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도 보고서'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30)
조선일보는 '치졸한 왜곡'을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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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5월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을 68위로 선정하고, 언론에 대한 현저한 제약이 없는 '자유국'으로 분류했다.
프리덤하우스는 조사대상 193개국의 인쇄매체, 방송, 인터넷 언론 등의 자유를 평가해 그 가운데 73개국을 자유국, 49개국을 부분 자유국, 71개국을 비자유국으로 분류했으며, 정치적 압력이나 국가 및 비국가행위자의 폭력 등으로 세계 언론자유가 2년 연속 퇴보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또다시 특정 사실만을 부각해 프리덤하우스의 연례보고서를 자의적으로 인용·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0일 박스기사 <한국 언론자유 동티모르 수준>에서 프리덤하우스가 우리나라를 '언론자유국'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이 흡사 후진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오해를 유도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우리나라가 '193개국 중 68위'를 했다며 '동티모르와 피지'가 같은 순위라는 것을 부각했다. 또 조선은 "언론자유가 가장 완벽히 보장되는 0점과 언론탄압이 가장 심한 100점 사이에서 한국은 29점을 받았다", "프리덤하우스는 이번 조사에서 73개국을 언론에 대한 두드러진 제약이 없는 '언론자유국'으로 분류했다"면서도 정작 우리나라가 '언론자유국'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적시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30일 <한국 언론자유 동티모르 수준>에서 이를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제목과 작은제목 등에서 우리나라가 동티모르와 같은 순위라는 것을 부각했으나, "한국은 언론에 대한 현저한 제약이 없는 '자유국'으로 분류됐으며 동티모르, 피지 등과 함께 공동 68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해 조선일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조선일보 등은 국제언론단체들의 성명이나 보고서 내용을 자의적으로 인용해왔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편파적으로 인용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내용에 대한 왜곡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10월 RSF(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를 왜곡해 마치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도가 하락한것처럼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언론 부자유도(不自由度)'가 10.50에서 9.17로 향상된 것을 언론자유에 대한 '평점'인 것처럼 바꿔치기 해 오히려 점수가 "10.50에서 9.17로 떨어졌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뒤늦게 사실이 밝혀지자 '명백한 오보' 부분만 고치는 얕은 수를 썼다.
또한 지난 2002년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우리나라에 방한 한 프리덤하우스의 서스만 위원 강연내용을 왜곡 한 바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한국 언론개혁을 위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서스만 위원의 본 취지를 외면한 채 '언론탄압론'에 유리한 특정 부분만을 인용 보도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언론자유수호투쟁을 왜곡해 사주 김상만이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한 양심적 언론인 인양 낯뜨거운 찬양을 늘어놓았다.
그간 조선일보 등은 우리나라를 '언론탄압국'으로 몰아온 일부 국제언론단체들의 주장을 내용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부각해왔다. 2003년 <신문과방송> 6월호에 따르면 "10개 중앙일간지의 프리덤하우스 보도 건수는 1996~2000년 5년 동안 22건에 그쳤으나 2001년 한해에만 21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얼마나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이를 편파적으로 보도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마저도 하나둘씩 우리나라를 언론자유국이나, 언론자유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교묘한 제목달기와 왜곡보도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언제까지 유치한 팩트왜곡과 장난치기로 독자들을 속일 셈인가. 조선일보의 치졸한 보도에 독자들이 속고 있을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조선일보의 행태에 속지 말기를 바란다.
2004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