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룡천 폭발사고' 관련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27)
지금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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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발생한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와 관련해 모처럼 정부와 각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총망라되어 '북한돕기'에 나섰다.
룡천역 폭발사고와 관련된 신문 사설은 24일부터 실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신문은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돕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북문제와 관련해 과거와는 차별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퍼주기' 운운하며 인도적 지원에조차 '딴죽'을 걸어왔던 조선일보도 이번에는 남한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北 용천 사고 구호에 官民 모두 관심을>에서 "정부는 이미 밝혔듯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다는 자세로 식량 의약품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단을 직접 파견하는 등 지원 준비에 나서고, 국민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활동을 펴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북한 정부가 지원물품의 육로 수송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전향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26일 <용천 참사 전화위복 계기로>에서 "뜻이 좋아도 지나치게 요란해지면 북한 당국이나 주민을 자극할 수도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조용하면서도 내실있는 지원 방법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27일 <긴급 구호물자는 육로 수송이 최선>에서는 "정부는 북한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 방식을 찾아내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 예로 북한지역에서는 북한 트럭을 사용하거나, 남한 트럭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 수송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4일 <용천 사고, 남쪽이 발 벗고 도와주자>에서 "그동안 우리의 대북지원에는 '퍼주기'니 '전용'이니 하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지원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인 만큼 우리 내부의 컨센서스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26일 <북 피해지원 즉각, 실질적으로>에서도 "민·관이 합심해서 대북 지원을 벌이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하며 "남북 당국자가 즉각 만나 지원에 필요한 인적·물적 내용과 통로 등을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27일 <정부가 나서서 우리 일처럼 맡아라>에서 "우리는 용천 참사의 피해 규모를 볼 때 이번 일은 적십자사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북한의 수용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향신문도 24일 <북한 열차사고 인도적 지원을>에서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테러설이 나돌고 있지만 당장 급한 것은 사상자 구조와 피해복구"라며 "북한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해도 침묵을 지키며 마냥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북한정부의 적극적인 피해상황 공개를 촉구했다. 26일 <북 지원호소, 변화의 전기되길>에서도 경향은 북한의 신속한 국제사회 지원요청을 평가하며 "북한의 이런 유연한 대응은 외부세계에 대한 공포감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 "북한은 세계를 향해, 세계는 북한을 향해 더 열린 자세로 다가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레신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룡천 사고를 남북관계의 진전과 남한 사회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겨레는 25일 사설 <'용천 참사'를 남북관계 성숙의 계기로>에서 "용천 참사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신속한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간접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장기적 사업을 남과 북이 진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한겨레는 27일 <긍정적인 정치권의 '북녘 돕기' 목소리>에서 정치권마저 한 목소리로 북한돕기에 나선 것을 평가하며 "우리 사회가 점차 성숙해가고 있는 징표"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 같은 정치권의 변화가 '본질적인 대북인식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참사의 아픔을 나누려는 남쪽의 모금운동이 이런 인식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동아일보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남쪽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러나 동아는 다른 신문과 달리 폐쇄적인 북한정부의 태도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는 26일 <북 용천 참사 전화위복 계기되기를>에서 룡천역 폭발사고의 빠른 수습을 위해 '북한의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동아는 "의약품과 구호품, 그리고 지원 인력의 빠른 수송을 위해서는 항로는 물론 육로 개방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공생의 지혜를 배운다면 대외 이미지가 크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7일 <용천 참사 극복, 북 태도에 달렸다>에서도 동아는 "북한이 오늘 열릴 구호회담에서 남한의 지원 제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대북관'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도 우리 언론계 내에는 "또다시 우리의 금품을 받아달라고 북한 쪽에 뇌물을 바치는 정신병적인 상황, 그렇게 하는 것이 이웃돕기라고 자위하는 도착증세가 있어서는 안되겠다"(인터넷 독립신문. 25일)고 주장하는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 같은 언론인이 존재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룡천 사고대처에 있어서 신문들의 보도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북한정부의 수송로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삼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룡천 사고'에대한 대응이 일부 신문의 대북 인식의 폭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2004년 4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