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인하해야 부동산거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양도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며 '양도세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양도세는 거래세와는 달리 '불로소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조세형평의 측면이나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서도 현행대로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양도세마저 인하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동아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야 하지만 세금 부담은 높아지지 않을 전망"이라며 "세금 증가분을 대부분 감면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안 내린다'는 점을 강조한 조선일보 보도와 차이를 보였다. 또 동아는 5면 관련기사에서 세율인하 대신 세액감면을 한 이유가 "주택거래에 대해 세금을 깎아줄 경우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정부의 '거래세 감면 조치'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나서 다른 두 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20일 사설 <거래세율 인하가 옳은 방향이다>에서 정부의 방침이 "조세 형평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높다"며 "이번 재산세 파동에서 보듯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아무리 지방세라고 하지만 납세자들이 이런 차별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징세 편의를 고려해 세율 인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먼저 세율을 낮추면서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또한 "법정 세율대로 세금을 내는 경우보다 예외가 더 많게 되는 것도 문제"라며 "거래세율을 인하하는 쪽으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투기지역해제 부추기는 일부 신문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관련 보도에서도 신문별로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정부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데는 '역부족'이라며 오히려 '추가조치'의 필요성(조선)이나, 정부 규제정책의 문제(동아)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침체 지속땐 수도권까지 규제풀듯;주택 투기지역 7곳 첫 해제 "실거래 다소 숨통…분위기 반전엔 역부족">에서 투기과열지구 해제로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데 '역부족'이라며 분양권 전매금지 해제 등 추가조치까지 예상하고 나섰다. 이날 사설에서 조선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해제하여 주택거래에 숨통을 터주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23일 <'투기지구'해제 예상 6곳 분양 봇물…연내 3만8000가구>에서 "부분적인 규제완화로는 최근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실거래가 추진이나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환수제 실시 등을 규제정책으로 거론하며 "부동산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주택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부동산 경기도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과 지역에 대한 '차별화 규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23일 <취재일기/집값 올려 지방발전?>에서 정부가 내놓은 '투기지구 해제'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차별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중앙은 "부동산 투기대책을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연계시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된 곳에는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자금이 몰리고,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에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고기가 물 만난 듯 달려갈 것이다. 그 결과는 땅값과 집값의 상승"이라며 "차별적인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에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문제와 근본원인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해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21일 사설 <다시 투기를 부추기자는 것인가>에서 "주택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정부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정부조처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한겨레는 국민은행 주택통계를 인용해 지금의 주택시장이 '부양책'을 써야 할 만큼 침체해 있지 않으며, 주택 실거래가 정책 추진 등의 정부 부동산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는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될 경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어 다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겨레는 23일 1면 <부동산정책 또 후퇴하나>, 4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우려 커져>, <부동산세제 개혁성 빛바랬나>에서 이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면 "시중 부동자금의 물꼬를 주택시장으로 되돌려 투기 붐을 지피게 하는 발화성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하며, 보유세 강화 원칙도 "조세 저항이 없는 쪽으로만 자꾸 정책 방향을 틀다 보니, 어느새 정책의 취지가 실종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한겨레식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주택가격 안정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를 단신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면 <"집값 안정, 직접 챙길 것">에서 "이 같은 의지 표명은 일부 조간신문이 '부동산 정책 또 후퇴하나'라고 보도한 데 대한 답변"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1면과 8면에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동아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부동산 정책의 후퇴가 없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최근 잇따른 정부정책과 대통령의 발언이 엇갈려 '부동산 시장이 헷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4일에도 또다시 "최근 몇몇 정책을 계기로 해서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정책전환을 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을 하거나 비로소 부양책이 시작된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며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이 흔들리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에 관해서 공무원들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심을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종합적 통찰이 부족한 '부동산 대책제시'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언론 또한 각자 입장에 따라 관련대책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거나 특정부분을 왜곡해 전달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부동산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한다'는 취지 하에 그간 대통령정책기획위원회에서 추진해 오던 부동산 정책총괄 조정기능을 재경부로 넘기고 '부동산실무기획단'을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두도록 했다. 부동산 정책총괄 조정기능이 재경부로 넘어가자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고, 실제 재경부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아 사실상 지난해 실시했던 10.29대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자 이번에 다시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재경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그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다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어 더 늦기 전에 '제동'을 거는 것이 옳다. 하지만 잦은 방향 선회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 정책'을 넘어 '오락가락 정책'으로까지 흐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여정부의 '이현령 비현령식' 정책은 거래세 감면조치에서도 드러난다. '재산세 파동'에서 보여지듯이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는 '감면조처'는 납세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하다. 또한 한겨레신문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가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금정책에서 예외조항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재산세 파동' 당시 일부 지자체의 재산세율 인하에 대해서 '지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던 중앙정부가 이번에는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태를 회피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부동산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놓길 바란다. 투기가 과열되면 '투기해소'만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그나마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던 부동산경기가 투기억제책으로 가라앉자 다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기억제대책들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신문의 보도태도도 문제다. 그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특정 사실만 부각하거나,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대해 딴죽을 걸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세제 개편에 따른 재산세 인상 관련 보도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거래세와 관련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측면만을 부각해 보도한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보도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반면 시종일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해 온 한겨레신문의 보도태도는 평가할 만하다.
부동산 정책의 혼란이 거듭되는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보도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신문의 보도태도는 문제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할 뿐이다.

 


2004년 8월 2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