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결정' 관련 15일자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4.5.15)
'일부언론의 동굴'에 세상을 가두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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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일부가 헌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했으나 측근비리와 경제파탄 등에 대하여는 탄핵심판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됐음에도 대통령이 선거법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헌재의 판결부분을 부각하며, 탄핵사태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 전가하는 등 헌재의 기각결정을 '물타기'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노대통령은 헌재 결정의 뜻을 읽어야 한다>에서 탄핵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렸으며, 마지막까지 대통령에 대한 단죄를 주장하고 대통령에 대한 협박성 발언까지 하는 등 도를 넘어서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조선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국정운영과 정치활동에서 헌재결정의 의의를 깊이 새겨야 할 책임은 노대통령에게 있다", "헌재는 법위반 사실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노대통령의 법의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헌법아래에 있으며 대통령부터 법을 경시할 때 법치가 바로 설수 없다는 평범한 원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 운운하며 대통령 책임론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대통령이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닌 한 이를 벌하거나 교정할 방법이 없는가 하는 점"이라며 '헌재의 위상을 훼손하는' 불손한 태도까지 보였다.
또한 조선은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역사적으로 증명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정치방식이 헌재 결정 이전과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달렸다"며 "헌재로부터 이런 경고를 받고도 노 대통령이 또다시 같은 헌법위반과 위법을 되풀이한다면 헌재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헌법기관으로서의 헌재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하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중앙은 사설 <변화된 대통령을 기대한다>에서 "승패를 언급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오만한 태도"라며 탄핵사태의 근본원인은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빌미의 제공은 노대통령에게 있다. 그 점에서 노대통령의 자기성찰과 겸손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했다. 중앙은 대통령에게 '준법'을 강조했다. 사설 말미에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는 헌재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을 힘들게 한 데 대한 솔직한 사과가 담겨 있기를 기대한다"며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탄핵기각, 이제 새롭게 시작하자>에서 "국회의 소추권 남용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국가 최고통치자의 인식과 행태가 좀 더 진중했더라면 국민은 민생고에 국정불안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에 책임을 전가했다. 동아는 "탄핵을 주도한 야당도 상응하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고 지적하기는 했으나, '대통령의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거나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이 결국은 최고통치자의 리더쉽부재, 방만한 언행의 결과가 아닌가"라며 책임의 많은 부분을 노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동아 역시 "경제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헌재의 탄핵안 기각의 의미를 평가하고 대통령 탄핵사태를 불러온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탄핵 기각, 새로운 시작>에서 "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라면 누가나 다 알고 있는 사실, 즉 대통령 파면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법적 절차에 의해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경향은 노 대통령에게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사필귀정, 대통령 탄핵안 기각>에서 헌재의 판결에 대해 "기각 결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되살린 것은 헌법 정신은 물론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먼저 탄핵을 강행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정치세력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법적으로도 대통령 탄핵이 정당하지 못했음이 재확인된 이상…정말로 반성하고 잘못을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온당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겨레는 노 대통령에게는 '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답할 것을 주문했다. 사설 <탄핵의 교훈을 국정개혁으로>에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노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분명하다"며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개혁을 추진하되 그 방식은 신중함과 성숙함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강력한 '개혁추진'을 주문했다.
우리는 이번 '탄핵파동'의 책임이 전적으로 한민자공조에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탄핵을 주도했거나 이에 동조한 한민자 공조세력은 응당 잘못된 행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탄핵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선일보, 탄핵과정에서 한민자공조의 부당성을 올바로 지적하지 못한 일부언론에게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탄핵세력을 배후조종 혹은 적극적으로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언론이 탄핵기각을 놓고 무슨 할말이 그리 많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닌 한 이를 벌하거나 교정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개탄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언론이 '아니면말고식' 오보를 남발하고 국가 중대의제를 자기이해에 따라 세치혀로 농단해 국정을 혼란시켰을 때 어떤 수단으로 이를 교정하거나 벌할 방법이 있겠는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은 이제 2002년 대선 결과와 2004년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라. 변화하는 세상을 '일부언론의 시각' 안에 가두어두려 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하라. 변화는 시대의 목소리, 국민의 경고이다. 헌재의 기각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자신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참회하고 사과하기는커녕 한민자공조의 책임은 뒤로 하고 대통령 책임론 운운하며 곡학아세하는 일부언론의 행태에 역겨움을 느낀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전진을 방해하는 일부 세력이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득권세력의 이데올로그로서, 비호자로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이 대한민국의 전진을 방해하고 있음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의 맹성을 촉구하며 현명하게 처신해주기를 기대한다.
2004년 5월 1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