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헌재 탄핵심판 소수의견 비공개' 관련 5월 12일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2)
등록 2013.08.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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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소수의견 공개'로 물타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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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헌법재판소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선고 상황에 대한 TV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종 심판에서 소수의견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발표에 대해 오늘(12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일제히 '소수의견 공개'를 주장하는 사설을 실었다. 이들 신문은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파장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나 '테러나 협박가능성'때문인 것으로 단정했으며, 일부 신문은 헌재의 판결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까지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헌재,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하라>에서 헌재가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신변에 대한 위협 때문인것처럼 몰았으며, 헌재의 이번 탄핵심판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까지 보였다. 조선은 "이번 탄핵심판이 갖는 역사적 중대성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상식에 비추어 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개별적 의견을 공개했을 경우 그 파장과 후유증을 걱정해 자신의 헌법적 소신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혹여 익명의 숫자 뒤에 숨으려 한다면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온 국민을 실망시킬 뿐 아니라 이 나라 역사 속에서 헌재의 위상과 운명에 결정적 흠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며 '테러나 협박가능성'까지 거론해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신변에 대한 위협' 때문인것처럼 몰았다. 조선은 "헌재가 만일 이를 피해간다면 국민적 분열과 논란은 결정 이후에도 이 나라를 괴롭힐 것"이라며 탄핵심판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까지 보였다. 이미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수'에 목맨 정치…헌재의 선택은?>에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조선은 "재판관들의 찬반이 몇 대 몇으로 결론 날지도 적지않은 정치적 의미를 함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재판관들의 찬성대 반대 수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서 조선은 "6대3의 경우는 여야 양측이 서로 확실히 이겼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진 것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돼 심판결과의 정치적 해석을 두고 공방을 벌일 개연성이 있다", "탄핵 반대 5명에 찬성 4명 또는 반대 4명에 찬성 5명으로 기각되는 경우 노무현 대통령측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운운하며, "찬성이 4명을 넘는 경우에는 노 대통령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되지 않겠는냐"는 한나라당 당직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는 탄핵결정에 어떠한 외압이 가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온 '조선'이 헌재에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이대며 한나라당에 대한 배려를 강요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을 뿐아니라, 사실상 탄핵심판 이후 가속화될 대통령의 개혁적 행보를 발목잡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 <헌재, 소수의견 밝히는 게 정도다>에서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위상을 깎아내리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동아는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다수의견에 못지않게 소수의견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국가원수의 파면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심판에서 소수의견을 묻어 버리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고 다수 의견만 결정문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이것은 4대5, 6대3 또는 7대2를 9대0으로 발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왜곡하며, "찬성과 반대의 비율에 따라서도 대통령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에게 주는 교훈과 의미가 달라진다"고 조선일보와 같은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는 사설 <탄핵 심판, 소수 의견도 공개해야>에서 '소수의견 공개'를 주장했다. 중앙은 헌재가 탄핵에 대해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고, 결정과정을 생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 역시 "우리는 어떤 쪽이 소수 의견이든 그것을 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그것은 이번 판례가 귀중한 역사적 선례가 되며, 우리 법치의 전통을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도 소수의견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은 "헌법재판소가 혹시 여론이나 정치 기류를 의식해 소수의견이 다수의 등 뒤에 숨게 해선 안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이들 신문은 일제히 헌재가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파장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나 '테러나 협박가능성'때문인 것으로 몰고 '다수의 등 뒤에 숨어선 안된다' 운운하며, 헌재의 소수의견 비공개를 비겁한 것인양 몰아가고 있다. 헌재가 소수의견 공개와 관련해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주선회 주심은 12일 아침 연합뉴스 기자에게 "소수의견 공개문제는 재판관들이 수차례 토의를 거쳐 심도있는 검토과정을 거쳤고 재판관간 견해가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치적 고려나 재판관들에 대한 신변 위협은 추호도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우리는 조선일보 등이 '소수의견 공개'에 집착하는 이유를 솔직히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소수의견 공개에 그처럼 목을 메는 이유가 단지 '탄핵심판의 역사적 중요성' 때문인가. 오히려 '소수의견'을 무기로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 진행될 참여정부의 '개혁행보'를 '발목잡기' 위한 것은 아닌가.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 동안 조선일보 등은 온갖 구실을 내세워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에 딴죽을 걸어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태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탄핵심판'이라는 국민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온갖 왜곡·편파보도를 자행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17대 총선에서 투표로 대통령 탄핵을 심판했다. 일부 신문은 이번에도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소수의견 공개'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입지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헌재는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는 헌재가 조선일보 등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있게 애초 방침을 밀고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경고한다. 무엇이든 몇 신문이 입을 맞추어 기사를 쓰면 '의제화'되던 시대는 지났다. 애초부터 '탄핵'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다수의 정치적 횡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탄핵의 부당성을 '헌재판결 대기론'으로 물타기하더니 이제는 소수의견에 집착하는 조선일보 등의 속내를 국민들은 훤히 꿰뚫고 있다. 더 이상 세치혀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2004년 5월 1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