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경제위기’ 관련 5월 11일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1)'개혁탓'하면 경제위기 극복되나
'개혁탓'하면 경제위기 극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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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주가가 48P나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급락 사태가 중국의 긴축정책과 유가급등 사태에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제기 등 외부적 악재가 겹쳐지며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부 신문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이번 '경제위기'를 '재벌개혁'의 발목을 잡는 '호재'로 삼고 있다. 이들 신문은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나 대책 등을 왜곡해 마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 정책이 경제위기의 원인인 양 몰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 <경제는 수렁에 빠지는데 개혁만 외치니>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를 정부의 재벌정책과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등인양 사실을 왜곡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혁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권여당의 노선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 정부의 안이한 경제 인식 등이 기업인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여당에 대해서는 '개혁과 분배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공정위의 재벌개혁조치에 대해서도 "기업의 사기를 꺾는 궁리"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과 "정부의 불명확한 노동 정책"도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묘사했다. 중앙은 "경제 정책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불안하고, 기업인을 죄인시하고, 가진사람을 '악'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으며, 돈을 쓰려 하겠는가"라며 "과연 지금이 개혁과 분배를 외칠 때인지 생각해야 한다…이것도 나라가 살고 난 후에 가능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중앙은 "집권세력은 정신을 못 차렸다"며 "어떻게 하면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쌓아놓은 돈을 국내에 투자할까, 무엇을 하면 소비가 되살아날까, 여기에 고민과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동아일보도 사설 <정부 여당만 경제위기 실감 못하나>에서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부각하며 '재벌개혁'은 경제위기를 넘긴 후에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또 동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열린우리당은 대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청와대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에 끼어들어 노조측을 편드는 듯한 행보를 함으로써 노동계의 욕구 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사실을 왜곡했다. 동아는 사설 말미에 "개혁 논쟁은 우리 경제가 난파위기를 넘긴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재벌개혁'을 반대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 사설 <정부는 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는 오직 사실왜곡을 기초로 참여정부를 비판하는데 급급했다.
조선은 "결국 이번 주가폭락 사태는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비관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불신임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주가폭락'의 원인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기인하는 양 왜곡했다. 이어 조선은 "얼마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저에서 회동했다는 정부·여당 실력자 비밀회동에서 흘러나온 것은 온통 '자리차지'와 '자리 바꾸기' 이야기 뿐"이라며 "무슨 자리에 누구를 앉히고 무슨 무슨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며 그리 할 말이 많던 이 정부가 추락하는 경제에 밀려 동반추락하는 국민의 비명에는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작 '누가 무슨 자리에 앉는지'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던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사설 <경제위기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과 여건은 경쟁국들에 비해 너무 허약하다"며 현재를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은 "정부·여당의 인식과 대처방식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함께 손잡고 참여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향은 "성장과 분배, 재벌개혁 방안 등을 놓고 당국과 재계가 서로 갈등을 빚는 모습도 짜증스럽기만 하다"며 "우리가 어떤 입장에 놓여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상황인식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사설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한다>에서 "이런 때일수록 성급하게 '경제위기'를 거론하기보다 냉정하게 대처하는 게 긴요하다고 본다"며 "뚜렷한 대응책도 별로 없는 대외 여건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그런 점에서 일부 보수 언론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은 적절치 못하다"며 "정부의 대책없는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위기론'의 폐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더 큰 문제는 부풀려진 위기론이 기업규제 완화, 성장 지상주의로 이어진다는 점"이라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비 침체가 '개혁없는 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 탓이 적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해외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긴축정책이나 미국의 조기금리인상 조처 등은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국내경제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경제위기'마저 '개혁흔들기', '개혁정부 흔들기' 빌미로 악용하는 일부세력과 일부신문의 대응태도이다. 지금 일부 신문은 경제위기 상황만을 부각하고, 정작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일부 언론에 묻고 싶다. 위기극복이라는 명목하에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 조처'를 흔드는게 진정한 위기 대응 방법이라고 믿는 것인가.
'재벌개혁'과 '경제발전'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외부의 악재에 휘청거릴 정도로 취약하다. 우리 경제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것들을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부문의 체질개선은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일부 신문은 재벌그룹들의 홍위병이 되어 '대기업을 옥죈다' '기업인을 죄인시한다'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재벌개혁'을 가로막고 나서고 있다.
최근 일부 신문들이 연일 경제위기를 들먹이며 '재벌개혁'에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는 혹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 정부여당이 힘있게 재벌개혁을 비롯한 개혁조치를 실시하게 될 것을 우려한 사전 단도리는 아닌가. 정말 경제가 걱정된다면 제대로 경제위기 원인을 진단하고 믿을만한 처방을 내놓으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재벌의 입장에서 무조건 '개혁'을 딴죽거는 '金냄새'나는 그 입 다물라.
조선일보의 '자리 차지' 운운하는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고싶지 않다. 다만 선거가 끝난 직후 가장 먼저 차기 국무총리를 점치고, 김근태 의원과 정동영 당의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온갖 추측성 기사를 쓴 것이 누구인가만 확인하고자 한다. 바로 조선일보 였다. 건강한 비판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조선일보식 '어거지 비난'은 백해무익이다.
2004년 5월 1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