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PD수첩」 '송두율 교수와 국가보안법'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7.16)
< PD수첩>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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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방송된 MBC < PD수첩> '송두율 교수와 국가보안법'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의 '근거'를 충실히 제공해 시청자들의 판단에 큰 도움을 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방송을 앞두고 MBC 경영진에 의한 '제작 중단'과 '방송 연기' 압력이 있었고, 법원행정처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협조요청서'를 보내는 등 제작자들의 언론자유가 침해당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애초 의도대로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논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현행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에 대해 과감하게 접근한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 PD수첩>은 지난 해 9월, '해외민주인사'로 30년만에 고국땅을 밟았다가 '해방 이후 최대 거물간첩'으로 낙인찍힌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논란을 집중 취재했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재판은 1심에서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7년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는 검찰 측에서 '반성이 없다'며 다시 '징역 15년'을 구형한 뒤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이나 재판부의 판단과는 달리, 송 교수 측은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상당부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 PD수첩>은 바로 이 '논란'을 시청자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검찰이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송두율 교수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와 관련, < PD수첩>은 송두율 교수가 '김철수'와 동일인물인지, 김철수라는 인물이 '정치국 후보위원' 인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꼼꼼하게 따졌다. 이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들은 송 교수측의 일방적인 입장이 아닌,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고 객관적인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왔다.
< PD수첩>은 이밖에 송두율 교수가 참여한 남북학술회의가 '학술활동'인지 '간첩활동'인지, 오길남씨의 입북을 권유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등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료조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로 다각적인 접근태도를 보였다.
또 < PD수첩>은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과감하게 제기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악법 개폐논의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공했다. "남과 북이 교류하고, 정상들이 만나며, 군의 장성들까지 정기 회동을 갖는 마당에 아직도 북을 '반국가단체'로 여기는 것은 '정신분열적' 상황"이라는 최병모 변호사의 인터뷰처럼 국가보안법은 시대의 변화와 상충되어 왔다. 제작진은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실질적인 사례와 다각도의 인터뷰를 통해 양심, 사상, 학문의 자유가 어떻게 굴종되고, 처벌되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 PD수첩>이 송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세밀하게 분석한 노력이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저널리즘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송두율 교수의 입국 이후, 수구언론들은 검찰과 국정원, 한나라당이 의도적으로 유출한 송 교수 관련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쓰고, 부풀리면서 송 교수를 '거물급 간첩'으로 만드는 일에 크게 일조했다. 송 교수 측의 항변에는 아랑곳하지 않지 않고 오로지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만 대변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송 교수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고, 반민주적인 제도를 철폐시키고자 노력해온 양심세력들에게는 분단 이후 60년 동안 지속되어온 '냉전의 굴레'를 다시 한번 절감케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광기와도 같은 '색깔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언론들은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주장을 뒤엎는 새로운 증언들이 속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의 재판과정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서 < PD수첩>이 송두율 교수를 다룬 것은 시의적절하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MBC 경영진과 대법원이 < PD수첩> 방송을 둘러싸고 '재판의 영향' 운운한 것은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무시한 얼토당토않은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 PD수첩>의 방영을 두고 '편파성' 시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일부언론들의 '딴지걸기'는 가관이다. 신문들은 <"송두율씨 방영 신중 기해달라">(중앙 2004.7.10), < MBC 송두율특집 재판 뒤로 미뤄야>(조선 2004.7.12), <大法 "MBC, 송두율 방송 신중해야" 이례적 공문>(동아2004.7.12) 등의 사설과 기사를 통해 사법부의 권고대로 방영을 연기할 것을 종용했고, < MBC "北 후보위원 아니다" 송두율씨 주장 그대로 방영>(동아 2004.07.14), <PD 수첩 '송두율 변호' 논란>(중앙 2004.7.15) 등의 기사를 통해 편파성 논란을 부추겼다.
수구언론들은 이미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을 통해 재판도 받기 전에 송 교수를 '거물급 간첩'으로 낙인찍어버린 자신들의 과거를 잊었는가.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 한 사람을 매장시켜놓고, 이제와서 다양하고 깊이있는 근거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은 스스로의 과오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 아닌가. 자신들은 합법적인 세무조사마저 '언론자유침해'라며 반발하면서, 방송제작진들의 '언론자유'는 사법권의 힘을 빌어 유린해도 된다는 주장은 '언론자유'를 스스로 위축시키는 행위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끝>
2004년 7월 1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