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열린우리당 천정배 새 원내대표 선출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3)
누구를 위한 개혁 발목잡기인가
..............................................................................................................................................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수구신문들의 '개혁 흔들기'가 시작되었다. 특히 '차이나 쇼크' 등 해외의 경제 악재가 터지자 이들 수구신문들은 '호재'라도 만났다는 듯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며 아직 시동도 걸리지 않은 개혁을 흔들고 나섰다.
수구신문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경제가 휘청거리는데 무슨 개혁이냐?"는 것이다. 이들은 '개혁'이 '경제 살리기'와는 무관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처럼 호도하면서 개혁을 표방한 천 의원의 선출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개혁'을 '경제 살리기'와 분리시키고 '개혁은 뒤로 미루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12일 사설 <시험대 오른 '천정배 리더십'>에서 "개혁만이 살길인 것처럼 모든 것을 단숨에 뜯어고치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에게 가장 급한 것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다"라며 개혁의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또 "사회적 논란이 분분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갈등과 적대를 확대재생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여당의 개혁 추진을 단도리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개혁'을 이른바 '경제를 살리는 개혁'과 정치, 언론, 사법 개혁 등 나머지 분야에 대한 개혁으로 나누고, '경제를 살리는 개혁'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중앙은 사설 <경제 살리는 개혁에 집중하라>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먹고사는 일"이라며 "천대표는 경제회생과 민생안정을 위한 개혁에 집중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천대표가) 국가보안법이라든지 사법·언론 개혁 등 비경제 분야의 현안에 관심을 보여 왔다"며 "열린우리당이 강력한 정치·사회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을 우려한다"고 말해 개혁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여당의 개혁은 국민을 살리는 개혁인가>을 통해 "천 대표가 강조해온 개혁의 내용과 방향이…경제를 살리는 개혁이냐 아니면 20년 집권, 30년 집권 운운하면서 말할 때의 허무한 개혁이냐"라고 추궁하면서 여당의 개혁이 마치 후자를 위한 것 인양 몰아갔다.
조선은 "열린우리당이 총선 승리 후 단 한번이라도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개혁의 자세를 보여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저 "이 나라 경제가 중국 쇼크에 치이고, 고유가 충격에 휘청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전전긍긍할 때 여당의 누가 기업과 국민과 걱정을 나눈 적이 있는가"라고 질타하는 데 그쳤다.
'개혁'과 '경제살리기'는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천정배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 직후 "개혁을 강조한다고 해서 경제 살리기와 민생안정을 소홀히 한다고 보면 안 된다"며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선출 이전에도 "집권여당으로서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재형 정책위원장도 후보연설에서 "무엇보다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잃어버린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들이 열린우리당식의 개혁이 '경제와 민생'과 무관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여당의 개혁 추진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이 열망이 의회권력을 교체하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만들어냈으며, 그 연장선 상에서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엉뚱하게 진단한 뒤 개혁을 흔드는 이들 일부 신문의 '보도'야말로 '경제위기 악순환'의 '주범'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나친 '위기감' 조성이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를 저하시키는 심리적 요인이 되어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실이다.
다행히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에 의하면 6개월 후의 경기와 생활 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1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내수회복과 경제회복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재계와 일부 신문이 요란을 떨던 와중에도 '4월'이라는 시기에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고 고려해봄직도 하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이 개혁을 흔들어대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한 국민들의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부 신문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국민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언론이 성숙한 보도자세를 견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2004년 5월 1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