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북한 경비정 NLL월선 둘러싼 군 허위보고 파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7.23)
등록 2013.08.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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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허위보고'마저 두둔하며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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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합동조사단은 지난 14일 서해 NLL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김상만 해군작전사령관은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보고된 교신내용을 상부에 알리지 않았고, 백운고 정보융합처장은 작전계통의 보고상황을 고려해 임의로 정보를 삭제했으며, 합참 정보계통 일부 중간간부들은 부주의한 근무자세로 보고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드러났다. 또 조사단은 "사건발생 다음날 언론에서 남북간 합의사항인 통신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대대적으로 지적한 뒤에도 북측 송신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과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군은 북한 경비정이 남북 군사협상에서 합의했던 '핫라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6일 해군이 북 측의 세 차례의 무선 송신을 받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북측의 송신내용을 '기만전술'이라고 주장하고 19일 발표가 취소되었던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일부 신문에 흘리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에는 '북의 NLL침범'과 우리 해군의 '보고누락' 및 '허위보고'라는 두 가지 사안이 얽혀 판단이 쉽지않다. NLL문제는 남북 간에 군사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인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북과 관련해 논란이 된 사안들은 일부만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섣불리 상황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논란이 됐던 북측의 송신내용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한라산-백두산 등 남북간 합의된 호출부호를 사용했고 중국어선 부근에 위치해 기만교신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북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북의 거짓말'을 기정사실화 한 것은 유감이다. 진상이 다 밝혀진 뒤 사실을 확인한 후 비판하는 것이 성숙한 언론의 태도이다.
국내적으로 볼때 이번 논란의 핵심은 'NLL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해군의 '허위보고'에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NLL 문제'를 끌어들여 '허위보고'라는 군통수권자에 대한 '항명행위'를 '물타기'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가 정체성 논란을 부추겨 '대통령 흔들기'로까지 악용하고 있다.


사건발생 직후 16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일제히 북한이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군의 발표를 근거로 북한이 '남북합의'를 위반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 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경비정의 퇴각으로 마무리가 되기는 했으나 핫라인 묵살은 심각한 남북합의 위반이다"(동아 7.16),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교훈삼아 우발적인 무력충돌만은 막아보자는 목적으로 이뤄낸 이 중요한 합의가 정작 현장에서는 휴지조각이 돼버린 셈이다. 정부는 북측이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조선 7.16), "불과 한달 전에 체결된 남북 군당군 간 합의내용과 정신을 철저히 유린한 것이다"(중앙 7.16)라며 북측을 비난했다.
또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측의 '핫라인 설치' 합의가 '식량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동아는 "정부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 '부실한 합의'를 해놓고 방심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중앙도 "정부도 북한의 협상전술에 대해 더 이상 어수룩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약속한 쌀 지원도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검토할 수 있음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6일, 북한이 교신에 응답해 왔으며, 이 사실을 우리 군이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이들 신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의 허위보고 사실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7일 사설 <'군 허위보고' 진상 철저히 밝혀라>에서 "상부에 허위 보고를 할 정도로 군의 기강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책임자에 대한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19일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일부 신문들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19일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해군, 교전 수칙대로 포격>에서 '당시 해군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사설 <국방부의 NLL대응 적절했나>에서 "북측 교란전술에 군 지휘부가 놀아난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기 바란다"며 '허위보고'에 대한 국방부의 사과 등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해 군의 명백한 잘못마저 축소하려는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20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공식발표가 취소된 국방부의 조사결과를 1면에서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허위보고' 사실이 부각되는 것을 '북의 전술'에 말려 든 것으로 몰고갔다.
조선일보는 20일 3면 기사 <"거짓말 하는 북은 놔두고 왜 군만…">에서 "일부에선 북한의 기만 및 교란 전술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단 합참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도 "해군 작전사령관이 보고하지 않은 것이 사령관 재량권 범위 내에 들어가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군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허위보고'를 '재량권'으로 옹호하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조선은 4면 기사 <청·군 심상찮네>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없는 일들을 끌어들이며 청와대와 군의 갈등을 부추기고 나섰다. 공금 유용혐의로 구속된 신일순 대장을 거론하며 '군 내부에서는 관행수준'의 일을 청와대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수사한 것처럼 몰았으며, 군인공제회 비리사건, 이종석 NSC 차장의 강연내용 등도 청와대와 군의 '갈등'으로 몰았다. 사설에서도 김희선 의원의 발언을 두고 "군 내부를 물갈이해 군을 틀어쥐어야겠다는 집권층의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예단하며 이를 '군 인사에 대한 코드맞추기'로 왜곡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NLL침범은 침묵하고 보고 여부만 따지나>에서 또 다시 "이 사건의 본질인 북한 군함의 침범이라는 사실은 간 곳이 없고, 보고가 됐느냐 안 됐는냐는 지엽적인 문제가 마치 큰 문제인 양 사태가 번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사설 <북에 휘둘리고 우리 군은 매도할건가>에서 "결과적으로 해군은 큰 상처를 입었고, 군과 우리 사회 전체가 북한의 농간에 놀아난 셈"이라며 섣부른 예단에 기초해 '허위보고'에 대한 당연한 책임추궁을 '매도'로 몰고 군이 부당하게 '상처'입은 양 몰았다.


심지어 이들 신문은 21일 군 조사결과가 일부 언론에 유출된 것이 논란이 되었음에도 '정보유출'의 문제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1일, 22일까지 오히려 사태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 NSC에 전가하며 이를 '대통령 흔들기'로 악용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누가 국군을 분열시키고 모독하고 있는가>에서 청와대의 군 조사결과 유출 문제 지적을 두고 '청와대가 또다시 언론탓을 한다'는 식으로 왜곡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군과 대통령의 갈등을 부추긴 자신들의 보도를 반성하기는커녕 그 책임을 김희선 의원의 발언으로 떠넘기기까지 했다. 또 조선은 같은 날 <양상훈 칼럼/버림받은 군>에서 청와대가 군의 허위보고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을 두고 '피해의식'이라고 폄훼하며 "군을 통수권자가 장악하지 못하고 심지어 마치 대립관계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집권세력으로서의 '원천적 무능'을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되레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 전가했다.
22일 조선은 사설 <NSC는 정보보고 정리 능력도 없는가>에서 '청와대와 군의 불협화음' 운운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엉뚱하게 NSC에 떠넘겼다. 조선은 NSC 책임자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각 파트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균형감각 있게 판단하지 못했다며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던 이종석 차장을 공격하는 한편, 정작 군의 기밀을 언론에 흘린 정보책임자의 행동은 '자구책'으로 옹호하기까지 했다. 이날 전문기자 칼럼에서도 군과 대통령의 갈등을 부각하며 이번 사건을 비롯해 신일순 대장의 구속 등 일련의 군 관련 사건들이 군과의 갈등을 증폭시켰다며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중앙일보는 21일 사설 <청와대-軍 갈등 빨리 수습해야>에서 군의 보고누락을 '간단한 일'로 치부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며 조용히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1일 사설 <'北의 거짓말'부터 철저히 따져야>에서 "청와대가 군의 보고체계만을 문제 삼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자세"라며 "이번 사태가 남한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사안의 경중(輕重)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고 청와대에 책임을 떠넘겼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에 묻고 싶다. 군 통수권자와 군을 대립관계로 몰아간 것은 바로 일부 언론 아닌가? 또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조차 정확히 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일부신문들의 행태는 혹시 자신들이 반대하는 통수권자의 '군 장악'을 원치않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번 사건의 논란의 핵심은 군이 '허위보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이 아직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민감한 상황에서 군의 보고체계가 흐트러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북에 휘둘리고 우리 군은 매도할 것인가', 'NLL침범은 침묵하고 보고여부만 따지나' 등등의 사설을 들이대며 대북관계와 국내 기강해이 문제를 호도시켜 결과적으로 군의 잘못을 '물타기'하고, 심지어 자신들의 애초 주장을 번복하면서까지 여론을 호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혹 북의 'NLL침범'을 계기로 대통령을 흔들고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려는 목적은 아닌가?
사건 발생 초기에는 북측의 '교신 무응답'을 부각하며 남북군사회담의 성과를 폄훼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다가, 우리 군의 '허위보고'라는 김각한 문제가 드러나자 이번에는 흘러나온 '정보'를 근거로 '북측의 교란에 휘둘리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고 나선 것을 보더라도 이 같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조선일보가 군 비리자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마저 '군과의 갈등'으로 왜곡하고, 심지어 앞으로 있을 청와대의 '군 인사'마저 '코드맞추기'로 왜곡하고 나선 저의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군과 안보 관련 사안까지 '건수'로 잡아 참여정부를 흔들려고 하는가.
군 기강 확립 문제는 국가안보의 출발이다. 더구나 가장 기본적인 정보보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국가안보의 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은 본질을 호도하며 군의 잘못까지 옹호하고 있고, 군은 언론과 커넥션을 형성해 정보를 흘리며, 제1 야당이라는 한나라당까지 이에 동조해 '국가정체성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는 '수구커넥션의 총공세'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국익'을 노래부르면서 정작 국가안보마저 흔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행태는 우리에게 언론의 존재이유를 되묻게 한다. <끝>

 


2004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