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차기 개각 및 정동영·김근태 입각' 관련 5월 3일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4)
경마식 추측보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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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개각관련 추측보도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17일 조선일보의 <"여당에 총리·각료 추천권">을 시작으로 지금 신문 지면은 연일 여권인사들에 대한 입각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신문은 같은 날 서로 다른 추측을 늘어놓고, 하루 걸러 보도내용이 바뀌는 등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각 일정 관련 보도만 보더라도 어느 것이 사실인지 혼란스럽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각각 개각 일정을 1면 머리기사로 뽑았으나, 조선일보는 '내달 20일쯤', 경향신문은 '이달하순'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로 '내정되었다'는 김혁규 전 지사와 관련해서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김혁규 지사의 총리 입각을 거의 확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동아일보는 강봉균 당선자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으며 중앙일보는 조세형 고문이나 한명숙 당선자도 '총리 후보 중 한사람'이라고 보도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근태·정동영 동반입각'과 관련해서도 신문들은 불과 며칠전까지 '김근태 입각, 정동영 당 운영'이라고 보도해왔다. 그러나 3일 조선일보는 '동반입각'으로 정리된 것으로, 경향신문은 '동반입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중앙은 '정의장도 입각쪽으로 거의 기운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정의장 당잔류, 김대표 입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또한 '김근태·정동영 동반입각'의 이유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사람들을 내각에 입각시켜 차기 훈련을 시키고, 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책 주도권을 장악한 가운데 직할 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3면)이라고 추측했으며, "당이 청와대에 종속되는 듯한 느낌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quot;(3면)며 아예 정 의장의 내각입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여당 실세들의 입각이 거론되는 것은 '강한 내각' '힘있는 국정운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정의장과 김대표의 동반 입각은 공정한 기회 제공이란 형평성뿐아니라 대권경쟁의 조기 가시화에 따른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차기주자 관리' 의중도 감안된 것이란 관측"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경향은 김대표 이후 차기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변수는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그룹"이라며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속내를 대리…이들의 향배가 승부의 분수령"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정의장과 김대표의 입각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가 중심이 되는 국정운영체제의 확립을 위해서"이며, 이 같은 방침은 '당정분리'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다른 부처의 개각과 관려해서도 동아일보는 청와대측이 2일 "핵심 장관들에 대한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 핵심부서로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1면과 3면 기사에서 "정세현 통일·조영길 국방·이창동 문화관광·김화중 보건복지·지은희 여성부 장관의 교체는 확실시 된다"고 단정했다.
더구나 이들 신문은 이 같은 자신들의 추측성 보도내용을 기정사실화 한 후, 여당이 민생보다는 '차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은 사설 <개각 논의, 지금 이 방식은 곤란하다>에서 "그 일(입각논의)이 지금 여권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치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더욱 딱한 건 입각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배경으로 '차기'를 향한 파워게임설이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차기 대선주자 경력관리용으로 여기게 하는 폐해를 낳게 된다"고 여당을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열린우리당 '차기' 신경 쓸 땐가>에서 "누구는 당에 남고, 누구는 입각한다는 등 개각과 당직개편을 둘러싼 '자리다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런 논의가 노무현 대통령 이후 차기 대권과 연관된 기싸움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제쳐둔 채 당내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면 책임있는 여당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내각은 낙선자 구제소아니다>에서 "입각 규모와 대상자를 둘러싼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내각과 청와대는 낙선자 구제소가 아니다. 고생했다고 주는 자리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총선 직후부터 일부 신문이 개각과 관련한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를 하는데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언론들은 '추측보도'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전제로 정부여당을 질책하고 있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등의 신문보도에서 정동영 당의장이나 김근태 의원의 '입각'을 확인해준 공식적인 루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여권 핵심부', '여권 핵심그룹', '열린우리당 내' 등 출처불명의 인물들이 그 취재원이다. 그럼에도 이들 신문은 이들 두 사람의 입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차기 대선주자 경력 관리용', '파워게임'으로 몰고 있다.
사실여부조차 불분명한 내용을 갖고 사설까지 쓰며 비난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언론개혁이 어렵사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이 무조건 비판하려 하기보다 사실부터 꼼꼼히 확인하는 보도태도로 신뢰회복에 나서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2004년 5월 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